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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쉴더스, ‘공모가 고평가 논란’ 속 상장 철회… 모회사 SK스퀘어도 울상

기사입력 : 2022-05-08 13:45

(최종수정 2022-05-0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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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부터 흥행 부진

“‘빅 스텝’ 등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원인”

사이버 보안 업계 “기대감 만큼 아쉬워”

SK쉴더스 “시장 상황 고려해 상장 재추진”

올해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 ‘대어’로 꼽혔던 SK쉴더스(대표이사 박진효)가 오는 9일 예정된 공모주 청약일을 단 3일 앞두고 지난 6일 상장을 철회했다./사진=SK쉴더스이미지 확대보기
올해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 ‘대어’로 꼽혔던 SK쉴더스(대표이사 박진효)가 오는 9일 예정된 공모주 청약일을 단 3일 앞두고 지난 6일 상장을 철회했다./사진=SK쉴더스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 ‘대어’로 꼽혔던 SK쉴더스(대표이사 박진효)가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오는 9일 예정된 공모주 청약일을 단 3일 앞두고 이뤄진 갑작스러운 결정이다.

사이버 보안 사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면서 ‘공모주 고평가 논란’이 이어졌고, 최근 거시경제 불확실성까지 커지며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올해만 벌써 4번째 수요예측 뒤 철회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대표 홍현성), 보로노이(대표 김대권‧김현태), 대명에너지(대표 서종현)도 수요예측까지 끝낸 뒤 상장을 추진하다 돌아섰다. 다만 대명에너지는 공모 규모를 크게 낮춘 뒤 지난달 재도전해 가까스로 공모를 완료했다.

심사 자체를 철회한 기업도 ▲애니메디솔루션(대표 김국배) ▲드림인사이트(대표 김기철) ▲미코세라믹스(대표 여문원) ▲파인메딕스(대표 전성우‧김성철) ▲에이엘티(대표 이상수) ▲퓨쳐메디신(대표 정낙신‧정완석) ▲한국의약연구소(대표 김호현) 등 7곳에 달한다.

지난해 무려 15곳 기업이 상장 당일 공모가 2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를 찍는 ‘따상’에 성공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올해는 △케이옥션(대표 도현순) △유일로보틱스(대표 김동헌) △포바이포(4by4inc‧대표 윤준호) 등 3곳만 따상에 성공했다.

SK쉴더스는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다시 상장할 예정이지만, 사이버 보안 업계에서는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상장을 통해 사이버 보안 산업 가치를 다시 평가받기를 기대했던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SK쉴더스 모회사 ‘SK스퀘어’(대표 박정호닫기박정호기사 모아보기)는 분할 재상장 뒤 주가 하락세를 거듭하다 이번 상장 철회 발표 이후 최저가로 떨어져 주주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안주 시총 1위 기대했지만 결국…


SK그룹(회장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에서 물리‧사이버 보안 사업을 담당하는 SK쉴더스는 기존에 오는 19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할 계획이었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3만1000~3만8800원, 공모 규모는 8402억~1조516억원으로 잡았다. 상장하게 되면 지난 6일 기준 시가총액 2조5839억원인 ‘에스원’(대표 모리야키요시‧남궁범)을 제치고 보안주 시총 1위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됐다.

최대 1조원을 훌쩍 넘기는 대형 IPO인 만큼 공모주 투자자들이 청약 경쟁률을 비교하며 막판까지 눈치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투자자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6일 SK쉴더스가 공식적으로 금융감독원(원장 정은보닫기정은보기사 모아보기)에 공모 철회 신고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하면서 ‘대어급 상장’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공모가를 2만원대까지 낮추는 방법도 고려됐지만, 결국 상장을 포기한 것이다.

SK쉴더스 측은 이번 상장 철회 원인으로 ‘글로벌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Federal Reserve System)가 지난 4일(현지시간) 22년 만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 스텝’(Big step)을 단행하는 등 글로벌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한 현 상황에서 연기가 불가피했다는 게 SK쉴더스 측 입장이다.

SK쉴더스는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다시 상장하려고 한다.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을 찾는 것이다.

그 시점은 오는 9월 전일 가능성이 크다. SK쉴더스의 상장 예심을 통과한 날이 지난 3월 31일이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이사장 손병두닫기손병두기사 모아보기) 상장 규정에 의하면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6개월 안에 상장을 완료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상장 예심 청구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따라서 연내 IPO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라면 늦어도 7월 말까지는 기업가치를 재산정해 증권 신고서를 다시 제출해야 한다.

