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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이 독점 중계한 축구 한일전, SKB에서 볼 수 없었던 까닭?

기사입력 : 2022-06-15 09:16

(최종수정 2022-06-1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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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갑질? 콘텐츠 갑질? 가입자만 골탕

SK브로드밴드와 CJ ENM이 tvN스포츠 개국을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사진제공=픽사베이이미지 확대보기
SK브로드밴드와 CJ ENM이 tvN스포츠 개국을 놓고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사진제공=픽사베이
[한국금융신문 나선혜 기자] 얼마 전 대한민국 U-23 대표팀의 AFC 아시안컵 경기가 끝났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일본에 0대3으로 지며 8강에서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죠.

경기는 CJ ENM TV 채널 'tvN스포츠'와 OTT 서비스 '티빙(TVING)'이 독점 중계했습니다. 들어는 보셨나요? tvN스포츠. 지난달 20일 CJ ENM이 개국한 새로운 스포츠 전문 채널입니다. 이 채널의 전신은 요리∙라이프스타일 채널 '올리브'였습니다. 이번 채널 개국을 통해 tvN은 ▲tvN드라마(DRAMA) ▲tvN쇼(SHOW) ▲tvN스토리(STORY) ▲tvN스포츠(Sports)로 브랜드를 통합하고 라인을 강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2019년 U-20 월드컵 준우승을 했던 U-23 대표팀 경기를 SK브로드밴드(이하 SKB) 가입자들은 볼 수 없었던 거죠. 현재까지 양사가 콘텐츠 사용료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CJ ENM 관계자는 "여러차례 협의했지만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빠른 시일 내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SKB 관계자도 "현재까지 콘텐츠 사용료에 대한 합의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도대체 두 회사 사이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한일전 보기 어려웠던 이유…CJ ENM의 과도한 콘텐츠 수수료 요구?
600만에 육박하고 있는 SKB 가입자를 CJ ENM은 어째서 외면하고 있는 걸까요?

여기에는 플랫폼 기업과 콘텐츠 기업간의 묘한 갈등 관계가 얽혀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플랫폼과 콘텐츠는 협력과 긴장의 관계입니다. 플랫폼이 성장하려면 좋은 콘텐츠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잠재력 큰 콘텐츠가 빛을 발할 수 있는 것도 플랫폼 덕분에 가능합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플랫폼과 콘텐츠는 치열하게 경쟁합니다. 더 많은 수익을 챙기기 위해 플랫폼과 콘텐츠가 서로에게 갑질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죠.

이번 경우는 플랫폼에 대한 콘텐츠의 무리한 요구라는 얘기가 들립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tvN스포츠'로 간판을 바꿔 단 채널의 원래 이름은 '올리브'였습니다. 채널명마저 익숙하지 않을 정도로 인지도가 낮았죠. 말하자면 콘텐츠 경쟁력은 별로 없었던 채널이었습니다.

올리브의 이름을 바꿔 새로 개국한 tvN스포츠 역시 스포츠 전문 채널로서는 이제 첫 걸음을 뗀 채널입니다. 현재 tvN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판권은 U-23 아시안컵과 UFC 일부 판권, 국내 농구리그 등 입니다. 타 스포츠 채널인 스포티비(SPOTV)나 스카이스포츠에 비해 부족합니다. 또 국내 스포츠 계 꽃이라 불리는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가 등도 스포티비에서 다음 시즌에 여전히 중계합니다.

문제는 CJ ENM이 tvN스포츠를 새로 개국하고 플랫폼 입점을 추진하면서 발생했습니다. SKB 관계자는 "스포츠 채널로서 경쟁력이 약한 tvN스포츠에 대해 최상급 채널 수준의 수수료를 요구해 무척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누가 봐도 tvN스포츠는 걸음마 단계 채널이지만 그 뒤에는 tvN이라는 어마어마한 배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상파를 위협할 정도로 콘텐츠 경쟁력이 강해진 tvN 비위를 건드려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현재 tvN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판권은 U-23 아시안컵, UFC 일부 판권, 국내 농구리그 등이다./사진제공=tvN홈페이지 갈무리이미지 확대보기
현재 tvN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판권은 U-23 아시안컵, UFC 일부 판권, 국내 농구리그 등이다./사진제공=tvN홈페이지 갈무리

IPTV와 PP(Program Provider, 프로그램 제공자) 사이 수수료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그 바탕에는 '플랫폼 독식'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습니다. 지난해 넷플릭스가 250억원 제작비를 들여 히트시킨 '오징어게임'은 1조원 효과를 봤습니다. 이 모든 효과는 제작사 대신 넷플릭스에게 귀속됐습니다.

CJ ENM도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콘텐츠 수수료에 예민하기 반응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강호성 CJ ENM 대표는 미디어 데이에서 "국내 시장은 콘텐츠에만 관심이 있을 뿐 분배에는 관심이 없다"며 콘텐츠 선공급 후 계약하는 시스템을 지적했습니다. 강 대표는 "투자 비용을 회수 가능한지 예측하지 못한 가운데 콘텐츠 제작사가 모든 리스크 부담을 떠안는 구조다"고 주장했습니다.

플랫폼과 콘텐츠 갈등 언제까지…결국 이용자만 골탕
하지만 기존 콘텐츠 경쟁력을 무기로 갓 태어난 채널에 대해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콘텐츠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제값 받기'를 스스로 어기는 꼴을 만들어 놓은 것이니까요. CJ ENM이 tvN스포츠를 스포츠 전문채널로 성장시키고 싶다면 '끼워 팔기'가 아니라 콘텐츠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쨌든 플랫폼과 콘텐츠가 서로 갑질을 하는 바람에 가입자만 골탕을 먹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오는 19일 열리는 U-23 아시안컵 경기 결승을 SKB에서 볼 수 있을지 지켜보겠습니다.

나선혜 기자 hisunny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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