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재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진행된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이 부회장을 가석방하기로 결정했다.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형기의 60%를 채웠으며, 모범수로 분류돼 예비 심사를 무난히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 투자 속도 빨라지나…20조 규모 美 파운드리 투자 관심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메모리반도체 1위에 이어 2030년까지 파운드리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투자 비용을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올해 초 이 부회장이 재수감되면서 사실상 삼성전자의 반도체 투자는 중단됐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주목되는 분야는 미국 반도체 투자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미국 내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삼성이 고심하는 동안 경쟁사인 대만의 TSMC는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며 삼성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TSMC는 올해 최대 280억달러(약 30조9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5나노미터 공정의 신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오는 2024년 양산을 앞두고 있다.
점유율 격차도 커졌다. 올 1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을 보면, TSMC는 55%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17%로 2위에 머물렀다. 1, 2위 간의 격차는 약 38%p(포인트) 차이로 크다.
인텔도 지난 3월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삼성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200억달러(약 23조원)를 투자해 오는 2025년까지 업계 선두 자리를 되찾겠다고 밝혔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텔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 의미 있는 대형 M&A 추진 ‘눈길’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발표할 가능성도 크다. 삼성은 지난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눈에 띄는 M&A가 중단됐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대내외 불확실성이 많아 실행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지만, 지난 1월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3년 내 의미 있는 M&A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며 “AI나 5G, 전장 등을 포함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판단되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M&A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가 공개적으로 분야를 특정한 만큼,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네덜란드 NXP를 인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가시화되는 만큼, 차량용 반도체에서 미래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고, 하만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경영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
이 부회장의 가석방이 결정됐지만, 경영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사면이 아닌 조건부 석방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 취업제한에 걸린다. 또 해외 출장 등 자유로운 경영활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재계가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을 요청했던 이유다.
또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으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또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재판도 오는 19일 시작된다. 가석방으로 풀려나도 재수감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주요 경제 단체장들은 오는 1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만나 이 부회장의 사면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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