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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1(월)

삼성물산 주가 급등에 KCC 주주들 애매한 표정 [저PBR 숨은그림찾기]

기사입력 : 2025-07-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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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금융자산” vs “투자익 무시 못해”
이자비용 해소 관건…자사주 처리 ‘관심’

삼성물산 주가 급등에 KCC 주주들 애매한 표정 [저PBR 숨은그림찾기]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신혜주 기자] 이재명 정부 들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를 강화한 상법개정안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상속세 인하 등 세제 개편 정책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시장은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저평가된 한국 증시에서 ‘숨은 그림’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도료, 실리콘, 첨단소재를 생산하는 종합정밀화학기업 KCC(대표이사 정몽진·정재훈)가 지난 3일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내놓았다. 이 회사가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것은 지난 1973년 코스피 상장 후 52년 만에 처음이다.

마침 이날은 국회가 이사 충실의무 확대, 감사위원 분리 선출 관련 ‘3%룰’ 도입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가결한 날이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KCC가 이재명 정부 정책에 발맞춰 기업 밸류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문제는 금융자산·이자비용
KCC는 오는 2030년까지 주가순자산비율(PBR) 1.0 이상, 이자보상배율 2배 이상, 매출액 10조원, 영업이익률 10%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이 회사 PBR은 0.34. 지난 2021년 0.48에서 이듬해 0.29로 급락했으며, 2023년 0.32를 기록했다. PBR는 주가를 주당순자산(BPS)으로 나눈 값이다. 기업 순자산 대비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 보여주는 지표다. PBR가 1보다 높으면 프리미엄이 반영됐거나 고평가돼 있다고 보고, 1보다 낮으면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한다.

PBR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금융자산 비중이 큰 KCC의 독특한 재무구조 때문이다. 수치로만 보면 KCC는 건자재, 도료, 실리콘 관련 사업 외에 자산운용업을 영위하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KCC는 삼성물산(10.01%) HD한국조선해양(3.91%) 등 모두 36개 기업에 출자하고 있다.

지난해 말 KCC 연결 자산총계는 13조1086억원. 이 가운데 금융자산이 5조1546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39.32%를 차지한다. 반면 본업에 해당하는 유형자산은 3조5255억원이다. 26.89% 비중이다.

KCC는 지난해 2933억원 당기순이익을 냈는데, 금융자산 평가이익이 이보다 많은 3422억원이나 발생했다. 영업이익 4711억원으로 금융자산 평가익을 상회하긴 했지만, 본업 수익 말고도 주식과 같은 금융자산에서 생긴 이익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분 투자한 회사 주가가 상승하면 그만큼 금융수익이 증가해 당기순이익도 늘어난다”며 “지난 3월 말 이후 삼성물산 주가는 50% 이상 증가했으며, HD한국조선해양은 60%가량 올랐다”고 말했다.

KCC 골칫거리는 급증하는 이자비용이다. KCC는 지난 2019년 특수목적법인(SPC) MOM Holding Company를 통해 미국 실리콘 제조업체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즈(이하 모멘티브)’를 인수한 이후 순차입금에 따른 이자 비용부담이 큰 상황이다.

모멘티브 인수 전 연평균 2조원대를 유지한 총차입금은 현재 5조원을 훌쩍 넘었다. 지난해 말 KCC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5조3000억원, 올 1분기 5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른 이자비용은 지난해 말 영업이익의 74%에 달하는 3478억원에 달한다. 올 1분기는 789억원으로 76%를 차지했다.

채무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다소 불안한 수준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5배 미만이면 빚 상환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인데, 지난해 KCC 이자보상배율은 1.35배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 10배에 달하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급락한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KCC는 적극적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올해 주요 보유 토지·투자부동산에 대한 자산 재평가를 완료했다. 토지 재평가 차익 1조2000억원, 투자부동산 재평가 차익 3000억원으로, 자본이 약 1조원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지난해 4분기 160%에서 올 1분기 141%로 감소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말 4억 달러 규모 차입금을 상환하며 전체 인수금융의 25% 상환을 완료, 연간 약 400억~500억원 이자비용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HD한국조선해양 주식을 기초로 교환사채(EB) 8828억원을 발행했다. 기존 대여금 1000억원을 합산해 약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MOM holding company에 출자했다. 이를 통해 국민은행 컨소시엄으로부터 차입한 6438억원 상당 채무와 추가 인수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이다.

박세라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EB 발행으로 연간 이자비용이 약 600억원 줄어들고, 이자보상배율은 1.56배로 개선될 것으로 계산된다”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 보유 지분 매각?
향후 관심 분야는 KCC 자사주 처리 방향이다. KCC는 17%가 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KCC가 주주가치 극대화 방안으로 자사주를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관계자는 “KCC가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경우 BPS(주당순자산가치)가 14% 상향돼 주주가치도 그만큼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KCC가 자사주까지 활용해 밸류업에 나설지는 불분명하다. KCC는 현재 정몽진 회장이 최대주주로 지분 20%를 갖고 있고, 특수관계인까지 합하면 총 35.6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자사주를 포함하면 안정적 경영권 유지가 가능하다. 굳이 자사주를 소각해 경영권을 불안하게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실제 KCC가 발표한 기업가치제고계획에서도 자사주 소각에 대한 언급은 없다. 최근 발행한 EB도 자사주가 아니라 보유하고 있는 HD한국조선해양 주식을 기초로 했다.

저PBR 해소 방법으로 금융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LS증권에 따르면 삼성물산 지분 매각 후 차입금 상환시 연간 약 1233억원 규모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지분 매각 시 약 8200억원 현금이 발생하며, 전액 차입금 상환에 투입할 시 이자비용 509억원 감소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이자비용은 절감하고 순이익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개선해 저PBR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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