◇ 26일 정몽규 회장과 회동
이 자리에서 이동걸 회장은 HDC현대산업개발 측에 아시아나항공 M&A 관련 최대 1조5000억원의 추가 지원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제시한 방안은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자금을 투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해진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은 만큼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까지 지원하겠다는 얘기다. 1조5000억원씩 공동투자를 제안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인수 자금 또는 향후 운영 자금에 대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산은이 사실상 인수 금액을 1조원 낮춰주는 지원책을 제시했지만, 정 회장의 고심은 깊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완료한다고 해도 재무 건전성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높은 부채비율은 추가적인 재무 투입이 불가피해서다.
아시아나항공 올해 2분기 부채비율은 2365.96%다. 2017년 720.25%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높아졌다. 2018년 814.81%, 2019년 1795.22%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에는 1만6833.07%로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부채비율이 급등하기도 시작했다. 즉, 인수 대금보다 향후 지불해야 하는 돈이 많은 상황이다.
다행히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실적 개선을 기록해 반등의 여지를 보였다. 1151억원의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한 것. 그 결과 부채비율도 전분기 대비 1/8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M&A를 완료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7년 금호타이어로 촉발된 금호그룹과의 M&A 악연이 청산될지 주목된다. 당시 산은 수장으로 임명된 이동걸 회장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그룹 재건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금호타이어 인수는 2015년부터 본격화된 해당 행보에 마지막 퍼즐로 꼽혔다.
이 회장이 문제 삼은 것은 박 전 회장의 인수자금이었다. 2017년 초 금호타이어 우선 매수권자였던 박 전 회장은 컨소시엄 형태로 1조원 가량의 인수자금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금호산업과 금호고속 인수에 많은 돈을 쓴 박 전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는 행보였다. 해당 발표로 박 전 회장의 금호그룹 재건 행보는 성공적인 것으로 보였다.
긍정적 전망이 나왔지만 산은 등 채권단은 박 전 회장의 컨소시엄 형태 인수에 반대표를 던졌다. 과거 우선 매수권 협상을 맺을 당시 외부자금 투입 없는 인수만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반대 근거였다. 채권단의 발표에 대해 박 전 회장은 이의를 제기했고 ‘우선 매수권자의 컨소시엄 조건부’ 허용을 끌어냈다.
조건부 허용으로 박 전 회장 품으로 안길 것 같았던 금호타이어는 채권단이 ‘투명한 재원 방안’ 공개라는 단서를 달면서 결국 무산됐다. 박 전 회장은 해당 논란이 제기된 후 약 3개월 만인 2017년 11월 말 “더 좋은 인수자가 나타나 금호타이어를 우량기업으로 만들어 주길 바란다”며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박 전 회장의 포기 선언 이후 금호타이어는 중국 업체인 ‘더블스타’에 인수돼 새 주인을 찾았다.
금호타이어 인수 실패 등 박 전 회장의 그룹 재건 행보는 결과론적으로 지난해 3월 아시아나항공의 감사의견서 사태를 촉발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한정’을 받아 재무건전성이 심각하다는 것이 알려졌다. 그 결과 박삼구 전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용퇴했다. 지난해 8월에는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공고돼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11월 매각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런 배경 속에서 임기 내 2건의 대형 M&A를 금호그룹과 진행하고 있는 이동걸 회장이 그동안의 악연을 풀고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완료할지 관심이 쏠린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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