SK쉴더스 관계자는 “현재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에게 주식을 배정하지 않았다”며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 실시 전이라 투자자 보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IPO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높게 평가한 사이버 보안, 융합보안 등 회사의 성장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경영진과 구성원이 합심해 SK쉴더스만의 차별화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SK쉴더스 발목 잡았던 ‘공모주 고평가 논란’


SK쉴더스가 공식적으론 불안한 거시 경제 상황을 상장 철회 이유로 언급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더 복잡하다. ‘공모주 고평가 논란’이 발목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구주매출’이 도마 위에 올랐었다. SK쉴더스 2대 주주인 ‘블루시큐리티인베스트먼트’가 일부 지분을 현금화하는 이유로 공모에 내놓으려 했던 2710만주 중 46.6%에 해당하는 1264만주가 구주매출에 해당됐는데 이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구주매출은 대주주나 일반 주주 등의 기존 주주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주식 지분 중 일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일을 뜻한다. 통상적으로 기업은 상장 때 주로 신주를 발행하고 조달되는 자금을 회사 성장을 위해 쓰는데 구주매출 비중이 클 경우 기존 주주들도 회사 성장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고, 공모 자금이 회사 성장과 무관하게 쓰인다는 점에서 IPO 흥행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구주매출 비중이 90%가 넘었던 ‘케이카’(대표 정인국)는 개인 청약 경쟁률이 9:1에 그쳤고, 구주매출 비중을 75%로 잡았던 ‘현대엔지니어링’(대표 홍현성)도 결국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쪼달리는 재무 상황과 경쟁업체에 비해 뒤처지는 실적도 지적 요소였다. SK쉴더스의 자기자본과 부채는 각각 3762억원, 2조889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768.0%에 달하는 상태였다. 코스피 상장사 평균 부채비율 115%와 비교했을 때 7배가량 높은 수준이었던 것이다.

과도한 부채는 기업 실적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이 가해졌다. 지난해 SK쉴더스가 거둔 매출액(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5497억원, 1219억원이었지만, 당기순이익은 169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한해 동안 이자 비용만 711억원을 냈다. 1년 내내 영업해서 벌어들인 이익 중 7개월치가 이자로 나간 셈이다.

지난 2020년 12월 라이프앤시큐리티홀딩스와 합병하면서 부채 1조9500억원까지 떠안은 탓으로 풀이된다. SK쉴더스는 이번 IPO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 1350억원을 부채 상환에 쓸 계획이었다. 지난해 에스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3145억원, 1797억원이다.

SK쉴더스(대표이사 박진효)의 연간 매출액 추이./사진=SK쉴더스 누리집 갈무리이미지 확대보기
SK쉴더스(대표이사 박진효)의 연간 매출액 추이./사진=SK쉴더스 누리집 갈무리

이런 탓에 ‘공모가 과대평가’ 논란은 계속 불거졌었다. SK쉴더스는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을 이용해 어느 정도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지표인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을 기반으로 공모가를 산정했는데, 최초 비교 기업에 미국의 알람담컷, 퀄리스, ADT 주식회사 등을 포함하면서 고평가 의혹이 제기됐다. 국내 경쟁 업체 ‘에스원’의 경우 EV/EBITDA가 5배 수준인데 반해 미국 기업들은 20~30배를 넘나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결국 국내 기업 에스원, 안랩(대표 강석균), 싸이버원(대표 육동현)과 대만의 보안 기업 ‘대만 쎄콤’(Taiwan SECOM)으로 비교기업을 변경했다.

다만 공모가는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EV/EBITDA 계산에 있어 사업 영역별 가중 평균을 제외하고 할인율을 변경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전 공모가 산정 시 적용 할인율은 25.45~40.43%였지만, 16.88~33.59%로 낮추면서 공모가 밴드를 그대로 뒀다.

이러한 노력에도 투자 심리가 위축된 데는 금융주‧게임주 시총 1위로 화려하게 데뷔한 카카오뱅크(대표 윤호영닫기윤호영기사 모아보기‧Daniel)와 크래프톤(대표 김창한)도 영향을 끼쳤다. 이 두 기업은 공모 이후 주가가 40% 넘게 급격히 떨어진 사례로 통한다. 렌터카 업체 1위로 상장한 ‘롯데렌탈’(대표 김현수)도 상장일 시초가보다 21% 넘게 하락했다.

결국 SK쉴더스는 ‘고평가 논란’ 속 증시 변동성이 심해지고 환율까지 상승하면서 해외 투자자 참여가 부진해져 과거 공모주에 비해 저조한 흥행 성적표를 받았다. 투자은행(IB‧Investment Bank) 업계에 따르면 지난 3~4일 진행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200:1 수준 경쟁률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올해 IPO를 진행한 23개사 중 10번째로 낮은 경쟁률이었다. 기업 인수 목적 회사(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와 리츠(REITs‧부동산 전문 뮤추얼 펀드)를 제외한 올해 1‧4분기 공모주 평균 경쟁률이 963:1이었다는 점을 비교했을 때 저조한 성적이라 볼 수 있다. 올해 공모주 청약에 있어 가장 큰 인기를 끈 ‘LG에너지솔루션’(대표 권영수닫기권영수기사 모아보기)의 경우 수요예측 경쟁률이 2023:1이었다.

