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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최주희·송미선·이정애·안정은 여전사들 ‘위기탈출’ 앞장

기사입력 : 2023-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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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 등 위기 기업에 능력 있는 여성CEO 투입
BCG 출신 다수…“더 많은 여성CEO 탄생할 것”

김유진·최주희·송미선·이정애·안정은  여전사들 ‘위기탈출’ 앞장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에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달아 투입되고 있다. 전문성과 경영능력 등 성과를 인정받아 벼랑 끝에 선 기업들을 살리기 위한 ‘구원투수’들이다. 성별을 떠나 능력과 성과에 중점을 둔 기업들 서바이벌 전략이다.

지난 2일 한샘은 김유진 대표를 새로운 수장으로 내세웠다. 낯익은 인물은 아니다. 하지만 할리스커피와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 중인 에이블씨엔씨가 그의 경력을 말해준다. 30대 후반 할리스커피 대표에 올라 가맹점을 직영점으로 바꾼 후 점포 통제력을 통한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에이블씨엔씨에서 그는 비용 효율화작업으로 4년간 적자를 내던 회사를 흑자전환 시켰다. 1981년생 김 대표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를 거쳐 2009년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에 합류했다. 업계 이해도가 빠르고, 효율화 작업에 능숙한 그는 내부에서도 신임이 두터운 인물이다.

현재 한샘은 ‘역대 최대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217억원 영업적자를 냈는데, 이는 2002년 유가증권시장 상장 후 20년 만에 처음 기록한 연간 적자다.

한샘의 올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2억원으로 분기 대비로는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증권가는 이번 성과가 본격적 반등의 시작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평가한다. 김 대표는 그간 ‘위기기업’을 살려낸 해결사로 불린 만큼 ‘한샘의 해결사’로 이름을 날릴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지난 7월에는 ‘만년 적자’ OTT 플랫폼 티빙에 최주희 대표가 ‘구원투수’로 선임됐다. 1980년생인 그는 국내 OTT업계 최초 여성 CEO를 맡게 됐다. CJ그룹 계열사에서는 최연소 대표다.

최 대표 이력은 화려하다. 최근 몇 년 간 ‘핫’하게 떠오른 플랫폼들을 거쳤다. BCG 출신으로 월트디즈니코리아에서 아시아·한국 사업 전략 담당하며 디즈니플러스 국내 론칭 준비를 맡았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세일즈 조직을 총괄 운영하며 3배 이상의 성장을 이끌어냈다. 명품 플랫폼 트렌비에서는 최고사업책임자(CBO)를 맡아 운영 효율화에 집중하며 3년 만에 흑자전환을 성공시킨 인물이다.

티빙은 3년째 영업손실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192억원에 달한다. OTT 경쟁 심화와 콘텐츠 관련 출혈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CJ ENM은 올해 4개 사업 조직을 개편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다. 업계는 최 대표가 디즈니코리아 론칭을 주도하고, 명품 플랫폼의 흑자전환을 이끌어내는 등 어려운 상황에서 긍정적 성과를 이뤄낸 만큼 티빙에서 보여 줄 그의 능력에 기대를 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터널을 지나 엔데믹을 맞고 있는 하나투어는 지난해초 송미선 대표 1인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송 대표는 2020년 김진국 대표와 각자 대표체제를 이루며 처음 하나투어에 몸을 담았는데, 당시 하나투어 설립(1993년) 이후 첫 여성 대표로 선임돼 관심을 받았다.

1976년생 송 대표는 2001년 BCG에 입사해 20여 년간 금융기관과 산업재, 통신기술 분야 관련 컨설팅 업무를 담당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여행업계 경력은 없었지만 송 대표는 과감했다. 3년간 적자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하나투어를 살리고자 면세점과 호텔사업 철수, 인사동 본사 사옥 매각, 인력 감축 등 대대적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동시에 새로운 CI 도입과 플랫폼, 상품 고도화 등으로 경쟁력 강화에도 집중했다.

체질개선에 힘쓴 결과 하나투어는 올해 실적개선에 성공했다. 상반기 해외여행 판매액은 1조2281억원으로, 지난해(6105억원)보다 2배 이상 상승했고, 1분기 영업이익은 56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나투어가 흑자전환한 것은 2019년 3분기 이후 무려 3년 6개월 만이다.

LG생활건강의 이정애닫기이정애기사 모아보기 사장은 LG그룹 첫 여성 CEO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 사장은 신입사원 공채 출신에서 마침내 첫 여성 사장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이 사장은 그야말로 ‘LG생활건강 통’이다. 1963년생인 그는 1986년 LG생활건강에 입사한 이후 생활용품사업부장, 럭셔리화장품사업부장 및 Refreshment(음료)사업 등에서 두루 실무경험을 쌓아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밝은 인물이다.

LG생활건강은 중국 봉쇄와 중국 소비 회복 지연으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 사장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LG생활건강 전체 구성원이 ‘원 팀(One Team)’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소통’하는 리더십에 집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LG생활건강 상황은 여의치 않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3조49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038억원으로 22.5%나 하락했다. 업계는 이 사장이 화장품과 생활용품, 음료 등 LG생활건강의 3가지 주요 사업 영역에 모두 정통한 만큼 앞으로 보여줄 성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11번가에서는 안정은 대표가 하형일 사장과 각자 대표 체제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11번가 첫 여성 CEO인 그는 야후코리아를 거쳐, 네이버 서비스기획팀장, 쿠팡 PO(Product Owner)실장, LF e서비스기획본부장을 역임한 이커머스 기획 전문가다. 11번가에는 지난 2018년 신설법인 출범시기에 합류해 이후 서비스 총괄 기획과 운영을 담당했는데,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와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라이브11’, 동상상 리뷰 ‘꾹꾹’ 등 차별화 된 서비스를 내놨다.

올 상반기부터 데이터 기반으로 가격 할인 구조를 변경하는 등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고 신규 광고상품 개발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했다.

그 결과 11번가의 거래액 대부분을 차지하는 오픈마켓 사업 기준 올 상반기 영업손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290억원 이상 개선됐다.

‘유리천장을 깨부순 여성 CEO’ ‘최초의 여성 CEO’ 등 수식어를 달고 전면에 나선 이들의 어깨는 무겁다. 특히 악조건 속에서 경영성과를 내야하는 만큼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객 중심 경험과 소통 능력, 전문성 등 장점을 두루 갖춘 여성 리더들 성과는 더 많은 여성 CEO들을 배출해 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 여성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앞으로 여성 리더는 더 많아질 것”이라며 “성별을 떠나 개개인 능력이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에 혁신적 도전성을 바탕으로 움직인다면 더 많은 여성 CEO가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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