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5일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21조5466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13조3190억원 증가했다.
올해 들어 정기예금 증가 규모는 166조6107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증가폭(40조5283억원)을 4배 이상 웃돌았다.
정기예금 잔액이 빠르게 늘고 있는 건 정기예금 금리가 급등한 영향이 크다. 주요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최근 5%를 돌파했다.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과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은 연 5.00%의 금리가 적용된다. 부산은행의 부산은행 ‘더(The) 특판 정기예금’과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의 경우 각각 4.95%, 4.90%의 이자를 준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면 은행에 1억원을 맡겼을 때 받을 수 있는 연이자는 500만원에 달한다. 이자소득 과세(15.4%)를 감안해도 423만원을 이자로 챙길 수 있다. 매달 35만원 이상이다.
또 금융당국이 채권시장 자금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은행권에 은행채 발행 자제를 요청한 만큼 자금조달을 위해 예금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정기예금에 뭉칫돈을 맡기는 고액 자산가도 늘고 있다. 주요 은행 프라이빗뱅킹(PB) 센터에서는 지금과 같은 금리 인상기에 유망한 투자처로 예금을 추천하고 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내년은 워낙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고 안 좋은 소식이 많아서 일단 정기예금이 유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기예금은 원금 손실 없이 중간에 해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추후 어떤 일이 생겨서 투자기회가 생긴다면 현금성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현재 3개월 정기예금만 하더라도 거의 4% 금리를 주고 1년짜리는 5% 수준까지 돌파했다”며 “3개월, 6개월, 1년 등으로 기간을 분산해서 정기예금을 유지하면서 시장 추이와 투자 기회를 보다가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분할 매수에 들어가고 국채나 신종자본증권도 일부씩 담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은행 예금금리 인상폭이 이전보다는 줄어들면서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몰리는 속도도 점차 누그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에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가계와 기업의 부담을 가중할 수 있고 은행이 시중자금을 빨아들여 제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오는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전망에는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제기되면서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한몫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11월 FOMC에서 연준이 속도 조절을 언급한 가운데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의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시장은 12월 FOMC에서의 0.05%포인트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로 한은의 빠른 금리 인상 필요성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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