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단순히 차를 많이 찍어서 파는 '양적 성장'을 고집하다가 실패를 맛본 만큼, 동남아는 맞춤형 신차·전기차 등 '확실한 전략'을 통해 신성장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동쪽에 위치한 델타마스공단에 2021년말까지 연간 15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짓는다. 이를 위해 약 15억5000만달러(약 1조8240억원)을 2030년까지 쏟아붓는다. 향후 생산규모를 25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를 동남아 자동차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그간 한국 자동차 브랜드의 동남아 진출을 가로막고 있던 것은 관세였다. 그러나 지난 25일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하며 변속기·강판 등 차부품 관세 장벽이 사라졌다. 완성차를 만들어 수출하는 것은 여전히 힘들지만 현지 생산거점을 세워 아세안 각국에 공급하는 길이 열렸다는 의미다.
정 부회장은 "인도네시아는 매우 도전적인 시장이고 시장진출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은 곳"이라면서도 "확실한 전략만 있다면 점유율을 25%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확실한 전략'이란 맞춤형 차량과 친환경차 시장 선점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 B세그먼트에 해당하는 소형SUV와 미니밴(MPV)을 새롭게 개발해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제조업 신흥국인 동남아에서는 소형 차급이 핵심차종이다. 또 전통적으로 SUV·MPV 등 다목적 차량이 인기다. 여기에 현대차는 핵심 소비 타겟인 젊은 층을 겨냥해 음성명령·차량 내 쇼핑 등 IT신기술을 무장한다는 전략이다. 2억7000만명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 평균 연령은 29세에 불과하다.
소형 전기차도 검토 대상이다. 동남아 전기차 시장은 아직 미약하지만 현지 정부가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이날 조코 위도도 대통령도 현대차 친환경차를 둘러본 후 "수소전기차와 전기차가 매우 인상적"이라며 추켜세웠다.
이밖에 현대차는 '동남아 우버' 그랩에 투자하는 등 공유차량 시장 진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투자체결에서 '정의선 체제' 이후 현대차의 글로벌 전략 변화를 읽을 수 있다. 현대차가 2010년대 중국에서 생산공장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양적 성장' 전략을 고집하다가 위기를 맞닥뜨린 경험이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세안 시장 공략을 위해 3년전인 2017년부터 전담조직을 신설해 면밀한 시장 조사를 거쳐 공장 설립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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