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40년 넘게 신세계에 몸담은 정통 '신세계맨'이다. 1959년생인 그는 오랜 현장 경험과 경영 노하우를 인정받아 2023년 9월 신세계백화점 대표에 올랐다. 당시 신세계 강남점은 국내 백화점 최초로 연매출 3조 원 돌파를 앞두고 있었다. 박 대표는 취임 이후 강남점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식품관을 중심으로 한 공간 혁신과 점포 경쟁력 강화에 주력, 이제 신세계 강남점은 4조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21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박주형 대표의 임기는 2027년 3월 만료된다. 신세계그룹의 정기 임원인사가 다가오면서 그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박 대표는 지난 3년간 핵심 점포의 성장과 차별화된 공간 혁신을 이끌며 신세계백화점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3조 신화 쓴 강남점, 4조 시대 도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연매출 4조 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23년 국내 백화점 최초로 연매출 3조 원을 돌파한 강남점은 2024년 약 3조2000억 원, 지난해 약 3조6700억 원의 거래액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매출은 2023년과 비교하면 약 22% 증가한 수준이다.3조 원 돌파 시점도 해마다 빨라지고 있다. 2023년 12월 20일 처음으로 3조 원 고지를 밟은 데 이어 2024년에는 11월 28일, 지난해에는 11월 7일로 앞당겼다. 신세계백화점 내부에서도 올해 4조 매출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강남점의 성장세를 뒷받침하는 핵심 경쟁력은 명품이다.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샤넬을 비롯해 디올, 구찌, 프라다 등 글로벌 브랜드가 남성·여성 패션부터 뷰티, 주얼리, 슈즈까지 세분화된 형태로 약 100개 매장에 입점해 있다. 명품 매출이 전체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럭셔리 상품군에 대한 의존도와 경쟁력이 모두 높다.
특히 고액 구매 고객을 중심으로 한 소비 확대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강남점의 VIP 매출 비중은 52%로 처음 절반을 넘어섰다.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시계·주얼리 행사 매출도 지난해 1~10월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명품과 하이주얼리를 중심으로 한 소비가 강남점의 외형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외국인 고객층도 다양해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택스 리펀드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강남점에는 120여 개국의 외국인 고객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인 고객 비중은 2019년 77.5%에서 올해 상반기 48.5%로 낮아진 반면, 미국인 비중은 같은 기간 1.1%에서 19.1%로 크게 높아졌다. 동남아시아 등을 포함한 아시아 고객 비중도 4.4%에서 14.9%로 상승했다.
강남점의 위상도 국내를 넘어 글로벌 백화점과의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연매출 4조원 달성에 성공하면 일본 이세탄백화점, 영국 해러즈백화점 등 세계적인 백화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박 대표 역시 강남점을 글로벌 최상위권 백화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강남점 성공, 전국으로…핵심 점포 경쟁력 강화
박 대표는 강남점뿐 아니라 전국 주요 점포의 경쟁력 강화에도 공을 들였다. 특히 명품 브랜드를 확대하고 식음료(F&B) 콘텐츠를 강화하는 등 공간 혁신을 통해 백화점의 집객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대표적인 사례가 강남점 식품관이다. 신세계백화점은 2024년 디저트 전문관 ‘스위트파크’를 시작으로 프리미엄 푸드홀 ‘하우스 오브 신세계’, 프리미엄 슈퍼 ‘신세계 마켓’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명품 중심의 쇼핑 공간에 차별화된 미식 콘텐츠를 더해 고객들이 백화점을 찾을 이유를 확대했다.
이 같은 공간 혁신은 강남점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리뉴얼을 마친 본점에 국내 최대 규모의 루이비통·에르메스·샤넬 매장을 갖추며 명품 경쟁력을 강화했다.
지역 거점 점포들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센텀시티는 비수도권 백화점 최초로 연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고, 대구점과 대전점 역시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서며 각 권역을 대표하는 핵심 점포로 자리 잡았다.
지난 3년간 박 대표가 추진한 공간 혁신은 기존 점포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강남점에 집중됐던 성장동력을 전국 주요 점포로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외형 키웠지만 수익성은 주춤…재신임 시험대
박 대표의 지난 3년간 경영 성적표는 외형 성장 속 수익성 정체로 요약된다. 주요 점포의 리뉴얼과 명품·식음료(F&B) 경쟁력 강화로 매출은 꾸준히 늘었지만, 대규모 투자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영업이익은 취임 당시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신세계백화점의 2023년 총매출은 7조466억 원, 영업이익은 4399억 원을 기록했다. 박 대표 취임 후 첫 해인 2024년에는 총매출이 7조243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055억 원으로 7.8% 감소했다. 점포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가 단기적으로 수익성에 부담을 준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에도 외형 성장세는 이어졌다. 총매출은 7조40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4061억원으로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3년과 비교하면 총매출은 5.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7.7%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6.2%에서 5.5%로 낮아졌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수익성 개선세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상반기 총매출은 4조42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49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7% 늘었다. 특히 2분기 영업이익은 1088억 원으로 53.5% 증가했다.
외국인 소비 확대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올해 2분기 신세계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9% 증가했다. 특히 본점은 394%, 센텀시티는 160%, 강남점은 47% 늘었다. 명품 소비 회복과 외국인 고객 유입 증가, 주요 점포의 리뉴얼 효과가 맞물리면서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뒷받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의 남은 과제는 올해 나타난 실적 개선세를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강남점과 본점의 성장세를 지역 거점 점포로 확산하고, 리뉴얼 투자 효과를 안정적인 이익 증가로 이어가야 한다.
신세계그룹의 정기 임원인사가 다가오는 가운데, 지난 3년간 추진한 공간 혁신이 올해 들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박 대표의 연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박 대표가 올해 67세로 그룹 내 고참 경영진에 속한다는 점에서 세대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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