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손 회장의 임기가 이달 말 만료됨에 따라 지난달 14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최고경영자(CEO) 인선 절차에 돌입했다.
농협금융은 지배구조 내부규범상 경영승계 절차가 개시된 날로부터 40일 이내에 최종 후보자 추천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임추위는 늦어도 이달 20일께 차기 회장을 내정할 전망이다. 임추위가 차기 CEO를 추천하면 농협금융과 각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당초 농협금융 안팎에서는 손 회장이 무난히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손 회장은 현 은행연합회장인 김광수닫기김광수기사 모아보기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해 1월부터 농협금융을 이끌고 있다. 1962년생으로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젊은 편이다.
손 회장 임기 첫해인 지난해 농협금융은 전년 대비 32% 증가한 2조2919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출범 10년 만에 순이익 2조원 시대를 열었다.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8.1% 늘어난 1조9717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썼다.
손 회장은 농협금융의 디지털과 글로벌 부문 경쟁력 제고 등 성장 기틀 마련을 이끌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농협금융 회장 선임의 경우 농협중앙회의 의중이 중요하다는 점은 변수로 꼽혀왔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중앙회장이 인사권을 쥐고 있다. 손 회장은 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를 오가며 경력을 쌓았고 이성희닫기이성희기사 모아보기 농협중앙회장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업계에서는 5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외풍에 취약한 농협금융에 정권의 입김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첫 회장 인사인 만큼 정부 측 인사로 회장이 교체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농협금융은 2012년 출범 이후 관료 출신 회장을 기용해왔다. 농협맨 출신인 신충식 초대 회장을 제외하면 신동규(행시 14회) 2대 회장, 임종룡(행시 24회) 3대 회장, 김용환(행시 23회) 4대 회장, 김광수(행시 27회) 5대 회장까지 모두 경제관료 출신이다. 손 회장은 신 초대 회장 이후 두 번째 내부 출신 인사다.
실제 임추위가 검토하고 있는 회장 후보 리스트에 전직 관료 출신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새로운 회장 후보로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1959년생인 이 전 실장은 행정고시 26회로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재정부 2차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캠프를 거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특별고문으로 참여했다.
이 전 실장은 윤 정부 출범 이후 경제부총리와 산업은행 회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현재는 서울장학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적 등 성과만 놓고 보면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었으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면서 “관료 출신 인사가 영입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연임이 힘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과 함께 권준학 농협은행장, 김인태 농협생명 대표, 강성빈 NH벤처투자 대표의 임기도 이달 말 만료된다.
권 행장은 사상 최대 순이익과 디지털 금융 혁신, 투자은행(IB) 중심 글로벌 진출 확대 등 농협은행의 성장세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권에서는 손 회장이 연임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권 행장도 임기를 맞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례를 따라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역대 농협은행장 가운데 연임에 성공한 사례는 이대훈 전 행장이 유일하다. 2018년 취임한 이 전 행장은 1년의 짧은 임기 후 1년씩 두 차례 임기를 연장한 바 있다. 이 외 대부분 행장은 1~2년의 본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농협은행장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다른 CEO 등과 맞물려 선임되는 만큼 결국 농협중앙회 인사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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