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서효문 기자] 한진그룹(회장 조원태닫기조원태기사 모아보기)의 살림꾼 하은용 한진칼·대한항공 최고 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막바지로 돌입한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 결합이 완료된다면 2000%가 넘는 부채비율을 가진 ‘부실 덩어리’ 인수에 따른 안정화를 추구할지 관심사다.
한진 오너家의 조용한 조력자
하은용 CFO는 1988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35년 한진맨이다. 그는 고 조양호닫기조양호기사 모아보기 한진그룹 회장에 이어 조원태 회장까지 2대째 오너 일가를 조력하고 있다. 입사 초기인 1988년부터 대한항공의 자금 업무를 맡았던 하 CFO는 오너 3세가의 개인기업 관리 임무를 수행하며 오너가의 일찍부터 오너가의 조력자 역할을 수행했다. 2009년 대표를 맡았던 ‘한진지티앤에스’가 대표적이다. 이 기업은 조원태 회장을 비롯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닫기조현민기사 모아보기 ㈜한진 사장이 지분을 균등하게 보유했던 곳이다. 훗날 한진지티엔에스는 조원태 회장의 한진그룹 입사 기업인 한진정보통신(2003년 영업기획차장 입사)으로 자산을 모두 양보했다.
오너 일가 지분으로 이뤄진 회사 관리 담당했을 만큼 조원태 회장의 높은 신뢰감을 받은 하 CFO는 2012년 임원으로 승진한다. 이때 ㈜한진 재무담당 상무보에 선임된 그는 조용한 리더십으로 1년간 ㈜한진의 곳간을 관리해왔다.
2013년~2015년까지 대한항공 사업기획을 담당한 그는 2016년부터 한진그룹 대표 살림꾼이 됐다. 2016년 대한항공 제무본부장으로 선임된 하 CFO는 2017년 상무 다음 직급인 ‘전무B’로 선임된 이후 본격적인 능력을 발휘했다. 대표적인 것이 2018년 점화된 조원태-조현아 경영권 분쟁에서의 산은 지원이다.
2018년 조원태-조현아 경영 분쟁이 촉발된 이유는 조현아 전 부사장 우군인 KCGI·반도건설 등의 3자 연합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이 너무 많은 점이었다. 해당 분쟁이 마무리 된 2021년 정기 주총 직전인 2021년 3월 초 3자 연합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총 46%에 달해 조 회장 우호 지분율보다 5% 이상 높았다. 지분구조에 따라 해당 주총 주요 안건 중 하나인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부결, 그의 한진그룹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리 조원태 회장의 완승이었다. 당시 주총에서 진행한 조원태 한진칼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의결되면서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종료됐다. 산업은행(회장 강석훈닫기강석훈기사 모아보기)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2021년 주총 전 산은이 대한항공의 한진칼 지분 10.66%(한진칼 3자 유상증자 8000억 원참여)를 확보, 3자 연합 측보다 많은 우호군을 조 회장이 확보했기 때문이다.
하 CFO는 이 과정에서 산은의 지원을 이끌어내며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 ‘일등공신’이 됐다.
하 CFO 지휘로 이뤄진 산은의 지원은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뿐만 아니라 대한항공 재무건전성 개선도 이끌었다. 2020년 660.63%에 달했던 대한항공 부채비율은 산은 유상증자 이후 2021년 288.4%, 지난해 212.06%까지 3년 새 1/3 수준으로 개선됐다. 올해 상반기 부채비율도 208.12%로 개선세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은 지원을 비록해 부채비율 개선을 이끌어낸 성과를 낸 하은용 CFO는 한진그룹을 대표하는 CFO”라며 “한진칼·대한항공·(주)한진 CFO를 다 역임한 만큼 조원태 회장의 대표적인 조력자로 꼽히고 있다”고 언급했다.
부채비율 2100%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한진그룹 최대 현안인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은 현재 14개국 승인을 확보, 미국·EU·일본 3개 경쟁당국의 승인만을 남겨놓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최근 EU에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 매각이라는 승부수를 꺼내며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 결합이 마무리된다면 하은용 CFO에게는 또 다른 과제가 주어진다. 조원태 회장 체제 안정화를 이끈 그는 이제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에 따른 재무 관리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과제라고 불릴만큼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부채비율은 끝을 모를정도로 치솟고 있다.
지난 3년여간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2배 이상 상승했다. 2020년 1171.55%였던 해당 비율은 2021년 2410.60%, 2022년 1780.17%, 올해 상반기 2098.53%다. 부채비율이 여타 업권 대비 높은 항공사임을 고려하더라도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취득을 위한 유상 증자에 참여해야하는 만큼 2000%가 넘는 부채비율은 통합 인수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하 CFO에게는 골치거리다.
1조5000억 원에 육박하는 영구채 존재 또한 상환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과 계열 LCC(저비용항공) 에어항공이 보유한 영구채(신종자본증권) 규모는 1조4550억 원에 달한다. 이들은 부채비율에 포함되지 않은 채무로서 대부분 7% 이상의 이자율이 책정, 또 다른 재무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조 회장 체제 안정화를 이끌었던 그가 어떤 방식으로 합병 여파를 일단락시킬지 관심이 쏠린다.
반대로 대한항공이 2020년대 이후 현금 창출력이 개선돼 아시아나항공 인수 부담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가졌다는 평가도 있다.
문아영 NICE신용평가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코로나19 대유행 시절 실적을 이끌었던 화물부문 실적 호조로 차입금 의존도가 지난해 38.4%로 2019년(63.0%) 대비 크게 개선됐다”며 “물론 아시아나항공 인수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차입금 의존도가 50% 이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여객 호조에 따른 현금 창출역이 양호하는 등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재무 부담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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