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주현태 기자] 현대건설이 서울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확대하며 올해 수주액 13조원을 넘어섰다. 압구정·여의도·목동에 이어 용산 한강로구역까지 시공권을 확보하면서다. 실적 개선도 뒷받침하고 있다. 원가 관리로 3분기 영업이익을 두 배 이상 늘린 가운데, 해외 주택 개발과 소형모듈원전(SMR)·수소 등 미래 사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열린 한강로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최종 시공사로 선정됐다. 총공사비는 5990억원 규모다. 이번 수주로 현대건설의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13조원을 돌파했다.
한강로구역 재개발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158번지 일대 4만1744㎡ 부지에 공동주택과 오피스텔, 업무·판매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하 5층~지상 최고 36층 규모로 공동주택 456세대와 오피스텔 125실이 들어선다. 사업지는 지하철 4·6호선 환승역인 삼각지역과 인접해 있다. 전쟁기념관 전면부 공원 조성과 삼각지역 일대 역세권 개발을 연계하는 결합개발 방식으로 추진된다. 남산과 용산공원, 한강을 아우르는 입지적 장점도 갖췄다.
현대건설은 단지명으로 ‘디에이치 아벨린(THE H AVELINE)’을 제안했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박물관 등을 설계한 글로벌 건축 디자인 그룹 UNStudio가 설계에 참여한다. 남산·용산공원·한강 조망을 고려해 주동을 배치하고, 공동주택 전 세대를 남향으로 계획했다. 판상형과 3면 개방형 평면을 확대하고 동간 거리를 넓혀 개방감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단지 내에는 하이엔드 커뮤니티 ‘클럽 아벨린’과 입주민을 위한 특화시설이 들어선다. 삼각지역과 용리단길을 잇는 스트리트몰도 조성해 주거와 상업 기능을 결합할 계획이다.
이번 수주로 도시정비사업 1위 경쟁은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8년 연속 수주 1위 달성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대 수주액 10조5105억원을 이미 넘어섰고, 연초 세운 수주 목표 12조원도 초과 달성했다.
현대건설의 대형 수주 사업장에는 경쟁입찰이 무산된 뒤 수의계약으로 전환된 곳이 적지 않다. 공사비 부담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출혈 경쟁보다 사업성을 따진 선별 수주에 집중한 결과다. 이에 따라 수주액 경쟁도 경쟁사와 맞붙는 방식보다 예정된 시공사 선정 총회를 얼마나 차질 없이 마무리하느냐에 좌우되는 양상이다.
한강로구역에 이어 송파구 마천5구역도 주요 변수다. 마천5구역은 현대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으며, 조합은 연내 시공사 선정 총회를 마친다는 목표다. 공사비는 1조1148억원 규모다. 연내 시공권을 확보하면 현대건설의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은 한층 더 늘어난다. 다만 총회 일정이 내년으로 넘어갈 경우 수주액 반영 시점도 달라질 수 있다.
목동 재건축 사업도 향후 수주 경쟁의 무대다. 현대건설은 목동10단지 시공권을 확보한 데 이어 목동4·7단지 입찰 참여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목동4단지는 예정 공사비 1조6389억원 규모로,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 등 4개사가 참석했다. 경쟁입찰 성사 여부에 따라 시공사 선정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 목동7단지는 입찰 공고를 앞두고 있으며, 목동 최대 단지인 14단지도 주요 사업장으로 꼽힌다.
실적 회복 뚜렷…원가 관리가 수익성 개선 이끌어
수주 확대와 함께 실적도 회복세를 보였다. 현대건설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6조240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3% 감소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2217억원으로 114.2%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1.3%에서 3.6%로 2.3%포인트 상승했다.
수익성 개선의 배경에는 원가 관리가 있다. 현대건설의 1~3분기 연결기준 매출원가율은 92.0%로 전년 동기보다 2.0%포인트 낮아졌다. 별도 기준 원가율은 95.5%에서 93.9%로, 현대엔지니어링은 93.6%에서 90.3%로 각각 개선됐다. 선별 수주와 원가 관리 강화가 이익 증가로 이어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누적 실적도 매출 감소와 이익 증가가 동시에 나타났다. 1~3분기 매출은 19조3642억원으로 15.8%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6645억원으로 24.4% 늘었다. 연간 영업이익 목표 8000억원의 83.1%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신규 수주는 28조8746억원으로 10.6% 증가해 연간 목표 33조4000억원의 86.5%를 채웠다.
