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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경남 이어 국민은행까지 횡령에 미공개정보 주식거래…'은행 내부통제 부실사고' 왜 [금융이슈 줌인]

기사입력 : 2023-08-10 06:00

(최종수정 2023-08-10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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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경남 이어 국민은행까지 횡령에 미공개정보 주식거래…'은행 내부통제 부실사고' 왜 [금융이슈 줌인]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우리은행과 BNK경남은행에서 발생한 수백억원대 횡령 사건에 이어 이번엔 KB국민은행 직원들이 고객사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가 적발되면서 은행권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에 강력한 내부통제를 주문하고 있고 주요 금융지주가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반복되는 도덕적 해이와 금융사고에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이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은행 직원 모럴해저드…무상증자 내부정보로 127억 챙겨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국민은행 증권대행부서 소속 직원들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증권선물위원장 긴급조치(패스트 트랙)로 검찰에 통보했다고 9일 밝혔다.

대형 은행 직원들의 조직적인 미공개정보 이용 불공정거래 혐의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직원은 지난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1개 상장사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면서 무상증자 규모 및 일정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취득해 본인 및 가족 명의로 해당 종목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무상증자 공시로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을 매도해 시세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총 66억원 규모의 매매 이득을 얻었다. 무상증자란 기존 주주들에게 돈을 받지 않고 주식을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주주 입장에선 추가로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 더 많은 주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통상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이번에 적발된 직원 중 일부는 은행 내 다른 부서 동료, 가족, 친지, 지인 등에게 무상증자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정보 수령자가 얻은 이익 규모도 약 6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본인과 가족 및 친지 지인이 거둔 추정 부당이익 규모는 총 127억원이다. 금융당국은 “증권 업무 대행을 하는 은행 임직원들의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는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혐의 조사와 별도로 지난 3∼4월 해당 은행에 대해 현장검사를 실시해 임직원의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방지와 관련된 은행 내부통제시스템의 적정 여부를 점검했다. 검사 결과 고객사 내부정보 취득 및 관리 영역에서 미흡한 점이 발견돼 관련 법규 위반 사항에 대해 책임 여부를 가릴 계획이다.

또 고객사와 상담 과정에서 미공개정보 취득 최소화, 증권대행 부서 내 직원 간 불필요한 미공개정보 전파 최소화,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사전·사후 통제 강화 등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공동조사를 활성화하고, 특히 금융회사 임직원이 연루된 사익추구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른 증권 대행 업무를 처리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도 임직원의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했다”며 “금융회사 임직원이 연루된 불공정거래 행위 발생 시 해당 회사에 대해 내부통제 부실 등 관련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경남 이어 국민은행까지 횡령에 미공개정보 주식거래…'은행 내부통제 부실사고' 왜 [금융이슈 줌인]이미지 확대보기
은행서 횡령 사고 잇따라…내부통제 시스템 유명무실 비판
이미 은행권에서 횡령 사건이 잇따르면서 도덕적 해이와 부실한 내부통제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 700억원대 횡령에 이어 최근 경남은행에서는 5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경남은행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 사고를 보고받고 긴급 현장 검사에 착수해 투자금융부서 직원 A씨의 총 562억원에 달하는 횡령 혐의를 확인했다. A씨는 경남은행에서 지난 2007년부터 올해 4월까지 약 15년간 부동산 PF 업무를 담당한 직원으로, 수차례에 걸쳐 회사의 PF 대출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 서울 소재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서에 검사반을 투입해 사고 경위와 추가 횡령 사고 여부를 파악 중이다. A씨가 취급하거나 직접 관리를 담당했던 대출을 포함해 경남은행의 PF대출 취급 및 자금 입출금 현황을 전수 점검할 계획이다. 경남 창원 소재 경남은행 본점에도 검사반을 확대 투입해 PF대출 등 고위험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 실태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의 수사 의뢰와 경남은행의 고소장을 접수한 검찰도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금감원은 이번 횡령 사고와 관련해서도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A씨는 약 15년간 동일 업무를 담당하면서 가족 명의 계좌로 대출자금을 임의 이체하거나 대출 서류를 위조하는 전형적 수법을 동원했다”며 “은행의 특정부서 장기근무자 순환인사 원칙 배제, 거액 입출금 등 중요 사항 점검 미흡 등 기본적 내부통제가 작동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대한 신속하게 검사를 진행해 정확한 사실관계와 사고발생 경위 등을 파악하고, 검사결과 확인된 위법·부당사항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PF 자금 전수조사에도 나섰다. 지난 3~4일 증권사, 보험사, 캐피탈사, 상호금융권 등 전 금융권에 PF대출 자금 관리 내역을 점검해 보고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지난 2일 전 은행권을 대상으로 PF대출 긴급 점검을 지시한 이후 점검 대상을 전 금융권으로 확대한 것이다. 금감원은 업권별로 PF대출 관련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영업 조직과 독립된 별도의 감사 조직에서 직접 차주 등과의 확인 절차를 걸쳐 그 결과를 보고해달라고 주문했다.