‘고평가 논란’에 성장성 강조했지만


SK쉴더스는 SK그룹 산하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 투자 전문 기업인 ‘SK스퀘어’ 자회사로, 국내 사이버 보안 1위인 ‘SK인포섹’이 50여 년 역사의 물리보안업체 ‘ADT캡스’를 흡수합병하면서 출범한 회사다. 기존 사이버‧물리보안 영역을 넘어 융합보안, 스마트홈, 무인매장, 서빙 로봇 등 다방면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SK쉴더스의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25.7%다. 사이버 보안 사업만 떼놓고 보면 16.4%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매출 규모가 큰 물리보안 사업의 경우 성장률은 4.1%, 융합보안 사업은 90.1% 성장률을 나타냈다. 안전‧간호 사업 성장률은 68.2%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1조5497억원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사이버 보안 3351억원 △물리보안 9179억원 △융합보안 2448억원 △안전‧간호 528억원 등으로 나뉜다. SK쉴더스는 지난해 41%였던 사이버 보안과 융합보안, 안전‧간호 사업 매출 비중을 오는 2025년 6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출의 77%가 매년 반복 창출되는 구독 기반으로 창출되고 있어 재무적 안정성을 갖춘 상태라 평가된다.

이에 SK쉴더스 측은 고평가 논란에 대해 단순 기업가치 비교는 무리가 있다고 대응해 왔다. 물리‧사이버‧융합보안, 라이프케어(Life care‧평생 의료 서비스가 있는 아파트나 맨션) 등 종합보안사업 강점을 발휘해 사업 부문 간 시너지(Synergy‧협력작용) 효과를 거둘 경우 높은 실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진효 SK쉴더스 대표 역시 ‘성장’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박 대표는 지난달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SK쉴더스는 이번 공모자금을 통해 글로벌 클라우드 보안 기업 인수‧합병(M&A‧Mergers And Acquisitions)과 플랫폼‧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빅데이터 분석을 포함한 기술 역량 향상, 안전‧간호(Safety&Care) 사업 성장 가속화 등을 위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공모자금을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활용하게 되면 SK쉴더스가 영위하는 모든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기술 경쟁 우위를 선점하는 동시에 선순환적으로 신성장 사업의 폭발적 확장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 계열사와의 협력 및 글로벌 사업 확장 계획도 발표했다.

그는 “SK그룹 내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ICT 영역에서 융합보안 사례를 빠르게 구축하고 있다”며 “SK텔레콤(대표 유영상닫기유영상기사 모아보기), SK브로드밴드(대표 최진환)와 공동으로 결합상품을 출시하고, 전국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해 가입자를 확대하는 등 마케팅 협업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SK그룹 내 보안을 전담하는 유일한 보안사업자로 SK이노베이션(대표 김준닫기김준기사 모아보기), SK온(대표 지동섭), SK하이닉스(대표 박정호‧곽노정) 등이 구축한 해외 공장 확대는 SK쉴더스 글로벌 사업의 확실한 수요처로 SK그룹의 사업 레퍼런스(Reference‧참조)와 현지 네트워크(Network‧관계망)을 활용해 융합보안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SK쉴더스는 연간 성장률을 매년 경신하는 등 성장성과 수익성, 안정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재무 결과를 창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회사 대표까지 나서서 ‘성장성’을 피력했음에도 결국 SK쉴더스가 상장을 철회하며 뒤로 물러서게 되자 사이버 보안 업계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내 사이버 보안 1위 사업자가 성공적으로 IPO를 마치면 상징성이 있는 데다가 업계 전체가 다시 조명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진효 SK쉴더스 대표가 지난달 26일 화상으로 개최된 기자 간담회에서 회사 사업을 소개하는 중이다/사진=SK쉴더스이미지 확대보기
박진효 SK쉴더스 대표가 지난달 26일 화상으로 개최된 기자 간담회에서 회사 사업을 소개하는 중이다/사진=SK쉴더스

기존에 국내 사이버 보안 산업은 해외보다 시장 규모가 작은 탓에 저평가 받기 일쑤였다. 국내 사이버 보안 업체 1위인 ‘안랩’이 창업주 안철수닫기안철수기사 모아보기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으로 인해 ‘정치 테마주’로만 취급당하는 최근 상황만 봐도 알 수 있다. 안랩과 비슷한 매출 규모인 ‘야놀자’(대표 김종윤‧배보찬‧이수진)는 시장에서 11조원 안팎으로 시총이 매겨지고 있지만, 안랩 시가총액은 주가가 급등한 현재도 6일 기준 1조1756억원에 머물러 있다.

