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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싸움·기술반환’ 이중고 한미약품…반등 키는 ‘후속 비만 신약’

기사입력 : 2026-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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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익 96% 늘어도 PER 하락…‘밸류 디스카운트ʼ 심화
5조 잭팟 이어 ‘에페ʼ 상용화…차세대 파이프라인 사활

▲ (왼쪽부터)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이미지 = 생성형 AI이미지 확대보기
▲ (왼쪽부터)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이미지 = 생성형 AI
[한국금융신문 정채윤 기자] 한미약품이 대주주 간 지분 다툼과 핵심 파이프라인의 기술반환이라는 악재에 직면하며 기업가치(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국면에 섰다.

견조한 본업 수익성이 버팀목 역할을 하는 가운데, 후속 비만 치료제의 추가 기술수출(LO·라이선스 아웃)과 지배구조 리스크 봉합이 향후 밸류 재평가의 핵심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상속세가 쏘아 올린 분쟁…600억 소송전까지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안팎으로 안갯속이다. 지배구조 리스크는 지난 2020년 8월 고(故) 임성기 창업주 별세 이후 약 5400억 원 규모의 상속세 부담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상속세 재원 마련 방안을 둘러싸고 대주주 일가의 이견이 심화하던 중, 2024년 1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모녀 측이 OCI그룹과의 전격 통합을 추진했다.

이에 형제 측,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반발하면서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의 막이 올랐다.

이후 2024년 3월 키맨으로 떠오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 측 손을 들어주며 OCI와의 통합은 무산됐다.

그러나 지배구조 구도는 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같은 해 7월 신동국 회장이 모녀 지분 6.5%를 매입하며 ‘3자 연합’을 결성했고, 12월 사모펀드 운용사(PEF) 라데팡스파트너스 합류로 ‘4자 연합’이 출범했다.

지난해 2월 임종윤·임종훈 형제가 경영 일선에서 퇴진하며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지배구조의 안정을 찾기도 전에 내부 균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해 6월 시니어케어 사업 투자를 둘러싼 대주주 간 갈등이 법적 공방으로 확대됐고, 올해 3월과 8월 신동국 회장이 임종윤 측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등 지분 지형도가 다시 재편됐다.

급기야 이달 1일에는 신동국 회장이 시니어케어 관련 600억 원대 위약벌 소송 1심에서 승소하는 등 지주사와 계열사를 둘러싼 분쟁이 소송전으로 비화되면서 지배구조 불확실성은 장기화 양상을 띠게 됐다.

‘벨바라페닙’ 반환 악재…‘역대급 실적’ 무색한 PER 하락

지배구조 리스크에 더해 연구개발(R&D) 부문에서도 고초가 이어졌다. 2016년 9월 글로벌 제약사 제넨텍에 총 9억1000만 달러(약 1조2000억 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던 표적항암제 후보물질 ‘벨바라페닙(HM95573)’ 권리가 약 10년 만에 한미약품으로 반환된 것이다.

제넨텍의 글로벌 임상 전략 수정에 따른 계약 종료이지만, 핵심 파이프라인의 상업화 일정이 연기되고 독자 임상 추진에 따른 재무부담이 가중되면서 파이프라인 재정비가 불가피해졌다.

문제는 악재가 겹치면서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밸류에이션 부여가 가로막혀 있다는 점이다.

한미약품은 이상지질혈증 복합제 ‘로수젯’과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 등 자사 제품 중심의 견조한 매출 성장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 중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올해 3분기 실적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4501억 원, 영업이익은 96% 늘어난 1079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6년 연간 기준으로도 매출이 전년보다 15% 증가한 1조7791억 원, 영업이익은 52% 늘어난 3919억 원, 순이익은 62% 오른 304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그러나 주가수익비율(PER)은 오히려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난해 34배 수준에 달했던 한미약품의 PER은 올해 상반기 기준 23배까지 떨어졌으며, 증권가에서는 올해 연간 PER이 20배 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PER은 기업이 버는 이익 대비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최근 한미약품의 경우, 이익이 늘고 있는데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PER 하락을 단순 저평가가 아닌 성장 프리미엄의 박탈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기업가치는 당장의 이익뿐만 아니라 미래 신약 가치와 지배구조 안정성에 부여되는 높은 멀티플 등이 복합적으로 더해져 완성되기 때문이다.

결국 한미약품의 PER 하락은 본업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음에도, 오너가의 장기 경영권 분쟁과 기술반환 악재가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이 미래 성장성에 감점 요인을 적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적 호조라는 호재보다 지배구조 및 R&D 불확실성이라는 악재가 더 크게 작용하면서 시장의 프리미엄을 상쇄시키고 있는 셈이다.

올여름 5조 잭팟…반등 키는 ‘비만 신약’

한미약품이 지배구조 악재와 파이프라인 반환의 늪에서 벗어나 밸류에이션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제시한 카드는 R&D 기반의 대형 기술수출 성과다.

한미약품은 올해 6~8월 석 달 동안에만 글로벌 빅파마를 상대로 총 5조865억 원에 달하는 대형 기술수출 2건을 연달아 성공시켰다.

지난 6월 일라이 릴리와 12억6000만 달러(약 1조8973억 원) 규모의 단장증후군 치료제 ‘소네페글루타이드’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데 이어, 8월에는 체중 감량과 근육 보존을 동시에 겨냥한 비만 신약 후보물질 ‘HM17321’을 로슈 자회사 제넨텍에 최대 23억 달러(약 3조1900억 원) 규모로 이전했다.

두 계약의 반환의무 없는 계약금 합계만 3758억 원으로, 지난해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 2578억 원을 넘는 성과다. 회사가 꾸준히 매출의 14~15%를 R&D에 투입하며 자체 비만 신약 프로젝트 ‘H.O.P(Hanmi Obesity Pipeline)’를 가동해온 인내가 결실을 맺은 셈이다.

이와 함께 국산 45호 신약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한 한국형 비만 신약 ‘에페(성분명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이르면 이달 말 첫 물량 공급을 시작하며 본격적인 국내 상용화에 나선다.

한미약품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선점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한국인 대상 임상 3상 데이터와 평택 바이오플랜트를 통한 공급 안정성, 8년 연속 원외처방 1위의 영업력을 무기로 국산 신약의 처방 경쟁력을 입증한다는 구상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완성된 5조 원대 기술수출 성과에 더해 후속 비만 파이프라인의 추가 라이선스 아웃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고도비만 환자를 겨냥해 25% 이상의 체중 감량을 목표로 미국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삼중작용제 ‘HM15275’와 ‘HM500197’ 등이 대표적이다.

한미약품은 2상 종료 시점(2027년 상반기)을 전후해 추가 기술수출을 추진함으로써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오너가 지분 싸움과 파이프라인 반환이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독보적인 자체 제품 매출을 통해 펀더멘털을 입증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불확실성의 조속한 봉합과 함께 후속 비만 치료제 중심 추가 기술수출 결실이 가시화된다면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y@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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