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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뉴삼성’ 위한 바쁜 연말…글로벌 네트워크 다지기

기사입력 : 2021-12-1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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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간 북미 출장 이어 중동 출장까지 나서
글로벌 위기의식, 임원인사·조직개편에 반영
연말 재판부 휴정에 유럽·중국 추가 출장 가능성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CEO(오른쪽).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에서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CEO(오른쪽). 사진=삼성전자
[한국금융신문=정은경 기자]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북미 출장을 시작으로 이달 초 아랍에미리트(UAE) 출장까지 ‘뉴삼성’으로의 변화를 위한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4일부터 24일까지 열흘간의 북미 출장에 나섰다. 이번 북미 출장의 키워드는 ‘뉴삼성’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출장에서 만난 모더나·버라이즌·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구글 등은 삼성이 꼽은 미래사업 글로벌 파트너사이기 때문이다.

모더나와는 바이오 분야에서의 사업 협력을, 버라이즌과는 차세대 이동통신(6G)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아마존과는 인공지능(AI)·반도체·메타버스·클라우드 컴퓨팅 등 차세대 ICT 기술에 대해 논의했다. 또 삼성의 가장 큰 숙제였던 170억달러(약 240조원) 규모의 미국 제2 파운드리 투자 계획도 마무리 지었다.

그는 북미 출장 당시 “단순 추격이나 격차 벌리기로는 안 된다. 가보지 못한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자”고 말했다. 귀국 후에는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니 마음이 무거웠다”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의 위기의식은 삼성전자의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에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7일 진행된 삼성전자 연말 임원인사에선 기존 대표이사 3명을 전면 교체하고, 한종희닫기한종희기사 모아보기 부회장, 경계현닫기경계현기사 모아보기 사장 중심의 투톱 체제로 탈바꿈했다.

또 10년 만에 기존 CE와 IM 사업부문을 세트사업부문으로 통합하고 이를 ‘DX부문’으로, IM사업부는 ‘MX사업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고객 경험’을 최우선으로 삼고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여 글로벌 리더 자리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다.

△지난 2019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찾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그를 맞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9년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찾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그를 맞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북미 출장 이후 12일만인 지난 6~9일 아랍에미리트(UAE) 출장길에 올랐다. 이 부회장이 UAE를 공식 방문하는 것은 2019년 이후 2년 만이다.

그는 UAE에서 귀국 후 “아부다비에서 조그만 회의가 있었다”며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전 세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각 나라나 산업들에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들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언급한 회의는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아 나얀 아부다비 왕세제가 매년 겨울 주관하는 비공개회의로 추정된다. 이 회의에는 글로벌 기업인과 정계 원로들이 참석해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8년에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 등 정치인과 데이비드 M. 루빈스타인 칼라일그룹 공동창업자, 토마스 S. 카플란 일렉트럼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 등 UAE 고위층과 만나 UAE의 5G 네트워크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UAE는 자국 내 5G 통신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연내 전국 인구의 90%에 대한 5G 커버리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미국 정부가 UAE에 무기를 판매하는 대가로 UAE에 구축된 중국 화웨이 통신장비를 철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삼성전자로선 5G 네트워크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기회다.

이 부회장은 그간 UAE 고위층과 5G 사업을 지속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9년 2월 UAE 출장에서도 무함마드 왕세제와 만나 5G 이동통신,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삼성전자와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이 부회장은 무함마드 왕세제를 초청해 5G 통신을 시연하고, 스마트공장을 소개했다. 당시 빈 자이드 왕세제는 방명록에 “인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곳(삼성전자)에서 이뤄지고 있는 혁신과 최신 기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UAE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데 큰 관심이 있으며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들을 응원한다”고 썼다.

아울러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다시 해외 출장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달 27일부터 내년 초까지 서울중앙지법이 2주간 겨울 휴정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도 오는 23일 법원 출석 후 약 20일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EUV(극자외선) 장비를 독점 생산 중인 네덜란드 ASML을 찾아 장비 확보를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에도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버닝크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지난 북미 출장 이후 현지 상황을 보면서 느낀 위기감이 이번 임원인사, 조직개편 등에 반영됐다”며 “최근 이 부회장이 ‘뉴삼성’으로의 도약을 위해 글로벌 리더들과 만나 네트워크 다지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연말 해외 출장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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