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대표 한종희닫기한종희기사 모아보기, 경계현닫기경계현기사 모아보기)는 지난 7일 1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영업익 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도는 것은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LG전자의 경우 1조4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4년 만에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앞질렀다.
삼성전자는 이날 설명 자료를 통해 “당사는 그동안 메모리 시황에 전략적인 대응을 위해 노력해 왔다”라며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판단 하에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을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인위적 감산을 공식화한 셈이다.
메모리 한파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됐지만, 삼성전자는 그간 감산을 추진한 경쟁사들과는 달리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이어왔다. 삼성은 단기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다가올 반등 수요에 발 빠르게 대응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1996년~1998년에도 메모리 시장 속 치킨 게임이 발생했다. 1995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D램 주도권 확보를 위해 잇따라 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했는데, 이들 기업 간 D램 가격 경쟁이 펼쳐지며 반도체 가격이 하락한 것이다.
2000년대 중반에도 치킨게임이 재발했다. 당시 D램 기업들이 공급을 늘리는 ‘치킨게임’을 벌인 탓에 반도체 가격이 하락했다. 2008년 3분기 삼성전자 DS사업부는 24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하이닉스는 4600억원의, 마이크론은 3억 3800만달러(약 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물건을 팔수록 적자폭이 커지는 상황까지 직면하게 된 것이다.
반복되는 치킨게임에 2015년~2016년 반도체 다운사이클 당시엔 모두가 공급을 축소하며 반도체 불황을 탈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다운사이클에선 삼성이 무감산 기조를 이어가자 업계에서는 치킨게임이 다시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과잉 재고로 반도체 가격이 지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그간 삼성전자의 감산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감산 없이는 반도체 적자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지난해 말부터 감산을 진행했고, 마이크론의 경우 최근 추가 감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경쟁사와의 점유율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이란 시각도 있었다.
결국 삼성이 감산에 동참하면서 업계는 반도체 반등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둔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요가 부진해도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해지면 메모리 가격은 오히려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감산 정책으로 재고를 소진을 우선시하며 마냥 가격이 내려가길 기다리던 고객사들도 구매를 미룰 수 없을 것”이라며 “반도체 수급을 우려한 고객사들이 반도체를 대량 주문하게 된다면 재고 수준은 다시 정상화 수준을 되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5년간 무감산 기조를 이어오던 삼성전자가 감산을 택했다는 것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는 것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실적 부진의 이면에는 △출하 약세 (가수요 생성의 실패) △재고 급증 (재고평가손실 발생으로 인한 실적 둔화 가속화) △현금흐름 경색 (해외 자회사 보유 현금 이전 필요성 발생)의 삼중고가 동반된다”라며 “기존 공급 정책을 1~2개 분기만 더 유지했으면 '분기 적자'를 넘어서 '연간 적자'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공포가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