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전날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제8차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은행권 비이자수익 비중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11일 밝혔다.
국내 은행 비이자이익의 대부분은 수수료에서 발생하고 있다. 외환수입수수료 등 기타업무 관련 수수료와 펀드·방카판매수수료 등 업무대행수수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외환수입수수료는 대형증권사·빅테크 등과의 경쟁 심화로 점차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고, 펀드·방카 수수료의 경우 고객과의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어 수수료만으로 비이자수익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은행권은 투자일임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한해 허용되고 있어 은행 고객들이 원스톱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받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투자일임업을 전면 허용해줄 것을 건의했다.
전면 허용이 어렵다면 공모펀드와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투자일임업에 한해 추가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의 광범위한 영업망을 통해 양질의 자산관리서비스를 편리하게 제공받을 수 있게 되고, 금융업권·금융회사간 경쟁·혁신 촉진으로 자산관리서비스 품질 향상과 소비자 선택권 확대가 기대된다고 은행권은 설명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판매수수료 중심에서 관리·운용 보수 중심의 사업 모델로 전환할 수 있어 고객과 은행 모두에게 윈-윈이 가능해지고 경기 변동에 따른 손익 변동성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금융투자협회에서는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증권업계의 핵심업무를 은행권의 안정적 수익 확보만을 이유로 허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고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시 중소 증권사의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증권업계의 다양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금투협은 “전업주의 하에서 금융지주 내 겸영만 허용하고 있는 현재 금융시스템의 큰 틀 차원에도 부합하지 않다”며 “은행과 증권업계의 고객 성향 차이를 고려할 때 신뢰와 안정성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은행의 고객에 대해 투자일임을 허용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이와 관련해 향후 TF 또는 실무작업반에서 재차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은행연합회에서 건의한 투자일임업에 대해 과거 방카슈랑스 등 겸영업무 허용 과정에서 겪었던 것처럼 첨예한 갈등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는 특정 업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할 것이 아니라 ‘동일 기능–동일 리스크–동일 규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권에 대한 투자일임업 허용에 따른 리스크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관리·해소할지 여부를 우선 검토하고, 국민들에게 어떤 금융편익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은행에 대한 투자일임 허용에 따른 리스크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기존 증권업계의 투자일임과 차별화된 서비스가 가능한지에 대해 추가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증권사의 투자일임업은 투자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관점이고, 은행의 자산관리 관점은 장기적으로 생애 주기까지 감안해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일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은행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차별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벤처투자 확대, 신탁업 혁신, 투자자문업 활성화 등 기존에 발표한 방안을 통해 비이자수익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 현재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비금융업을 제한적으로 영위하고 있는데, 향후 금융-비금융 융합 촉진 방안이 마련되면 사업모델을 보다 다각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권의 비이자수익 확대 방안 중 금융-비금융 융합을 통해 사업모델을 다각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6월 말까지 관련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 과장은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목표치와 관련해 “은행별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만큼 목표치를 제시하기는 어렵고 이를 따로 관리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우 계좌 유지 수수료 등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국민 정서상 맞지 않고 예금 고객들의 반발도 있을 수 있다”며 “수수료 이익을 추구하는 미국 모형을 따르기보다는 나머지 비이자이익에 주력해 실질적으로 국민 도움이 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도 “자산관리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은행의 투자자문업 범위가 확대됐는데 은행권에서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신탁업 혁신방안에 따라 관련 법령이 개정되면 다양한 신탁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은행권이 국내시장에 머물지 않고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노력도 적극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해외에서 거두는 이자수익은 국내 이자수익과 달리 은행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24일 개최되는 제9차 실무작업반에서는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가계부채 질적 구조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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