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 해도 전망이 밝다. 은행권에서는 전반적으로 내년에도 호실적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상과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 등으로 올해보다는 성장성이 더딜 것으로 관측되지만, 여전히 높은 이자이익을 바탕으로 내년에도 5%를 웃도는 속도의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다만, 비대면 문화 속 디지털 금융 플랫폼이 점점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 상황에 얼마나 적응도를 높이냐에 따라 각 은행의 실적은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각 은행들은 저마다 세부적인 전략은 차이가 있지만, 큰 축으로는 ‘글로벌 영토 확장’과 ‘디지털 혁신’ 두 가지에 공들일 방침이다.
이달 본격적으로 막을 연 마이데이터(본인 신용 정보 관리업) 시대에 앞서나가기 위한 다양한 금융 서비스 출시도 예고돼 있다. 부실채권 등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과제도 존재한다.
어느덧 코로나19가 일상이 된 지도 2년이 흘렀다.
지난 1일 금융감독원(원장 정은보닫기정은보기사 모아보기)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고정이하여신)은 전분기(6월) 말 대비 0.03%포인트(p) 하락한 0.51%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 금융 지원에 따른 잠재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아 리스크(위험)는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1실장은 지난 8일 서울시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21년 금융동향과 2022년 전망 세미나’에서 “코로나19 금융 지원 종료와 이전부터 이어진 신용 확장 국면이 자산 건전성에 미치는 중장기적인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경영전략 및 건전성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은행들은 대손충당금 비율을 늘리면서 리스크에 대비하고 있다. 올 3분기 은행권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156.7%로 전 분기에 비해 1.6%p 늘었다. 6개월 전인 3월(149.9%)과 비교하면 25.2%p 적립률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는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개최해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이재근닫기이재근기사 모아보기 영업그룹 이사부행장을 추천했다. 이 후보는 자산관리, 리스크 관리를 다루는 카이스트 금융공학 MBA(경영학 석사학위 과정)를 수료했다. 디지털 혁신도 중요하지만, 은행 내에서 영업과 재무·전략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이 후보에게 리스크에 대비하는 안정적 경영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반면, 리딩뱅크 탈환을 노리는 신한은행(은행장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은 올 9월 말 기준 부실채권비율이 0.35%로 다른 은행에 비해 높아 관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부실채권에 대비해 충당금을 얼마나 적립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NPL 커버리지 비율’은 138.8%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은행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한 우리은행(193.4%)과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 난다. 갑작스러운 부실채권 위험에 빠지지 않기 위해 원리금 상환을 유예한 차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컷오프나 일부 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보수적 접근이 전망된다.
◇ ‘글로벌’ ‘디지털’ 두 마리 토끼 잡아라
은행권의 2022년 화두는 ‘글로벌’과 ‘디지털’ 두 가지로 크게 풀이된다.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이자 수익을 넘어 수익 다각화를 꾀하는 모양새다. 최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글로벌 진출에 제동이 걸릴 우려가 있지만, 은행들 저마다 앞다퉈 디지털 전략을 무기로 삼고 해외 사업을 추진 중이라 크게 무리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리딩뱅크 국민은행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이재근 국민은행장 내정자는 2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은행 산업이 예금과 대출 이자만 갖고 살기는 어려운 시대”라며 “이자이익과 비이자 이익 (비율)이 각각 85%, 15% 정도 되는데, 85% 되는 수익 원천이 줄어들면, 활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수익화 모델로 보는 것은 기업 투자금융(CIB)과 고객 자산관리(WM), 글로벌 진출, 캐피탈마켓 등이다.
아울러 그는 신성장 동력으로 디지털 전환을 잘 프로세스화해 고객과 시장에서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최근 마이데이터 시대에 걸맞는 앱 환경을 구축한 ‘뉴스타뱅킹’을 고객들에게 선보였는데, 내년에도 해당 앱 기능을 더 고도화해 다양한 수익 모델과 연계할 방침이다.