반면, 글로벌 기업 ‘구글’은 지난해 매출액 약 6000억원에 영업손실이 4380억원을 기록한 사이버 보안업체 ‘맨디언트’를 지난달 6조8000억원 규모에 인수하는 등 사이버 보안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 속 ▲시큐레터(대표 임차성) ▲샌즈랩(대표 김기홍닫기김기홍기사 모아보기) ▲틸론(대표 최백준) ▲노르마(대표 정현철) ▲ICTK홀딩스(대표 이정원) ▲한싹(대표 이주도) 등 6곳 국내 사이버 보안 기업이 올해 상장을 준비 중이다. 한싹은 실적 기반 상장을, 다른 5곳은 기술 특례 상장을 추진한다. 기술 특례 상장은 당장은 수익성이 낮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 코스닥 상장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목적인 기업 입장에선 울며 겨자먹기로 싼값(공모가)에 상장을 강행하는 것보다는 공모 청약 일정을 접고 상황을 지켜보는 게 낫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시장에 잘못 받아들여져 해당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SK쉴더스도 추후 적절한 시점에 다시 상장해 사이버 보안 업계 전반적으로 다시 평가받는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SK쉴더스(대표이사 박진효)의 사이버 보안 관제센터 시큐디움 센터(Secudium Center) 전경 및 설명./사진=SK쉴더스 누리집 갈무리이미지 확대보기
SK쉴더스(대표이사 박진효)의 사이버 보안 관제센터 시큐디움 센터(Secudium Center) 전경 및 설명./사진=SK쉴더스 누리집 갈무리

모회사 ‘SK스퀘어’ 주주들도 침울


SK쉴더스 모회사 SK스퀘어 주주들 사이에서도 침울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분할 재상장한 뒤 줄곧 내림세를 보이다가 이날 SK쉴더스 상장 철회 소식이 전해지며 ‘최저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주주들 중 다수는 “자회사 상장 때문에 모회사 밸류에이션(Valuation‧가치 평가) 할인이 적용되고 있다”며 비판 목소리를 내 왔다. 핵심 기능을 담당하던 자회사가 별도 상장하면 수급 분산과 밸류에이션 할인으로 모회사 주가가 하락하는 ‘더블 카운팅 디스카운트(Double Counting Discount)’ 현상이 발생한다는 이유였다.

문제는 앞으로 자회사 상장이 줄줄이 더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조만간 상장 예정인 ‘원스토어’(대표 이재환)와 ‘11번가’(대표 이상호) 등도 SK스퀘어 자회사이며, 티맵모빌리티(대표 이종호), 콘텐츠웨이브(대표 이태현) IPO도 추진 중에 있다.

특히 다음 주 IPO에 나서는 토종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마켓 ‘원스토어’는 SK쉴더스와 마찬가지로 ‘고평가 논란’에 휩싸인 바 있어 우려를 낳는다. 지난 3월 증권 신고서 제출 당시 비교 기업을 알파벳(Alphabet‧대표 선다피차이), 애플(Apple‧대표 팀 쿡) 등 연 매출 100조원이 넘는 글로벌 빅 테크(Big Tech‧대형 정보기술 기업)로 잡으면서 비교 선정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결국 원스토어는 지난달 14일 증권 신고서를 정정하고 비교기업을 텐센트(TENCENT HOLDINGS LIMITED‧화텅 포니 마), 네이버(대표 최수연), 카카오(대표 남궁훈), 넥슨(대표 이정헌)으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공모 희망가와 공모 주시 수는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평가액 대비 할인율을 최대 41.5%까지 높이면서 논란을 잠재웠다.

현재 SK쉴더스와 같이 글로벌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상장을 철회하는 것 아니냐는 물음도 달리지만, 원스토어 측은 SK쉴더스와 달리 해외 투자자보다는 국내 투자자 비중이 높고 14분기 연속 성장 행진을 하는 등 상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원스토어 역시 SK쉴더스처럼 공모가에 따라 몸값이 1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따라붙고 있다.

한편, 현재 SK스퀘어 주가는 6일 종가 기준 4만8400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7만원대로 시작했던 것에 비해 크게 낮아진 상태다.

SK쉴더스(대표이사 박진효)가 6일 상장 철회 소식을 전하면서 SK스퀘어가 지난해 11월 29일 분할 재상장 이후 '최저가'를 찍자 SK스퀘어 주주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사진=네이버(대표 최수연) 금융 'SK스퀘어' 종목토론실 갈무리이미지 확대보기
SK쉴더스(대표이사 박진효)가 6일 상장 철회 소식을 전하면서 SK스퀘어가 지난해 11월 29일 분할 재상장 이후 '최저가'를 찍자 SK스퀘어 주주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사진=네이버(대표 최수연) 금융 'SK스퀘어' 종목토론실 갈무리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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