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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맥주·유니클로 잘 팔리는데…‘노 재팬’ 안녕? [사라지는 NO재팬 ①]

기사입력 : 2023-03-07 17:15

(최종수정 2023-03-0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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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불매운동후 한일관계 정상화 움직임
관련업계 "소비자 마음이 중요...더 지켜봐야"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문제를 계기로 악화된 한·일관계가 정부 배상안 발표 이후 봄 바람을 맞고 있다. 코로나 완화 조치도 더해지면서 과거 불매운동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관련 업계에도 긍정적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점차 사라지고 있는 'NO재팬' 현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본 브랜드 맥주 /사진=한국금융신문DB이미지 확대보기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본 브랜드 맥주 /사진=한국금융신문DB

지난 2019년 ‘노 재팬(NO Japan)’ 운동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관련업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대통령이 지난 6일 “강제징용 판결 문제의 해법을 발표하는 것은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고 밝히면서 불편했던 두 나라 관계가 호전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노 재팬’ 소비심리도 점차 옅어지면서 관련업계도 활기를 띄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받아야 할 소송 판결금과 지연이자 등을 우리나라 재단을 통해 우선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공식화했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닫기한덕수기사 모아보기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에서 “한일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미래 세대 중심으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3자 변제안’은 피고 기업인(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 배상을 제외하고, 대신 한국 기업이 모금한 재단을 통해 제3자 변제를 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반쪽짜리’ 해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업계는 한·일관계 정상화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이번 발표가 국민 정서와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따라 ‘노 재팬’ 운동 향방이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배상안이 발표됐다고 해도 결국엔 소비자 마음이 움직여야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번 방안 발표와 관련해 소비자들은 여러 가지 의견으로 나뉘고 있다. 한때 ‘노 재팬’ 운동에 열심히 참여했던 김샛별(32) 씨는 “어느 순간 ‘NO재팬’ 운동에 대해 잊게 됐다”며 “요즘 고물가나 경기침체에 신경 쓰느라 ‘노 재팬’에 대한 관심이 없어졌다. 오히려 주변에서 일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생기니까 ‘나도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반면 지속적으로 ‘노 재팬’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영실(34) 씨는 “정부 배상안 발표로 일제강점기 강제노동자에 대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노 재팬’ 운동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며 “100% 일본 제품을 이용하지 않을 순 없겠지만, 피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건 최대한 해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 2019년 ‘노 재팬’ 운동 어땠나

유니클로는 '노 재팬' 운동으로 2년 동안 60여 곳이 폐점했다. /사진=한국금융신문DB 이미지 확대보기
유니클로는 '노 재팬' 운동으로 2년 동안 60여 곳이 폐점했다. /사진=한국금융신문DB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인 ‘노 재팬’은 한일관계가 악화하기 시작한 지난 2019년부터 본격화했다. 대표적 ‘불매기업’으로 지목된 유니클로는 2019년 7월 당시 매출이 20%이상 감소했다. 당시 190곳에 달했던 유니클로 매장은 ‘노 재팬’ 운동으로 2년 동안 60여 곳이 폐점했다. 혐한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코스메틱 브랜드 DHC는 한국 사업이 크게 위축됐고, 급기야 2021년 한국 사업을 철수했다. 또 다른 코스메틱 브랜드 슈에무라 역시 백화점 매출이 약 20%감소하며 2021년 한국 사업을 종료했다.

일본 브랜드 맥주도 마찬가지다. 한때 국내 시장에서 20%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했던 아사히·기린·삿포로 등 일본 맥주가 '노 재팬' 이후 국내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자취를 감췄다. 불매운동 확산으로 수입맥주 행사에서 일본 주류를 제외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일부 제품은 발주 자체를 중단하기도 했다. 특히 편의점 국가별 수입맥주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던 일본 맥주는 10위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일본행 관광객도 큰 폭으로 줄었다. 2018년 735만명에 달했던 일본행 관광객은 2019년 8~9월 전년 동기간 대비 70~80%감소했다. 코로나 상황 탓도 있었지만 당시 일본 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매국노’라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반일 감정’이 극도로 치달았던 영향이 컸다. 최근 일본 무비자 입국 재개로 일본행 여행객이 늘어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 관련업계가 바라보는 ‘노 재팬’ 운동 향방은

영화 '더 퍼스트:슬램덩크'가 40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사진제공=NEW 이미지 확대보기
영화 '더 퍼스트:슬램덩크'가 40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다. /사진제공=NEW

현재 일본 제품과 관련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맥주는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7일 발표한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1월 일본 맥주 수입액은 전년 동기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편의점에서도 이제 일본 맥주를 쉽게 찾을 수 있다. CU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2월28일~3월6일)간 매출 신장률은 전월 동기 대비 6.0% 늘었고, 전년 동기 대비 239.7%나 늘었다.

일본을 찾는 여행객도 급증했다. 일본 무비자 입국 재개와 ‘엔저현상’이 맞물리면서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을 찾은 149만7000명 중 37.7%인 56만5000명이 한국인으로 가장 많았다.

유니클로는 일찌감치 회복세를 띄었다. 불매운동 1년 만인 지난 2021년,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한동안 축소했던 한국 내 매장도 다시 늘려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2021년 9월∼2022년 8월 매출액은 70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148억 원으로 같은 기간 116.8% 늘었다.

일본에 대한 관심은 영화에서도 드러난다. 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6일까지 관객 385만 7339명을 동원하며 400만 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국내 개봉한 일본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 수다. 영화 인기로 지난달 서울 여의도 영등포구 ‘더 현대 서울’에서 열린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는 ‘오픈런’ 현상이 생길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런 상황이긴 하지만 관련업계 분위기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소비자들 심리 변화가 중요해서다. 무작정 일본 제품을 들여왔다가 부정적 인상을 남길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 결단으로 한일 정상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소비자들 반일 정서와 소비 심리는 아직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유통 채널에서는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며 변화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도 ‘노 재팬’ 운동이 예년보다 확실히 희미해진 게 느껴진다”면서도 “이번 조치가 어떤 감정으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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