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최근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에 300억 원 규모 전략 투자를 단행하며 ‘한국의 엔비디아’를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AI 솔루션 업체 ‘모레(MOREH)’에 이어 두 번째 AI 인프라 분야 전략 투자다.
KT가 이번에 투자한 리벨리온은 2020년 9월 설립된 AI 반도체 스타트업이다. 우수한 개발 인력과 수준 높은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 경쟁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설립 1년 만에 200억 원 규모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 6월에는 620억 원 규모 시리즈 A도 성공했다. 카카오벤처스와 신한캐피탈 등도 과거 1000억 원 규모 자금을 투자한 바 있다.
KT가 AI 반도체에 뛰어드는 이유는 외산 그래픽처리장치(GPU) 의존도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GPU는 동시에 계산하는 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반도체다. 대규모 연산 시 유용하다.
이러한 GPU의 잠재적 대체재로 꼽히는 것이 AI 반도체다. AI 연산에 특화된 성능과 높은 전력 효율을 갖췄다.
특히 AI 반도체는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뿐만 아니라 모바일,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과 융합이 가능하다. 현재 AI 수요도 높다 보니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꼽힌다. 미국을 비롯한 기술 선도국도 AI 반도체를 미래 산업으로 주목하고 있어, 향후 반도체 산업의 중추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지난해부터 AI 반도체 사업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경쟁사 대비 반도체 개발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관련 기술을 보유한 유망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동맹을 맺는 등 역량 확보에 나섰다.
이는 KT의 AI 반도체 사업 확장은 물론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AI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낼 수 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메모리를 했던 회사가 NPU(신경망처리장치)하는 것과 NPU하던 사람들이 NPU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라며 “무엇보다 IDC(인터넷데이터센터) 규모에서 KT가 훨씬 앞서고, 협력사인 모레, 파두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리벨리온에게는 더욱 매력적이었다”며 협력 배경을 밝혔다.
KT의 궁극적 목표는 국내 최초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아우르는 ‘풀스택’ 사업자로의 도약이다.
우선 ▲KT의 AI 인프라·응용 서비스 ▲모레의 AI 반도체 구동 소프트웨어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역량 등을 융합해 GPU 수천장 규모에 달하는 초대규모 GPU 팜을 연내 구축 완료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3년에는 해당 GPU팜에 하이퍼스케일 AI 컴퓨팅 전용으로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를 접목할 계획이다.
KT 관계자는 “AI 반도체가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로봇, 금융DX, 모빌리티(자율주행) 등 KT가 추진 중인 디지코 사업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배한철 KT 전략기획실 제휴협력 P-TF장(상무)은 “KT가 기존 사업과 다른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게 된 것은 디지코 전략의 일환”이라며 “앞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KT가 국내 스타트업들과 손잡고 AI 반도체 동맹을 결성했다면, SK텔레콤(대표 유영상닫기유영상기사 모아보기)은 SK그룹 차원에서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17년부터 AI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난 2020년에는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X220’을 출시한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SK하이닉스, SK스퀘어와 손잡고 팹리스(반도체 설계) ‘사피온(SAPEON)’을 미국에 설립했다.
사피온의 주력 사업은 AI 반도체 개발이다. 사피온은 현재 차세대 제품인 사피온 ‘X330’을 개발 중이며, 내년 상반기 중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도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에 투자하며 AI 반도체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퓨리오사는 올해 하반기 자체 AI 반도체 칩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AI 반도체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고 있지만, 메모리 1등 한국의 AI 반도체 경쟁력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약 56%로 1위지만, AI 반도체가 속한 시스템반도체 점유율은 3%에 그친다.
이에 정부는 AI 반도체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위해 나서기로 했다.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우선 2026년까지 향후 5년간 1조200억 원을 투입하고, 미국 등 선도국과 공동연구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AI 반도체 연합전공(학부)을 3개 대학에 개설하고, 오는 2023년에는 연구 중심의 ‘AI 반도체 대학원’(3개교) 신설 등을 통해 AI 반도체 전문인력도 70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대학·연구소가 최적화된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도록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아울러 국산 AI 반도체 초기 시장 수요 창출을 위해 반도체 최대 수요처 중 하나인 데이터센터를 국산 AI 반도체로 구축하는 사업을 내년 중 신설한다.
AI 제품·서비스 개발에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하고 성능을 검증하는 ‘AI+ Chip 프로젝트’를 신규 추진하고, 지능형 CCTV, 스마트시티 등 각 부처·지자체가 구축하는 공공사업에도 국산 AI 칩이 적용될 수 있도록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 반도체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경제·산업적 가치가 갈수록 높아질 것이며, 메모리반도체·파운드리 분야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선점 가능한 분야”라며 “AI 반도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한편, 시스템반도체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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