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은 올해 1월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됐다. 지난 2018년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1078일 만이다. 이 부회장의 재수감 소식에 회사 내부는 물론 재계에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재계 관계자 대부분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13일 가석방 신분으로 출소했다.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가석방 이후 활발한 경영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재계 기대와 달리 이 부회장은 대외활동을 최대한 자제해왔다.
이 부회장이 ‘뉴삼성’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은 지난 10월 고(故) 이건희 회장 1주기 이후부터다. 그는 고 이건희 회장 1주기 추도식에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고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북미 출장 귀국길에서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위기감을 느꼈다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이 느낀 위기감은 연말 임원인사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진행된 연말 임원인사에서 김기남닫기김기남기사 모아보기 부회장(DS부문장)·김현석 사장(CE부문장)·고동진 사장(IM부문장) 등 대표이사 3인을 교체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안정 대신 ‘세대교체’를 택했다. 그간 그룹의 변화와 쇄신을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지난 북미 출장길에서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 나갈 수 없다”며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가자”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새로운 대표이사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한 한종희닫기한종희기사 모아보기 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과 경계현닫기경계현기사 모아보기 전 삼성전기 사장이 내정되면서 투톱체제로 변화됐다. 경 사장은 DS(반도체)부문장을, 한 부회장은 생활가전(CE)과 무선사업부문(IM) 등을 합친 ‘DX사업부문’의 수장을 맡게 됐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고객 경험’에 방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무선사업부의 명칭을 IM(IT·모바일)에서 ‘MX(모바일 경험)’로, CE와 IM사업부를 통합한 세트 사업부문의 명칭을 ‘DX(디바이스 경험)부문’으로 바꿨다. DX 산하에는 ‘CX-MDE(소비자 경험-멀티 디바이스 경험)’을 신설했다. 차별화된 경험과 서비스로 삼성의 브랜드를 ‘고객 경험’ 중심으로 이끌어가겠다는 것이다.
DX부문장인 한 부회장도 취임 후 첫 임직원에 전달한 메시지에서 “고객의 삶의 가치를 높이고, 그 삶의 여정에 더 풍부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큰 목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삼성의 밑그림을 완성한 이 부회장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삼성의 미래 사업을 위한 경영 행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재계에서는 최근 해외 출장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 연말 중국·유럽 등으로 해외 출장에 다시 나서는 것을 검토 중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현장 경영엔 적극적이지만, 국내 현장 경영은 자제하고 있다. 가석방 신분으로 출소해 취업제한 5년이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재계가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청했던 이유다. 또 매주 목요일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 재판을 받는 등 사법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점도 경영활동의 걸림돌이다.
그는 삼성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를 갖고 있다. 삼성은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파운드리 시장 1위인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3배 이상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대규모 M&A(인수합병)를 통해 파운드리 경쟁력을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생활가전 부문에서는 ‘비스포크’ 브랜드로, 스마트폰에서는 ‘폴더블폰’ 등 차세대 폼팩터 등으로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을 창출하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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