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은 AI(인공지능) 신(新)기술을 기업대출 취급과 수출입 선적 서류 심사 업무 등에 도입하며 기업금융 명가(名家) 자리를 공략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 주요 그룹사인 우리은행은 올 1월 AI를 활용한 제재법규 심사시스템을 시중은행 최초로 자체 구축하고 수출입 선적 서류 심사업무에 도입했다.
이번 시스템에는 이미지 인식 기술과 머신러닝 기술이 포함돼 있다. 수출입 서류 분류부터 텍스트 추출, 데이터 축적, 심사 프로세스 등을 자동화했다.
또 심사항목 자동추출 및 필터링, 통계적 분석을 통한 위험요소 자체 점검, 심사정보의 데이터베이스(DB)화로 체계적인 사후관리도 가능해졌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스템 구축으로 제재심사 범위를 확대하고 인력은 심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재배치해서 미국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자금세탁방지(AML) 수준의 심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앞서 지난해 AI 여신심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AI 여신심사 시스템은 여신 심사역이 업종, 재무비율, 신용등급 등을 평가해 대출하던 데서, 빅데이터와 심사역 노하우를 결합해 심사 과정을 자동화하는 게 골자다.
개별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채무의 최대 금액을 산출하는 ‘한도모형’을 금융권 최초로 적용했다. 비재무 자료까지 활용해 기업의 미래가치를 측정하고 대출심사에도 반영했다.
우리은행은 글로벌 핵심 거점 국가인 베트남에서 지난해 7월 한국계 금융기관 최초로 AI를 활용한 신용평가 모형을 도입하기도 했다.
베트남 국가신용정보센터(CIC) 신용정보와 통신사 데이터를 AI 머신러닝 기술로 분석한 개인신용평가 모형을 적용해서 모바일 뱅킹 신용대출과 신용카드를 발급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AI 신용평가 모형 도입은 현지 대기업 임직원 위주로 취급하던 신용대출을 일반 개인 고객까지 확대하는 기회가 됐다.
우리은행 측은 “신용평가 모델을 비대면 중금리 대출은 물론 휴대폰 유통사나 자동차 판매사 등과 제휴를 통해 할부금융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모형을 인도네시아 등 다른 국가로 넓혀서 리테일(소매금융) 대출 영업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형적·반복적 업무를 소프트웨어 로봇이 대체하는 RPA(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도 가동하고 있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RPA 도입으로 업무별 평균 자동화 비중을 80%까지 높이고, 기존 업무시간을 최대 64%까지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은행 측은 “직원의 전산조작 업무를 줄여 고객 대기시간을 최소화 하고 상담시간을 늘려 고객에게 양질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AI로 공과금도 손쉽게…금융스피커도 추진
외부 제휴를 통해 AI 활용 범위를 확장해 나가고 있기도 하다. 우리은행은 네이버-라인과 AI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우리은행-클로바(Clova) AI 공동랩(Lab)’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우리은행은 AI 기술을 결합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기 위해 네이버-라인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네이버-라인 AI 플랫폼 ‘클로바’ 활용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은행 측은 “현재 네이버의 AI 전문인력과 정기적인 실무 미팅을 통한 제휴 서비스 기획과 발굴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해 8월 스마트뱅킹 ‘우리WON뱅킹’을 리뉴얼하면서 네이버 OCR(광학문자판독) 기술을 활용한 AI 기반 공과금 납부서비스를 탑재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측은 “향후 네이버 AI 스피커를 활용한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 우리은행은 LG CNS와 2018년 업무협약을 맺고 블록체인과 AI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협업을 하고 있다.
양사는 음성인식 AI 뱅킹, AI형 챗봇 등 우리은행의 AI 금융 노하우를 LG CNS의 AI 플랫폼 ‘DAP’과 접목하는 공동 플랫폼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프롭테크(Proptech, 부동산+기술)를 활용한 부동산 자산관리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AI 건축설계 기술을 활용한 투자자문 플랫폼 ‘랜드북(Landbook)’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인 ‘스페이스워크’와 제휴했다. 주택임대관리 플랫폼 사업자인 ‘알에셋마스터리스’와도 손잡았다.
온라인 마켓 영세 소상공인 매출채권을 담보로 매출대금을 은행이 선입금하는 공급망금융(Supply Chain Fiance)도 노크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SK텔레콤, 11번가와 지난해 10월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11번가에 입점한 중소 판매업자 대상으로 SK텔레콤의 비금융데이터를 이용한 신용대출 한도 범위 내 공급망금융 상품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또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뱅크샐러드(레이니스트)의 ‘대출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에 시중은행 최초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공동 개발한 오픈 API(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고객이 뱅크샐러드 앱에서 우리은행 대출 상품의 개인별 한도와 금리를 직접 조회할 수 있도록 했다.
대출 신청은 우리은행 위비뱅크 앱에서 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씬파일러(Thin filer, 금융이력부족자)를 위한 소액대출상품인 ‘우리비상금대출’을 대출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에 제공한다.
우리은행 측은 “은행의 오픈API를 활용해 핀테크 혁신금융서비스와 마이데이터(My data) 사업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우리금융그룹은 향후에도 AI 기술을 적용한 금융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우리금융그룹 측은 “자산관리, 기업금융 등에 AI 기술을 적용한 금융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라며 “복잡한 은행업무 프로세스를 AI 기술로 단순화하고 고도화하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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