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이 가장 많이 생기고 미래가 유망한 국가 1~2곳에 투자를 집중하고, 다른 국가의 점포는 건전 경영에만 신경을 써 한정된 물적,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 실장은 현재 국내 은행의 국제화 수준이 아직 현지화의 중요성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배우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중심지지원센터에서 현지화 평가를 시작하면서 현지화 지표도 개선되고 해외 진출이 주요 이슈로 대두되면서 현지은행의 인수 등으로 비중도 늘렸으나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둔화된 상태”라며 “표면적으로는 현지 직원 비중과 현지 고객 비중을 늘렸지만 현지 직원의 활용과 유지, 현지 마케팅 등의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서 실장은 “지금 상황에서 국내 은행이 동남아 외에는 갈 곳이 없다”면서 “동남아 지역 내 어느 국가에 집중할지가 관건”이라며 “정치가 불안정한 곳에서는 갑자기 외국자본을 쫓아낼 수도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불안한 정치 상황의 지역은 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현지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현지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가급적 외국자본이라는 티를 적게 내는 것이 갑자기 쫓겨나거나 규제 감독 폭탄을 맞을 가능성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성공적인 현지화에 대해서는 ‘현지인 입장에서 현지 은행으로 느껴질 정도가 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현지 급여와 인센티브 체계를 개선해 인재가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고, 현지 문화와 현지인의 니즈를 정확히 이해해 현지인을 감동시킬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며 “현지 사회에 대한 공헌을 통해 현지 사회에서 존경받고, 현지인의 감성에 맞는 마케팅을 통해 현지 은행으로 생각하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분명한 것은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계’, ‘이미지’, ‘평판’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에 있어 가장 큰 변수로는 고금리 기조의 유지에 따른 건전성 관리 문제 탈세계화 및 민족주의에 따른 외국자본 배척 현상을 꼽았다.
우선 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는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면서 대출 포트폴리오를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외국자본 배척 현상의 경우 현지 사회 공헌, 한류 색깔 빼기, 현지 직원과의 좋은 관계 유지 등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서 실장은 “일본의 MUFG는 미국에서 Union Bank라는 이름으로 영업하며 스타벅스도 중국시장에서 중국식 표기와 함께 중국 전통차를 판매하고 있다”며 “문화계의 한류로 인해 한류 마케팅만 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한류 마케팅을 하는 순간 현지인 입장에서는 외국자본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름도 현지식으로 하고 상품도 현지의 특성을 반영하는 현지용 상품을 많이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은행의 국제화를 가로막는 규제와 관련해서는 “BIS비율 산정 시 해외점포 자산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너무 높아 은행들이 해외 자산 비중을 늘리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고 언급했다. 은행들의 관행 문제도 있다고 했다. 그는 “순환보직제로 인해 현지 문화, 제도, 언어 등에 대한 이해도 낮고 현지 감독당국이나 주요 고객과의 네트워크도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과급 비중이 낮아 현지인이 열심히 일할 인센티브가 약하고 고급 인력에 대한 보상이 부족해 열심히 키운 인재가 글로벌 은행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많다”며 “그러다 보니 인재를 열심히 키우지 않고 그게 소문이 나면서 우수한 인재가 들어오지 않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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