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융감독원 DLF(파생결합펀드)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손태승 회장에 중징계를 의결하고 이튿날 앞서 예고됐던 차기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 추천도 돌연 연기된 만큼 손태승 회장의 선택이 향후 우리금융그룹 지배구조 가늠자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손태승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거취 등을 포함한 입장 표명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차에 걸쳐 진행된 금감원 제재심은 지난달 30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회장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의결했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문책경고가 확정돼 통지받은 임원은 이로부터 3년간 금융회사에 임원으로 신규 선임될 수가 없다.
다만 기관 제재 관련해 공을 넘겨받는 금융위가 금감원 제재심 결정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제재 관련 불확실성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히 관련 절차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일정을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이르면 3월초에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만큼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31일 같은날 우리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은행장 후보 단독 추천을 연기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지주 측은 "그룹임추위가 새로운 여건 변화에 따라 후보 추천 일정을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단하기 어렵지만 손태승 회장이 전격 사퇴를 결정할 경우 우리금융그룹 지배구조는 이른바 CEO(최고경영자) 리스크로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 은행장과 임기만료되는 계열사 사장단 추천보다도 앞서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내부에서 걸맞는 지주 회장 인사를 찾아야 하는 과제도 문제지만, 내부 출신의 회장과 행장 겸임으로 지주 설립 초기 추동력을 가졌던 우리금융에 치열한 외부인사 경합이 더해질 경우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손태승 회장이 중징계 결정에 불복하고 법정 대응에 나설 수 있는 선택지도 있다. 실제 이번에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현행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부실에 대한 CEO 책임을 직접 묻기에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맞서온 만큼 행정소송까지 서로 다퉈볼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연임은 가능하지만 피감기관으로서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으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인수합병(M&A) 승인 등을 염두할 때 금융당국과 대치되는 상황은 경영 행보에 제약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현재 키코(KIKO) 배상과 라임사태 같은 다른 사안도 당면해 있어서 당국과 불편한 관계로 가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개인으로 인해 조직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오는 3월 24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 확정을 앞뒀던 손태승 회장의 '다음'에 대한 결정은 주주와 이사회가 판단 주체라고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 측은 "임원 선임은 당해 금융회사의 주주·이사회가 결정할 사항으로 여러 제반사정을 감안하여 회사와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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