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부터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 수장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된다. 한국금융신문은 연임 기로에 선 각 최고경영자(CEO)의 재무·비재무 성과 등을 심층 분석해 인사 향방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NH농협금융지주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인선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권준학닫기권준학기사 모아보기 NH농협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주목된다. 권 행장은 사상 최대 순이익과 디지털 금융 혁신, 투자은행(IB) 중심 글로벌 진출 확대 등 농협은행의 성장세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전례를 따라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지난 14일 임원추천위원회를 가동해 CEO 경영 승계 절차를 개시했다. 권 행장은 손병환닫기손병환기사 모아보기 농협금융 회장과 함께 오는 12월 31일 임기가 만료된다.
농협금융 지배구조 내부 규범에 따라 경영 승계 절차가 개시된 날로부터 40일 이내에 최종 후보자 추천 절차가 마무리돼야 한다. 임추위가 차기 CEO를 추천하면 농협금융과 각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금융권에서는 권 행장의 경우 손 회장과 함께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월 취임한 권 행장은 일선 영업현장과 본부 기획·마케팅부서를 두루 거쳤다.
권 행장은 1963년생으로 경기 평택고, 경희대를 졸업하고 1989년 농협에 입사했다. 농협은행 퇴직연금부장과 개인고객부장, 경기영업본부 본부장,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 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권 행장은 농협금융 경기영업본부장 재임 시절에도 영업점 현장경영을 200회 이상 실시하는 등 일선 영업 현장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은행권 ‘디지털 전문가’로도 꼽히는 권 행장은 퇴직연금부장 재임 시절 빅데이터 기반의 퇴직연금 전용 로보어드바이저 ‘NH로보-프로’를 도입해 자산관리(WM) 서비스 고도화에 힘썼다.
개인고객부장 때는 ‘정(情) 마케팅’을 통한 고객 접점 확대를 추진했다. 권 신임 행장이 주도해 도입한 ‘농협금융 통합우수고객제도’를 다른 계열사로 확대했고, ‘지역 청소년금융교육센터’ 확대 설치를 통해 고객 서비스 저변을 넓혔다.
실제로 권 행장은 취임 후에도 현장 소통 경영에 집중해왔다. 행장 자리에 오른 권 행장은 취임식을 대신해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청년 스마트팜 농가 ‘팜엔조이 농장’을 방문해 금융지원 현황과 개선 의견 등을 청취했다. 매주 디지털혁신캠퍼스로 출근하는가 하면 직접 강사로 나서 디지털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하기도 했다.
탄탄한 인맥도 권 행장의 강점이다. 경기도 평택 출신인 권 행장은 이성희닫기이성희기사 모아보기 중앙회장과 함께 농협 내 경기도 인맥의 핵심 라인이다. 권 행장을 중앙회 내부를 총괄하는 기획조정본부장(상무)로 발탁한 것도 이 회장이다. 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은 중앙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내부 조직을 전담하는 중앙회의 핵심 자리다.
◇ 비이자이익 부진은 약점…디지털 플랫폼·글로벌 IB 공들여
권 행장은 취임 후 실적으로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권 행장 취임 첫해인 지난해 농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5556억원으로 전년 대비 13.5% 증가했다. 기존 역대 최대 실적이었던 2019년(1조5171억원) 기록을 2년 만에 갈아치웠다.
올해도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올 3분기 누적 농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459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0% 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그룹 당기순이익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71.9%에 달한다.
농협은행의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5조29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8% 증가했다. 순이자마진(NIM, 카드 제외)은 작년 3분기 1.43%에서 올 3분기 1.55%로 0.12%포인트 상승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자산 리프라이싱 효과와 운용자산수익률 개선의 영향이다. 효율적 대출자산 운용과 저원가성 핵심예금 증대를 통한 조달비용 완화 등 수익기반 강화로 NIM 개선이 지속되고 있다고 농협은행 측은 설명했다.
원화 예수금과 대출자산은 3분기 기준 각각 305조2668억원, 265조25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5.1% 늘었다.
권 행장은 대출 포트폴리오도 균형도 꾀했다. 3분기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98조27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5% 성장했다.
소호·중소기업 여신의 견조한 성장이 이어진 가운데 대기업 여신 수요도 늘어난 영향이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잔액이 133조4513억원으로 1.5% 줄어든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가계대출에 편중된 대출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대출을 늘린 결과로 풀이된다.