금융사고 반복 우려…금감원, 내부통제 검증체계 마련 추진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한 이후 불과 1년 만에 경남은행 횡령 사건이 벌어진 데다 두 사고의 비슷한 점이 많다는 점은 또 다른 횡령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경남은행과 우리은행 모두 한 부서에서 한 직원이 10년 이상 근무했고, 문서 위조와 가족 명의 이용 등의 수법을 이용해 회사 자금을 빼돌렸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고 있고 주요 금융지주 회장도 내부통제 경영 과제로 꼽고 있지만 횡령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 규모는 580억7630억원이다. 지난해(826억8200만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지난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 규모는 1816억590만원에 달했다. 2017년 89억8870만원에 그쳤던 횡령 액수는 2021년 156억4860만원으로 급등한 뒤 매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업권별 횡령 금액은 은행이 1509억8010만원으로 전체의 83.1%를 차지했다.

우리·경남 이어 국민은행까지 횡령에 미공개정보 주식거래…'은행 내부통제 부실사고' 왜 [금융이슈 줌인]이미지 확대보기
금감원은 지난해 초 우리은행 직원의 대규모 횡령 사고 이후 같은해 11월 은행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준법 감시부서 인력 및 전문성 확충, 장기근무자 비율 제한, 명령 휴가 및 직무분리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은행연합회는 이 방안을 모범규준에 반영했다. 금감원은 올 3월 말까지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은행 내규에 반영하고 상반기까지 관련 전산시스템을 마련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도 금융사들의 자율적인 내부통제 기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당국은 직접 점검에 나섰다. 금감원은 은행 등 금융사들이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내규 반영 및 관련 전산시스템 구축 여부 등을 점검한 뒤 추가적인 개선 사항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은 금융사의 자체 점검 내역 중 중요 사항에 대해서는 금감원 차원에서도 검증하는 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감원장은 지난 8일 임원회의에서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은행권과 함께 마련한 ‘내부통제 혁신방안’이 잘 정착돼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지속 점검해달라”라며 “사고 원인 및 금융회사 내부통제 실태를 철저히 분석·점검해 미흡한 사항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보완·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지난 6월 발표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의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당 방안은 금융사가 임원별 내부통제 책무를 사전에 명확히 구분하고, 각 임원이 금융사고 방지 등 내부통제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방안에 따라 금융회사 대표이사는 임원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한 ‘책무구조도를 작성해야 한다. 책무구조도에서 금융회사의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자를 특정해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로 위임할 수 없도록 하는 원칙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청회, 업권별 설명회 등을 개최해 업계 의견을 수렴한 후 속도감 있는 입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도 적용은 업권별로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하고 공포 후 1년 이내 은행·금융지주, 1년 6개월 이내 대형금융투자회사·종합금융투자회사·대형보험회사, 5년 이내 중소형 금융회사 등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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