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11일 용산구·용산구의회 등에 따르면 정부가 신규 주택 공급과 금융 대책을 담은 부동산 대책 발표를 준비하면서 용산 지역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용산공원 일대 주택 공급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지역사회와 정부 간 갈등이 커지는 분위기다.
정부는 서울 내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용산공원 내 용산어린이정원 부지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동시에 올해 1월 29일 공급대책에서 용산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물량을 기존 6000가구에서 1만가구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지역 내 반발이 커졌다.
오세훈기사 모아보기 서울시장은 지난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래세대의 몫인 용산공원을 훼손하는 일은 1센티라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용산구 역시 같은 날 정부의 용산공원 주택 공급 검토에 공식적으로 반대했다. 용산구는 “용산공원은 대한민국의 역사성과 상징성, 공공성을 담은 국가적 자산”이라며 “용산공원의 정체성과 미래 가치를 훼손하는 주택 공급 추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구가 문제 삼는 것은 단순히 주택이 들어서는 것 자체가 아니다. 용산공원을 단기적인 공급 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개발 부지로 바라보는 접근 자체가 국가공원 조성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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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 없이 주택 공급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용산공원 조성의 본래 취지와 국가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용산공원은 개발 가능한 택지가 아닌 국가적 공공자산”이라고 강조했다.
◇ 국제업무지구는 ‘주거단지 전락’ 우려…공급량 놓고 정부·용산구 이견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둘러싼 갈등은 공급 물량에서 출발했다. 정부는 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설 주택을 6000가구에서 1만가구로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용산구는 업무·산업 기능을 갖춘 국제업무지구의 본래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국토교통부와 용산구는 지난 5일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주택 공급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했다. 국토부 요청으로 마련된 자리였지만 양측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구의회 국민의힘 의원들도 국제업무지구의 주택 공급 확대에 제동을 걸었다. 용산구의회 장정호 의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 7명은 지난 7일 ‘국제업무지구 및 용산공원 일대 주택공급 규탄’ 성명을 내고 정부와 여당이 검토 중인 주택 공급 방안의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용산국제업무지구가 글로벌 기업과 미래산업을 유치할 핵심 거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주택 물량을 무리하게 늘릴 경우 업무·산업 기능이 약화되고 사업 인허가 절차가 다시 진행되면서 개발 자체가 최소 2년 이상 늦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국제업무지구가 주거 기능 중심으로 바뀔 경우 용산이 서울의 새로운 업무·산업 거점이 아니라 대규모 주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반면 정부는 서울 도심에서 젊은층과 신혼부부의 주거 수요가 높은 지역인 만큼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국제업무지구의 업무·산업 기능을 유지하면서 어느 정도의 주택을 수용할 수 있느냐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셈이다.
◇ “공급보다 기반시설 먼저”…용산 주민들은 교통·교육 부담 우려
지역에서 제기되는 또 다른 문제는 주택 공급에 따른 기반시설 부담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용산공원 일대에 대규모 주택이 추가되면 교통과 교육시설, 생활 인프라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용산구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용산공원 일대와 미군기지 반환 부지를 도심 속 생태축이자 국가적 상징 공간이라고 못박았다. 충분한 기반시설 대책 없이 주택 공급만 확대할 경우 교통난과 교육 인프라 부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현장의 민심을 저버린 무리한 주택 건설은 극심한 교통난과 교육 인프라 마비를 야기해 지역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안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산구도 공원과 주택 공급을 별개의 문제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주택이 들어서면 교통과 교육, 생활 기반시설 수요가 함께 늘어나는 만큼 단순히 부지를 확보해 주택을 짓는 방식으로는 도시계획의 완성도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서울시는 기존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신규 택지를 확보하는 것보다 이미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사업장의 사업 속도를 높이는 것이 서울의 주택 공급을 늘리는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판단이다.
◇ 데이터센터 갈등까지 겹쳐…용산 민심 ‘부글부글’
용산을 둘러싼 주민들의 반발은 주택 공급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이촌동 데이터센터 건립 추진을 둘러싼 갈등까지 겹치면서 지역 민심이 더욱 악화하는 모습이다.지난 6일 열린 ‘이촌동 데이터센터 건립 관련 주민설명회’에서는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이어졌다. 고성이 오간 끝에 주민들이 단체로 퇴장하면서 설명회가 사실상 파행으로 끝났다.
주민 입장에서는 대규모 주택 공급과 개발사업에 따른 교통·교육 부담에 더해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도시시설까지 들어서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결국 용산을 둘러싼 갈등의 핵심은 단순히 ‘주택을 더 지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서울 도심의 주택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신규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와 용산구는 기존 도시계획의 기능과 국가공원의 공공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업무·산업 기능을 유지하면서 주택을 얼마나 수용할지가, 용산공원은 국가공원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고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가 각각 핵심 쟁점이다.
용산구는 앞으로도 정부와 서울시에 공원과 지역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협의를 이어가면서 구민 의견을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공급 확대를 통해 서울 집값 안정에 나서면서 용산을 핵심 카드로 꺼내 들었지만, 지역의 반발을 넘어 서울시와 자치구까지 반대하고 있어 최종 대책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될지 관심이 쏠린다.
주현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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