권 행장은 취임 후 ‘고객 중심의 디지털 금융 선도은행’을 경영 키워드로 제시하고 디지털 혁신을 핵심 경영 과제로 추진해왔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8월 통합결제플랫폼인 ‘NH 페이(Pay)’를 선보였다. 작년 말에는 마이데이터 시행을 앞두고 은행권 최초로 마이데이터 서비스 기능 적합성 심사를 통과한 뒤 ‘NH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선보였다. NH마이데이터는 출시 7개월 만에 고객 100만명을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권 행장은 올해도 디지털금융 플랫폼 경쟁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올원뱅크 내 금융계열사 핵심 서비스를 연계해 업권 간 장벽을 초월한 종합금융 플랫폼을 만드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6월 대표 앱인 ‘NH올원뱅크’를 각 NH농협금융 계열사 핵심 서비스를 단절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전면 개편했다. 뱅킹 앱에서 은행뿐 아니라 보험·증권 등 금융 서비스와 실생활과 연계된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 제공한다. NH올원뱅크 고객 수는 2019년 말 421만명에서 올 8월 말 기준 867만명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농협은행은 현재 올원뱅크에 계열사 핵심 서비스를 연계하고 생활 금융 서비스를 확대해 차세대 플랫폼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부터 통합테스트를 진행해 12월에는 내부직원과 고객패널 등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테스트(CBT)를 진행하고 내년 1분기 차세대 시스템을 오픈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NIM 상승으로 이자이익이 늘고 있지만 비이자이익의 경우 성과가 더딘 상황이다.
농협은행의 올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330억원으로 작년 3분기(1390억원) 대비 76.3% 줄었다. 수수료이익이 5625억원에서 5196억원으로 7.6% 감소했고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 이익이 2551억원에서 1536억원으로 39.8% 쪼그라들었다.
권 행장은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글로벌 IB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권 행장은 올해를 농협은행 주요 해외거점 확보와 국외 수익센터로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진출국별 맞춤형 사업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초 미국 뉴욕지점에 IB 데스크를 설치했고 홍콩 지점과 런던 사무소도 개설했다. 올해는 호주 시드니지점을 개점해 본격적인 글로벌 IB 사업 활성화에 나선다.
◇ 연임 무게 속 농협중앙회 인사 촉각
농협은행장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다른 CEO 등과 맞물려 선임되는 만큼 농협중앙회 인사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농협은행장 가운데 연임에 성공한 사례는 이대훈닫기이대훈기사 모아보기 전 행장이 유일하다.
2018년 취임한 이 전 행장은 1년의 짧은 임기 후 1년씩 두 차례 임기를 연장한 바 있다. 이 외 대부분 행장은 1∼2년의 본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차기 농협은행장 내부 후보로는 임동순 수석부행장이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임 수석부행장은 농협은행의 사실상 2인자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지난해 1월 부행장으로 승진 발탁된 뒤 인사(HR)와 신탁부문을 맡으며 사업 추진 목표 달성에 기여했다. 올해 초부터는 경영기획부문장을 맡으며 최고재무책임자(CFO)도 겸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에서는 배부열 부사장과 김용기 부사장이 하마평에 오를 수 있다. 지주 부사장직은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차기 계열사 CEO 직무를 수행하기 직전 관문으로 거론된다.
배 부사장은 농협금융의 핵심 인재로 꼽힌다. 1995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배 부사장은 금융기획부 성과평가팀, 대구금융마케팅을 거쳐 2012년부터 농협은행 재무관리부 IFRS·ALM팀장, 종합기획부 재무기획팀장, 성당지점장, 대구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으로부터 역량을 인정받아 2020년 말 김인태 부사장(현 농협생명 대표) 후임으로 낙점되면서 은행 본부장급에서 지주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배 부사장은 4명의 부사장 중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자리인 경영기획부문을 맡아 그룹 재무·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농협중앙회 기획실 금융구조팀 팀장, 농협금융지주 재무기획팀 팀장, 농협은행 NH금융PLUS 대치역센터 센터장, 글로벌사업부 부장 등을 지냈다. 올 1월 사업전략부문장(부사장)으로 승진해 농협은행 글로벌사업부문장을 겸임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에서는 이석용 기획조정본부장 상무가 언급된다. 이 상무는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뒤 농협은행 수탁업무센터장, 서울영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올 1월부터 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을 맡고 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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