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세종에 도착하니 거짓말처럼 날이 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주변은 전부 산지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요새’를 연상케 했다. 놀라웠던 건 제자리에서 반 바퀴 이상을 돌아야 할 정도의 건물 규모였다.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입된 인력만 70만여 명이라는 사실이 실감 난 순간이다.
데이터센터에 들어서니 특유의 새 건물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데이터센터의 눈이자 두뇌 역할을 하는 통합관제센터다. 근무자 열댓 명이 데이터센터 운영 상황을 실시간으로 살펴보고 있었다. 네이버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운영 효율화를 위해 관제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다.
노상민 네이버클라우드 데이터센터장은 “각 춘천의 자동 제어율이 30~40%대였다면 각 세종은 거기에 20~30% 더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자동 제어를 구성했다”며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곳에서 원격 제어하고 현장에 있는 인원에게 무전으로 확인 요청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세로는 창고에서 데이터센터의 핵심 자산인 서버의 불출과 적재를 사람 개입 없이 수행한다. 가로가 서버실과 로봇 창고를 오가며 고중량의 서버를 운반해주면, 세로가 서버별로 자산번호를 인식해 제자리에 척척 적재한다. 세로는 위아래로 길게 설계해 면적당 자산 수용량을 높였다. 가로는 400kg까지 적재할 수 있다.
사람의 이동을 돕는 자율주행 셔틀 ‘알트비’도 각 세종 내부를 돌아다닌다. 각 세종에 설치된 총 6곳의 정류장에서 탑승 가능하다. 알트비는 네이버랩스의 풀스택 자율주행 기술로 움직인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제어 장치도 내부에 설치했다. 각 세종 내 모든 로봇과 자율주행 셔틀은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에 구축된 멀티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 ‘아크’를 통해 인프라와 실시간으로 연동된다. 네이버 신사옥 1784에 이어 이곳도 네이버의 또 다른 테스트베드가 될 전망이다.
본격적으로 열린 AI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고전력 서버 수용을 위한 준비도 철저히 했다. 높은 연산 처리에 최적화된 GPU 서버는 기존 서버보다 사이즈 측면에서는 6배 차이가 나지만, 전력 소모량 차이는 20배 이상이다. 이를 고려해 일반 서버실은 11kW, 고전력 서버실은 20kW까지 전력 공급이 가능하도록 랙을 설계했다. 이에 맞춰 네트워크 환경을 다중화했다. 처리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인 밴드위스가 기본 10g에서 최대 랙 당 800G까지 확보돼 있었다.
24시간 쉴 새 없이 가동되는 만큼 서버실 발열 관리도 중요한 요소다. 네이버는 각 춘천부터 찬물이 흐르는 벽에 바람을 통과시켜 온도를 낮추는 기술을 개발해 발전시키고 있다. 각 세종에는 하이브리드 냉각 시스템인 ‘나무 3’을 도입했다. 기후 환경에 따라 직접 외기와 간접 외기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서버실의 열기를 머금게 된 공기는 옥상 외부로 배출한다.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양의 탄소와 전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친환경’이라는 주요 과제를 직면하고 있다. 네이버는 부용산 골짜기를 타고 불어오는 북서풍을 최대한 활용해 서버실 냉방 전력을 절감했다. 서버를 시킨 뒤 발생하는 폐열도 회수 시스템을 통해 활용한다. 각 세종 외벽에 친환경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등 자재도 신경 써서 설계했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왜 세종시일까? 네이버는 어떤 재해에도 안전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 지질까지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각 세종이 위치한 부지는 단단한 화강암으로 구성됐다. 튼튼한 지반 위에 원자력발전소 수준의 내진 설계를 적용했다. 또 주변이 녹지라 화재에 취약한 만큼, 곳곳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자체적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각 춘천부터 이어온 ‘10년 무사고’ 타이틀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번 달 1단계로 오픈한 건 서버동인 ‘북관’이다. 총 3차에 걸쳐 순차적으로 가동될 계획이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하이퍼클로바X 출시와 함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네이버의 클라우드와 AI 비즈니스는 오늘 각 세종 오픈을 계기로 다양한 사업, 국가로의 확장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은 기자 nbjesus@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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