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마감된 차기 수협은행장 공모에 강신숙 현 행장과 신학기 수석부행장, 박양수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김철환 전 수협은행 부행장과 강철승 전 중앙대 교수, 양제신 전 하나은행 부행장이 등 총 6명이 지원했다.
금융권에선 강 행장이 ‘연임 신화’를 쓸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강 행장 취임 후 수협은행의 재무 실적이 개선된 점을 고려하면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협은행은 강 행장 임기 첫해인 지난해 세전순이익 3035억원을 거두며 창립 후 최대 실적을 썼다. 은행의 총자산은 2022년 51조6527억원에서 2023년 56조2363억원으로 8.9% 늘었다. 세후순이익은 2376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뛰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도 세전순이익 1857억원을 기록해 올해 연간 목표인 330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실제로 수협은행의 지난해 순이자이익은 8006억원으로 전년 대비 16.5% 늘었고 비이자이익은 852억원으로 82.8% 뛰었다. 수익성 지표도 우상향했다. 수협은행의 ROE(자기자본이익률)는 2021년 5.81%에서 2022년 6.31%로 상승했다. ROA(총자산수익률)도 0.41%에서 0.44%로 올랐다.
이후 금융 불확실성과 자본적인 측면 등을 고려해 조급한 M&A보다는 안정적 성장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강 행장이 연임할 경우 수익 개선을 지속하면서 비은행 확장 전략을 연속성 있게 끌고 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역대 수협은행장 중 연임 사례가 없다는 점도 변수다. 수협은행이 2016년 수협중앙회로부터 분리·출범한 후 연임한 은행장은 전무하다. 분리 이전인 2007년에는 장병구 전 행장이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수협은행은 오는 12일 면접 대상자를 선정하고 23일 면접을 거쳐 차기 행장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수협은행장의 임기는 2년이다.
최종 행장 후보로 선정되려면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 재적 위원 3분의 2인 4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재 수협은행 행추위는 김대경 울진후포수협조합장(수협중앙회 추천), 한용선 제주어류양식수협 조합장(수협중앙회 추천), 남봉현 수협은행 사외이사(해양수산부 추천), 오규택 수협은행 사외이사(기획재정부 추천), 이석호 수협은행 사외이사(금융위원회 추천) 등으로 구성된다.
관건은 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의중이다. 수협중앙회는 수협은행 지분 100%를 보유한 단일 주주다. 현재 수협은행 행추위원 5명 중 2명이 중앙회 측 인사다. 강 현 행장 역시 노 회장의 전임인 임준택 전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20년 김진균닫기김진균기사 모아보기 전 행장 선임 당시에도 내부 출신을 원하는 임 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후보 재공모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수협은행장은 2001년 이후 중앙회가 원하는 민간 출신과 정부가 미는 관료 출신이 번갈아 맡아왔다. 중앙회와 정부 측이 서로 다른 후보를 지지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행장 인선이 파행을 겪는 경우가 잦았다.
수협은행은 2022년 10월 차기 행장 선출 당시 공모에 지원한 지원자 5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치렀으나 최종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재공모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면접을 본 강신숙 현 행장과 김진균 전 행장 등 5명에 추가 지원자들을 더해 총 7명이 후보자에 올랐다.
2020년 차기 행장 선출 때도 지원자 5명의 면접이 진행됐지만 행장 후보를 정하지 못하고 재공모를 진행했다. 행추위 내 정부 측 위원과 수협중앙회 측 위원의 의견이 엇갈리자 새로운 후보자까지 포함해 인재 풀을 넓혀보겠다는 의도였다. 재공모에는 기존 지원자를 포함해 총 11명이 지원한 바 있다.
2017년에도 수협은행은 행추위 내 정부 측 위원과 중앙회 측 위원 간 이견이 발생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세 번이나 재공모를 내는 등 행장 선임 절차 진행이 지연됐다. 그 결과 이동빈닫기이동빈기사 모아보기 행장이 선임되기까지 6개월 간 행장 자리가 비어있었다.
수협은행은 2022년 공적자금을 조기 상환하면서 경영 자율성 확보의 물꼬를 텄지만 여전히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수협은행이 공적자금 상환 방식으로 국채 매입을 택하면서 실질적인 공적자금 회수는 수협이 지급한 국채 만기가 끝나는 2027년에 끝나기 때문이다.
상환 측면에서 보면 국채를 받았지만, 정부는 5년물 국채 만기가 도래해 전액 현금으로 납입될 때까진 완전한 공적자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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