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들이 ETF에 투자할 수 있는 ‘퇴직연금 ETF’를 출시했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1일부터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ETF를 매매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국민은행도 퇴직연금 ETF 상품 출시를 준비·검토 중이다.
은행권에서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ETF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은행들은 증권사와 연계해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를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실시간 매매 중개는 증권사의 고유 업무영역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벽에 부딪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신탁업 라이센스를 갖고 있어 ETF 매매 운용 지시를 받았을 때 신탁의 형태로 매매를 할 수 있다”며 “증권사의 위탁매매업무에 포함되지 않으려면 실시간 매매는 불가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매매방식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퇴직연금 ETF 상품 출시에 나서는 이유는 퇴직연금 잔고를 지키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체 퇴직연금 잔고는 255조원으로, 은행이 이 중 절반가량인 130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은행·보험사에서 증권사(미래에셋·NH·한국투자·삼성증권)로 이동한 IRP 규모는 2019년 1563억원에서 지난해 4374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9월까지 7987억원에 달한다. 4개 증권사의 DC형 퇴직연금과 IRP 계좌에서 이뤄지고 있는 ETF 투자 잔액도 2019년 1836억원에서 올해 9월 말 2조2199억원으로 12배가량 급증했다. 2차 전지, 메타버스 등 테마형 상품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ETF를 강력한 퇴직연금 투자 수단으로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은행 퇴직연금 ETF의 경우 실시간 매매가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증권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증권사로 빠지는 퇴직연금 자금을 잡기 위해 은행도 최소한의 방어수단으로 퇴직연금 ETF 출시에 나서고 있지만 ETF의 거래 특성상 실시간 거래가 아니면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은행에서 투자하려는 큰 메리트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ETF를 통해 은행들이 벌어들일 비이자이익도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증권사의 경우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 매매를 할 때 수수료가 거의 0원에 가깝기 때문에 은행들도 신탁수수료를 무료로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 하나은행에 이어 신한은행도 퇴직연금 ETF 상품을 출시하면서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증권사로 빠져나가기만 하던 퇴직연금 잔고를 지키기에는 일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기대감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퇴직연금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연금상품 특성상 중장기 안정성도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볼 때 은행에서는 ETF를 자산배분 관점에서 장기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다양한 자산 중 하나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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