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은 삼성전자가 무려 9조원대 거액 현금으로 인수한 미국 기업으로, 인수 당시 국내 M&A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할 정도 초대형 빅딜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인수 후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삼성의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는 역대 1분기 가운데 최대 실적이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30%나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하만이 1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하만은 삼성전자가 지난 2016년 80억 달러(9조4000억원)를 들여 인수한 기업이다. 당시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였다.
삼성이 하만을 이렇게 많은 금액을 주고 사들인 이유는 뭘까? 하만은 1980년 하만카돈을 모체로 미국에서 설립된 세계적인 음향 전문 기업이었다. JBL, AKG, 하만 카돈, Infinity, dbx, 마크 레빈슨, 렉시콘, Arcam 등 음향 분야 유명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하만은 2000년대 들어 카오디오 시스템을 공급하며 구축한 완성차 업체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커넥티드카용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보안, OTA(무선통신을 이용한 SW 업그레이드) 솔루션 등 전장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당시 삼성은 “하만 인수를 통해 연평균 9% 고속 성장하는 커넥티드카용 전장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삼성 기대와 달리 하만은 인수 첫해부터 영업이익이 역성장했다. 2016년 하만 영업이익은 약 6800억원을 기록했지만, 삼성 인수 후 이듬해인 2017년 영업이익은 574억원으로 전년 대비 91.6%나 급감했다.
이후 영업이익을 1617억(2018년), 3223억원(2019년)으로, 영업이익률도 0.8%에서 3.2%까지 끌어올렸지만, 2020년 코로나 확산 여파로 영업이익이 다시 555억원까지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0.6%로 급감했다.
당시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자동차 제조사 생산에 차질이 생겼고, 동시에 재고가 늘면서 타격을 입었다. 전장 시장의 성장세를 바라보고 다양한 업체들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신규 고객사 확보로 어려워졌다.
하만의 실적이 반등하기 시작한 건 2021년부터다. 매출 10조399억원, 영업이익 5990억원을 기록한 것. 영업이익률도 5.9%까지 끌어올렸다. 지난해에는 영업이익 8800억원, 영업이익률 6.6%를 기록하며 삼성 인수 직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업계에선 카오디오 성과도 있었지만, 삼성전자 소프트웨어·IT 기술과 시너지 효과를 이룬 ‘디지털 콕핏’과 텔레매틱스(자동차용 무선통신) 집중한 것이 결실로 이어졌다고 평가한다.
앞으로 하만에 열릴 길이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디지털콕핏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점유율이 매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콕핏 시장에서 하만 점유율은 2019년 25.8%, 2020년엔 27.5%까지 올랐지만, 2021년 25.3%로, 지난해에는 24.7%까지 떨어졌다. 기존 전장업체들이 디지털콕핏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이에 하만은 단순히 디지털콕핏 장비 공급을 넘어 솔루션을 공급해 전장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일환으로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열린 CES 2023에서 하만과 협업한 차량용 솔루션 ‘레디 케어’와 ‘레디 튠’을 공개했다. ‘레디 케어’는 운전자 상태를 인지해 안전한 운전상태를 돕는 솔루션이다. ‘레디 튠’은 차별화된 개인 맞춤형 사운드 경험을 제공하는 카오디오 솔루션이다. 이는 올리버 집세 BMW 회장이 “인상 깊다”며 극찬한 솔루션이기도 하다.
고객사도 지속적으로 넓히고 있다. BMW,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에 이어 올초 페라리에 디지털콕핏 ‘레디 업그레이드’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만은 오디오 사업의 경우 차별화된 제품과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온·오프라인 매출을 확대하고, 전장 사업의 경우 디지털콕핏과 카오디오 중심으로 수주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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