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쿠팡의 PB상품 우대 의혹에 대해 초강수를 뒀다. 1400억원 과징금은 공정위가 국내 유통기업에 부과한 사상 최대 과징금이다. 여기에 법인 고발까지 결정하면서 사실상 쿠팡의 PB상품 추천 제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쿠팡은 이 같은 공정위 결정이 사실상 로켓배송 서비스를 축소 금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간 고객에게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하는 것을 당연시 해왔지만, PB제재가 현실화 된다면 소비자가 원하는 PB상품을 포함한 모든 로켓배송 상품 추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급기야 쿠팡은 1400억원의 역대 최대 과징금에 따른 여파로 오는 20일 예정돼 있는 부산FC기공식도 취소했다. 부산시장을 비롯해 지역구 의원과 시의회 의원들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공정위의 강력한 제재로 중장기 물류 투자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박정은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공정위 판단은 사실상 소비자 혜택을 고려하지 않은 국내 유통산업 발전에 역행하는 규제”라며 “상품 진열은 유통업체의 고유 권한이자 근간으로 전 세계적으로 정부에서 상품 진열 순서를 가지고 규제한 적은 없다. 중요한 시점에 중국 커머스에게 기회를 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소비자와 소상공인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PB규제로 소비자가 PB상품을 비롯한 가성비 높은 직매입 상품을 구매하기 어려울 수 있고, 덩달아 물가인상 기폭제 우려도 제기된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PB에 대한 규제는 다수 편익을 저해하고 유통업계 경쟁력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은 규제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고객에게 잘 보이는 곳에 PB상품을 진열하면 마케팅 비용이 줄어드는데 이를 금지하면 고물가 억제를 하는 PB상품 역할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쿠팡의 PB상품 파트너는 중소기업이 90%에 달한다. 이들이 매출과 판매량 80%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소제조사가 550곳을 돌파했고, 전년보다 약 20% 증가했다. 2019년 말 160여 곳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늘어났다. 중소업체가 PB제조를 통한 성장률(2022년 기준)은 29%에 달한다. 전국 소상공인 매출 성장률 12%와 쿠팡 전체 매출 성장률인 26%를 웃돈다.
특히 중소제조사 80%가 서울 외 지역에 분포한다는 점에서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협력 중소 제조사들의 고용인원은 올해 1월 말 기준 2만3000명으로, 지난해 3월 2만 명에서 10개월 만에 약 3000명 늘어났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공정위 판단은 한국 유통사 성장에 있어 규제기관의 판단이 산업 발전에 어떠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라며 “ 공정위의 PB 제재로 결과적으로는 고객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볼 것이며,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 위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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