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겔싱어 인텔 CEO는 지난 23일(현지시각) 200달러(약 22조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에 두 개의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파운드리 고객을 위한 역량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인텔은 지난 2016년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하자, 2년 뒤인 2018년 파운드리 사업을 철수했다.
신설되는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부는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로, 완전히 수직적인 독립 사업부다. 해당 사업부는 랜디르 타쿠르 박사가 직접 이끈다. 잠재 고객사로는 애플, 아마존,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을 꼽았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업계는 현재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와 경쟁을 이어가게 될 것으로 봤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보면, 대만의 TSMC가 56%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삼성전자가 18%로 2위, UMC와 글로벌파운드리가 7%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1위 사업자인 TSMC를 추격하는 것도 버거운 가운데, 인텔까지 나서면서 경쟁사가 늘었다.
이들은 TSMC와 삼성전자의 대형 고객사인데, 만일 인텔에 파운드리 사업을 맡길 경우, 파운드리 점유율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이재용닫기이재용기사 모아보기 부회장이 목표로 한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도 어려워진다.
반도체 업계 한 전문가는 “이번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계기로, 삼성전자는 현재 추진 중인 파운드리 공장 증설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의 증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오스틴시 정부와 세제 혜택 등을 조율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실행 능력을 고려하면, TSMC 및 삼성전자에 위협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인텔의 공정 기술은 14나노급인 반면, 삼성전자와 TSMC는 5나노 이하의 미세 공정을 상용화했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는 인텔의 공정 기술은 TSMC·삼성보다 두 세대 정도 뒤처진 것으로 보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텔이 7나노, 5나노 개발에서 지연을 발생시키고 경쟁력 있는 용량과 수율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번 파운드리 투자 발표의 현격한 변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러한 경우 인텔은 최신 공정이 아닌 레거시 공정에서 미세 공정에 민감하지 않은 저부가가치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 업체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텔의 14나노급이 삼성전자와 TSMC의 10나노급 공정과 맞먹는다는 평가가 있다. 현재 인텔은 22나노미터 공정부터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향후 7나노급 공정 기술을 상용화할 경우, TSMC와 삼성전자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송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이 대폭 성장하기 위해서는 TSMC를 앞서는 3나노 기술과 수율·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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