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김관주 기자] 이는 최근 만난 금융권 관계자의 말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등장한 금융권 4대 천왕은 어윤대 KB금융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 등을 지칭한다.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고 알려진 이들은 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특히 관치금융 논란은 끊임없이 불거졌다.
다만, 김지완닫기김지완기사 모아보기 BNK금융 회장이 임기를 완주하지 못하고 떠난 가운데 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도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 외풍 논란이 불고 있어서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김지완 BNK금융 회장이 아들이 다니는 회사를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로 인해 김 회장은 금융감독원의 조사까지 받게 되자 임기를 약 5개월 남기고 서둘러 사임했다.
여기에 갑작스러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중징계로 관치금융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손 회장은 지난 9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문책 경고를 받았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이례적이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시기다.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위가 1년 7개월 동안 미뤄왔던 결정을 속전속결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지배구조법을 보면, 문책 경고 이상의 제재를 중징계를 받을 경우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다음 날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감원장 입에서는 ‘현명한 판단’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는 “지금은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해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시점”이라고도 덧붙였다.
사실상 손 회장에게 ‘소송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손 회장은 불복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이 집행 정지 신청을 인용할 경우 징계 효력이 정지돼 내년 3월 연임을 노릴 수 있다.
다만 이 금감원장은 “정치적 외압은 없었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제가 다른 전문성은 없다고 하더라도 외압에 맞서는 건 20여 년간 전문성을 가지고 해왔던 분야”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다음 행보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 금감원장은 지난 14일 국내 10개 금융지주 중 오너가 있는 메리츠와 한국투자를 제외한 8곳(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DGB·JB)의 이사회 의장을 일제히 소집했다. 8개 금융그룹 대부분은 이른바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는 지배구조를 가졌다.
이 금감원장은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이행하는 분이 지휘봉을 잡고 운영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분이 운영한다는 운영한다는 경우를 상정해 볼 때 후자에 감독 권한을 더 타이트하게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금융당국의 입맛에 맞게 CEO 후보군을 추리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이 금감원장의 발언은 차기 수장 인선 절차를 시작하는 금융사에겐 압박으로 작용한다. 당장 신한금융은 진옥동 행장, 농협금융은 손병환 회장과 권준학 행장의 임기가 다음 달 만료된다. 내년 3월에는 조용병닫기조용병기사 모아보기 신한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등 임기가 끝난다.
연말 금융권 CEO 인사 시즌을 앞두고 곳곳에서 수근대고 있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관치에 대해서 “아니다”며 선을 긋는 중이다. 그러나 그들이 내뱉은 말들을 고려하면 금융권 관계자의 4대 천왕 재현 우려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현재 국내 경제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시대 속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럴 때일수록 금융당국 수장들은 업계의 불안을 불식시키고 함께 산적한 현안을 풀어가야 한다. 우려가 우려로 끝나길 기대해 본다.
김관주 기자 gjo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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