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장은 1990년 SK하이닉스 전신 현대전자에 입사했다가 인텔 연구원, KAIST(한국과학기술원) 전자공학과 교수를 거쳐 지난 2013년 SK하이닉스로 돌아왔다. SK하이닉스에서 미래기술원장, D램개발사업부문장, COO(사업총괄), CEO(최고경영자)를 역임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런데 그는 이번에 다시 신임을 받았다. 이유는 그룹 내 몇 안 되는 엔지니어 출신 CEO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SK는 지난 2014년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처음으로 시작했다. 대규모 해외 생산 시설을 통해 양산을 개시한 건 불과 2020년이다.
이렇다보니 반도체 공정기술 전문가이자 SK하이닉스라는 거대 기술 제조기업을 이끈 경험을 가진 이 사장이 적임자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재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특히 이 사장은 SK온이 애를 먹은 수율 문제 해결에 전문성이 있다. 회사는 영업손실 규모가 2022년 1조726억원, 2023년 1~3분기 5623억원이다. 그나마 지난해엔 미국 IRA 혜택 3800억원 가량이 포함됐다. 출범 당시만 해도 2022년 하반기 첫 분기 영업이익, 2023년 연간 흑자 달성을 자신했지만 계획보다 1~2년 가량 지연되고 있다.
이석희 사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배터리 산업의 본질은 기술 기반 제조업"이라며 "이기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싸움에 임하는 태세로 치열하게 기술 역량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이석희 사장이 특유의 소통 능력으로 조직문화를 잘 융화시킬 지 여부도 주목된다.
SK온은 완전히 신생 기업은 아님에도 아직 조직 문화가 제대로 자리잡지 않았다고 평가된다.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이후 신입보다는 경력직 위주로 대규모 채용을 상시 진행했다. 다른 업체, 다른 분야에서 활약해 자리잡은 C레벨 임원과 눈높이가 조금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장의 소통 능력은 절실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이 사장이 이끌던 SK하이닉스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회사는 직원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같은 업계에 있는 삼성전자에 절반에도 못하는 성과급이 문제였다.
이에 이 사장은 사내 메세지를 통해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던 점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자사주와 복지포인트 지급을 통해 성과급 규모를 올리고, 성과급 기준 일부 공개와 개선을 약속했다. CEO로서 즉각적 사과와 보상에 내외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SK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대규모 적자로 인해 '성과급 제로' 결정에 내부 불만이 커진 것이다. 엔지니어로서 그리고 직원들과 잘 소통하는 CEO로서 이석희 사장이 격변기 배터리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보일 지 주목된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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