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산업이 여전히 만만치 않은 위기가 남았다는 게 이유다. 국내 석유화학 경쟁사보다 더딘 친환경 전환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롯데케미칼은 국내 대형 석유화학사 가운데 특히 기초소재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이다. 이 회사가 전자공시시스템에 보고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소재 사업부 매출 비중은 81.6%에 달한다. 석유화학 경쟁사인 LG화학(31.6%)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기초소재는 석유화학 기초유분인 에틸렌·프로필렌과 이를 바탕으로 만드는 플라스틱, 섬유·건설 소재를 포함하는 전통적 석유화학 사업부다. 국내를 대표하는 굴뚝 산업이자 주력 수출 제품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석유 가격 상승으로 인한 원가 경쟁력 하락,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 등으로 현재 업황은 최악인 상황이다.
이로 인해 석유화학 사업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은 2021년 1조5456억원에 이르던 영업이익이 2022년 영업손실 7626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LG화학 영업이익은 5조264억원에서 2조9957억원으로 68% 가량 급감했지만 흑자를 지킨 것과 비교된다.
올해 중국 시장이 문을 다시 열었음에도 사업 전망이 어둡다는 점도 문제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현지 업체 대규모 증설 계획이 올해부터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LG화학은 1990년대 중반부터 배터리 사업을 준비해 지난 2020년 글로벌 1·2위를 다투는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키워 성공적으로 독립시켰다. 여기에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글로벌 신약 등 3대 신성장 사업에 2025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해 매출 30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비전도 발표했다. 기존 석유화학 사업은 최근 여수 NCC(납사분해설비) 2공장 가동중단과 인력 재배치를 검토하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한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 석유화학 자회사 SK종합화학은 사명을 SK지오센트릭으로 고쳤다. SK 울산CLX에 있는 NCC와 합성고무 제조공정(EPDM)도 2020년 가동을 중단했다. 대신 재활용 플라스틱 분야로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2050년까지 탄소에서 그린사업으로 전환하는 계획에 포함된 과정이다.
이와 달리 롯데케미칼이 세운 탈탄소 전략은 다소 보수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당장 롯데케미칼은 약 5조1000억원을 투입해 인도네시아 반텐주에 NCC를 건설하는 초대형 석유화학 단지 조성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미국루이지애나주에 3조6000억원을 투입해 ECC(에탄분해설비) 등 석유화학단지를 건립했다. 석유 가격이 저렴한 미국에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신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동남아시아에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롯데케미칼도 ‘탈탄소‘ 사업에 전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오는 2030년까지 배터리·바이오·재활용소재, 수소 사업을 매출 12조원(비중 24%)까지 키우겠다는 비전을 지난 2020년 발표했다.
그 시작은 2조7000억원에 올초 전격 인수를 완료한 배터리 소재 동박 기업 롯데에너지머터리얼즈(옛 일진머터리얼즈)가 있다. 자회사 롯데정밀화학을 통해서는 수소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완전한 사업구조 전환을 추진하는 LG·SK와 달리, 롯데케미칼은 여전히 기존 석유화학 사업을 높은 비중으로 가져가면서 신사업 진출도 동시에 모색하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최근 현금창출력이 떨어진 데다가 신사업 성과도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재무구조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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