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손 회장 제재안이) 그동안 너무 지체되고 있다는 국회 지적도 있고, 지금 시장이 많이 어렵긴 하지만 핑계 대고 모든 걸 미뤄둘 순 없으니 해야 할 것은 해야겠다는 판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라임 펀드 사태는 지난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며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에 들어있던 주식 가격이 폭락해 환매 중단이 벌어진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약 1조6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금융위는 지난 7일까지 총 여섯차례에 걸쳐 안건소위원회를 열고 제재안을 논의했다. 안건소위는 제재 대상자와 금감원 검사국의 진술을 대심제 형식으로 번갈아 들으며 대립하는 양측의 주장을 세세히 검토하는 과정이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경고 이상은 3~5년 금융사 취업이 제한하는 중징계다. 손 회장이 원안대로 금융위에서 문책 경고의 제재를 받으면 연임이 어려워질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흥국생명이 해외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 결정을 번복한 것과 관련해선 “대응 과정에서 조금 더 선제적으로 하고 항상 플랜B를 갖고 있어야겠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미국 금리 인상, 국제 정세 등으로 자산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정부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며 “흥국생명이 지난 1일 콜옵션 행사를 안 하겠다고 발표했고, 문제가 될 것 같아서 금융위가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해명이 안 될 것 같아 미리 준비한 것으로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흥국생명이 9일 콜옵션 행사를 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결됐다”며 “흥국생명도 대주주 증자로 재무 건전성을 해결하겠다고 해 대외 신뢰도가 제고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 유동성 위기 시 금융당국의 개입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정부뿐 아니라 누구든지 시장에 개입하면 왜곡이 나올 수밖에 없으므로 시장 스스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지금은 자산 가격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금감원, 시장과 함께 자금 동향을 체크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고 신용등급(AAA)의 한전채 발행과 관련해선 “지금은 채권 시장이 불안한 상황이라 전에 나오지 않던 한전채가 갑자기 나오는 것도 문제 될 수 있다”며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도록 공사채, 은행채, 지방채까지 분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전도 자금조달이 필요한데, 한전채를 채권 시장에서 다 조달하면 서로 어려워질 수 있다”며 “발행 시점을 분산하고 일부는 은행 대출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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