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는 올해 학계 출신 일색보다는 주요 사업 분야에 경력이 있는 인사를 영입하며 이사회 전문성을 높였다.
사외이사 영입, 학계 출신→전문 인사 변화…인원수도 확대
14일 한국금융신문 이사회 인물뱅크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 3월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선임한 사외이사는 총 9명이다.신한금융은 지주와 자회사에서 통산 9년의 임기를 채운 성재호 이사와 사임 의사를 밝힌 이윤재 이사의 퇴임으로 최영권 전 우리자산운용 대표이사와 송성주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교수를 새로 선임했다.
신한금융은 최 이사가 자본시장과 ESG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의 자본시장 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성주 이사의 경우 미국 시카고 대학교에서 통계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금융공학 및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금융통계를 연구한 전문가다.
신한금융의 사외이사 수와 구성 비율은 작년 수준으로 유지된다.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 신한금융 회장은 2018년 9명에서 2022년 12명까지 늘어난 사외이사 규모를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다시 9명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 사외이사 구성은 사모펀드 추천 인사 3명, 재일교포 추천 인사 3명,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추천 인사 3명으로 균형을 맞추게 됐다.
올해 들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EQT프라이빗캐피털이 신한금융 지분을 대량 매각하면서 이사회 경영 참여 자격을 잃은 점은 변화된 부분이다. 최근 두 사모펀드 모두 지분율이 2%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사외이사 추천권을 상실했다.
앞서 신한금융은 2019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인 IMM PE에서, 2020년에는 글로벌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EQT프라이빗캐피털(전 베어링PEA)에서 투자를 유치하면서 이들이 추천한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사모펀드의 사외이사 추천권은 없어졌지만 신한금융은 사모펀드 추천 사외이사 3명 모두 연임을 추천했다.
다만 사모펀드 경영 참여는 종료되면서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해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사모펀드가 추천한 사외이사는 곽수근 사외이사(IMM PE 추천), 이용국 사외이사(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최재붕 사외이사(EQT프라이빗캐피털) 등 총 3명이다.
하나금융은 4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해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많은 신규 사외이사를 영입했다. 신임 사외이사 전문 분야는 세무·회계 2명, 정보기술(IT) 1명, 글로벌 1명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기존 이정원, 박동문, 이강원 사외이사 3명은 재선임되면서 하나금융 사외이사는 기존 8명에서 9명으로 늘었다.
전체 사외이사 중 현직 교수는 기존 4명(양동훈·허윤·원숙연·이준서)에서 3명(원숙연·이준서·이재민)으로 줄어 비중이 50%에서 33%로 낮아졌다.
이사회 안건 100% 가결…모범관행 로드맵 해결책될까
4대 금융지주가 사외이사 전문성을 높이고 인원을 확대하는 움직임은 금융당국의 주문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금융지주는 지난달 금감원에 지배구조 모범관행 이행계획(로드맵)을 제출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지배구조 모범관행(best practice)을 발표하고 ▲사외이사 지원조직과 체계 ▲CEO 선임과 경영승계절차 ▲이사회 구성 집합적 정합성과 독립성 ▲이사회와 사외이사 평가체계 등과 관련한 30개 핵심원칙을 제시했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본연의 업무를 다 하지 못한 채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한국금융신문이 지난해 4대 금융 이사회(이사회 내 위원회 포함)에 상정된 총 373개 안건을 분석한 결과 KB·신한·우리금융에서는 가결율이 100%였다.
하나금융의 경우 단 2건의 안건이 조건부 가결로 통과됐다.금융당국은 ‘주인 없는 회사’인 금융지주의 이사회가 거수기로 전락하면서 회장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지배구조가 자리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이달 말부터 각 금융지주 이사회와 면담을 진행하고 지배구조 로드맵 보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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