재무 지표도 일부 개선됐다. 9월 말 연결 부채는 16조3484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3112억원 감소했다. 자본은 10조3990억원에서 10조9330억원으로 늘면서 부채비율은 169.8%에서 149.5%로 낮아졌다.
다만 현금흐름은 관리 과제로 남았다. 차입금은 지난해 말 3조8510억원에서 9월 말 4조5162억원으로 증가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조1768억원에서 3조4850억원으로 감소했다. 9월 말 차입금이 현금성자산을 1조312억원 웃돌았다.
별도 기준 현금·예금도 지난해 말 2조9653억원에서 9월 말 1조6309억원으로 45.0% 줄었다. 차입금은 2조3607억원에서 2조4877억원으로 늘었고, 매출채권도 3조9277억원에서 4조2375억원으로 증가했다. 수주를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하려면 공사대금 회수와 현금 확보가 중요해진 셈이다.
이미지 확대보기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왼쪽)와 조지 말론 FANCO 원자력 프로그램 총책임자가 현대건설 계동 본사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건설
해외 주택·SMR·수소…미래 성장동력 확보 나서
현대건설은 국내 도시정비사업에 더해 해외 주택 개발과 에너지 분야에서도 미래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해외에서는 공공기관·금융사와 협력해 임대형 공동주택 개발에 참여하고, SMR과 수전해 플랜트 등 에너지 사업에서는 설계 단계부터 기술 역량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호주 시드니 채스우드 초고층 아파트 개발 사업은 ‘팀 코리아’의 첫 프로젝트다. 현대건설은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한투리얼에셋과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채스우드역 인근에 총사업비 3500억원을 투입해 260세대, 최고 45층 규모의 임대형 공동주택(BTR)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현대건설은 개발 초기부터 지분 투자와 기술·설계 검토, 시공 전반의 사업관리(PM)를 맡는다. 현지 건설사 히코리가 시공하고, 시행사 노부스가 운영을 담당한다. 기존 건축물 철거와 본공사를 거쳐 2029년 10월 입주를 목표로 한다.
현대건설은 현지 주택 수요를 바탕으로 해외 개발사업의 기반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택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해외 선진시장 진출을 주요 성장 전략으로 삼고 있다”며 “현지 주택 건설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확보해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조기 안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SMR 시장에서도 설계 단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미국 차세대 SMR 개발사 퍼스트 아메리칸 뉴클리어(FANCO)와 포괄적 기본 계약(MSA)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5년이며, 합의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
이번 계약은 양사가 지난 7월 체결한 기본 협약을 구체적인 업무 계약 단계로 발전시킨 것이다. 현대건설은 FANCO가 추진하는 ‘EAGL-1 프로젝트’의 시공성 검토와 설계·엔지니어링 기술 자문, 건설 분야 기술 피드백 등을 수행한다. 설계 단계부터 EPC(설계·조달·시공) 노하우를 반영해 향후 시공 참여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EAGL-1은 액체 납과 비스무트 합금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액체금속 고속원자로(LMFR)다. 단일 원자로 기준 약 240MWe의 전력을 생산하며, 모듈형 설계를 적용해 전력 수요에 따라 발전설비를 확대할 수 있다. FANCO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규제 협의 계획서를 제출했다.
현대건설은 대용량 수소 생산 기술 확보에도 나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추진하는 ‘100MW 이상급 대용량 수전해 플랜트 설계 기술 개발’ 국책과제에 주관사로 참여한다. 현대엔지니어링·현대자동차·한화글로벌·한국중부발전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본설계 패키지 개발과 경제성 평가를 맡는다.
설계에는 인공지능(AI)과 동적 시뮬레이션 모델을 적용한다.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성에 대응하고 플랜트 가동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다. 현대건설은 전북 부안 수소생산기지 구축과 제주 5MW급 PEM 수전해 시스템 개발 등을 통해 관련 기술을 축적해왔다. 이번 과제를 토대로 국내외 수전해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도시정비사업에서 확보한 수주 기반과 원가 관리에 따른 실적 회복은 현대건설의 현재 경쟁력이다. 해외 주택 개발과 SMR·수소 사업은 중장기 성장 기반으로 꼽힌다. 다만 수주 확대가 실질적인 이익으로 이어지려면 현장별 원가 통제와 현금흐름 관리가 뒷받침돼야 한다. 도시정비 1위 수성과 미래사업 확장을 함께 추진하는 현대건설의 다음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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