국민은행 뿐만이 아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역시 코로나19 이후 ‘하늘길’ 대신 ‘디지털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 전략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
최근 신한은행은 ‘글로벌 공통 모바일 아키텍처 및 개발 체계 개편 사업 추진’ 입찰 공고를 내고 사업자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글로벌 표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각 나라 고객 상황에 맞게 앱 기능이나 디자인을 다르게 하려고 한다. 금융 경력 40년 중 18년가량을 일본에서 보낸 만큼 ‘글로벌 통’으로 평가받고 있는 진 행장이 자신의 강점을 십분 활용하는 모습이다.
디지털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디지털 컴퍼니 전환’ 전략을 수립해 블록체인 기술 기반 디지털 신사업 확대에 나섰다.
현재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해외 송금에 활용하는 테스트를 진행 중인데 기술검증과 법적 문제, 사업성 효과를 확인한 뒤 내년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또한 ▲‘100% 비대면 기업금융’ 구축 등 디지털 영업채널 강화 ▲20대 전용 플랫폼 ‘헤이영’ 연계 사업 확대 ▲음식 배달업 진출 등 생활금융 플랫폼 구축 등을 내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다.
박성호닫기박성호기사 모아보기 하나은행장도 디지털 뱅킹 플랫폼 ‘라인 뱅크’를 중심으로 내년에도 동남아 주요국을 공략할 방침이다. 최근엔 ‘금융사 통합 글로벌 지급 결제망(GLN)’ 구축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가 1958년 ‘뱅크 아메리카드(BankAmeri card)’라는 이름의 신용카드를 출시한 게 굉장한 인기를 얻으면서 오늘날의 비자카드로 발전한 것처럼 국경 제한 없이 이용 가능한 ‘소비자 중심’ 결제망을 만드는 게 목표다.
권광석닫기권광석기사 모아보기 우리은행장은 최근 캄보디아 현지법인이 상업은행 본 인가를 획득하며 현지 금융시장에서의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기존 리테일 여·수신을 넘어 기업금융과 외환, 카드 등 은행업 전반에서 수익 사업을 모색할 계획이다. 가상 자산 시장에서의 우위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권준학닫기권준학기사 모아보기 NH농협은행장 역시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더디지만, 조금씩 미래 먹거리를 해외에서 찾아가고 있다.
농협은행의 강점인 농업금융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워 미얀마와 캄보디아에서 흑자를 꾸준히 내는 중이다. 앞으로 뉴욕과 런던에서는 투자금융을 확보하고 베트남,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는 기업금융 자산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로 글로벌 진출에 페달을 밟을 예정이다.
디지털 혁신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메타버스와 금융을 융합한 최초의 금융 메타버스 플랫폼 ‘독도버스’를 내년 삼일절에 출시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특히 NFT(대체 불가능 토큰) 기반의 디지털자산 시스템과 연계한 서비스라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현재 독도버스 사전가입자는 신청 하루 만에 3만명을 돌파한 상황이다.
◇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 다른 전략으로 ‘승부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전체 중 30% 내외로 맞춰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은행장 서호성)와 카카오뱅크(대표이사 윤호영), 토스뱅크(대표 홍민택)는 내년에도 이같은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신용평가 모형(CSS) 고도화를 통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는 동시에 주택담보대출이나 기업금융에도 진출한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들에 대해 중금리 대출을 포함해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 절반 수준인 10.8~14.8% 수준으로 낮추라고 권고한 만큼, 중·저 신용자 대출 수요가 인터넷은행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지방은행(BNK부산·경남·DGB대구·JB전북·광주·제주)은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삼아 영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방은행장들과 간담회에서 “지방은행이 건전성을 확고히 유지하면서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자금 중개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 지원방안으로는 지방은행 특성을 잘 반영한 건전성 감독기준 개선과 경영실태평가에 있어서 시중은행과의 차등화를 언급했다.
애초부터 몸집 자체가 다른 상황에 시중은행과 같은 기준으로 지방은행을 평가해 지방자치단체 금고 선정 등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대출 업무에 차질이 생기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각 지방은행은 금융당국의 지원을 업고 디지털 혁신 가속화와 함께 지역 밀착형 관계형 금융 강화를 동시에 추진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 비은행 부문에서 그룹사별로 크게 이익을 거둔 만큼 수익구조 다각화에 공들일 전망이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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