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가 확정되면 현중지주와 산업은행은 조선합작법인(가칭)을 세워 중간지주사로 삼고 산하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등 조선사 군단을 완성해 초거대 글로벌 조선그룹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글로벌 선박 발주가 급감하는 사이 국내 조선사들의 맹점이 드러난 바 있다. 기술 우위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저가 수주 경쟁에 의존하는 사이 압도적인 점유율이 수익성 악화를 부르는 악순환을 초래한 것이다.
그 결과 2015년까지만 해도 1척당 2억 달러였던 LNG선의 가격은 지난해부터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인데도 1억8000만 달러대에 머물러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이 전략적 인내심으로 뭉쳐서 저가 수주 경쟁에서 물러나는 대신 수익성 기반 수주에 힘쓸 경우 LNG선의 선가 상승으로 수익성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중론이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한국 조선의 효자 선종인 LNG 캐리어만 선가가 부진했다”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초대형 조선사 그룹으로 발돋움하고 삼성중공업이 그 옆을 받치는 빅2 체제로 전환하면 국내 조선사 간 수주 경쟁 강도를 완화시키고 선가를 정상화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연구개발·구매 합하고 중복투자 방지, 탐나는 시너지
‘규모의 경제’를 이뤄 원가절감 등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조선합작법인에서 통합적으로 철강재, 조선용 후판 등의 원재료 구매시 구매파워가 높아진다. 구매 물량 증가에 따른 물량 할인을 받아 원가 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연구개발(M&A) 중복 투자 회피 및 기술 공유 또한 기대된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이 LNG선 액화장치를 개발하고, 현대중공업이 이듬해 완전재액화장치를 개발해 둘 사이에 소송전이 펼쳐진 바 있다”며 “기술을 공유하고 중복투자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영석, 가삼현 현대중공업 공동사장은 1일 담화문을 통해 “중복투자가 제거되어 투자 효율성이 대폭 높아질 것이다”라며 “조선업체라면 반드시 해야 할 투자를 두 회사에서 동시에 할 필요가 없어지고 절감된 투자 비용을 다른 곳에 투자한다면 기술경쟁력이 최소 두 배 이상 높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외부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지주 계열 조선사들과 대우조선해양이 중간 지주사 아래 일사불란한 전략적 방향 아래 수주 노력과 강점 극대화에 나선다면 다양한 통합 시너지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높이 사고 있다.
◇ 추가 인력조정 의구심 불식 노력 필요성
하지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수주 경쟁에서 강점을 지닌 선종이 겹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 추가 인력구조조정이 단행 될 것을 걱정하는 지역 여론이 거세어 진 것도 사실이다. 중간 지주 산하에 여러 조선사가 병렬 구조를 갖추게 되면 전략 기획, 구매 등 각 회사에 중복된 업무 조직 축소 필요성이 부각되는 것도 필연적일 것이라는 문제제기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사업효율성을 높이고 이익 극대화를 겨냥한 인수합병(M&A)이기 때문에 조직 슬림화 작업이 추진될 개연성이 짙다는 의구심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임담협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를 미룬 채 노조와 대화에 나서라고 경영진을 압박하고 나섰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LNG선, 특수선, 해양플랜트 등의 효율성 확보와 생산성 향상을 빌미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며 “영업과 설계, 연구개발, 사업관리 부문은 가장 먼저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합병으로 인한 인적 구조조정, 경남권 기자재 업체 타격, 지역경제 붕괴 등을 우려하며 동종업체 매각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장은 “현대중공업이 대부분 기자재 물량을 그룹에 속한 계열사에 몰아주는 것을 고려하면 경남권 전체 조선 기자재 업체들은 몰락할 것”이라며 “이번 매각 결정은 현대중공업에 특혜를 줘 독점체제를 강화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지주와 산업은행은 이같은 불안감과 의구심을 어떻게 조기 진화하면서 성공적인 구조 재편 작업을 펼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주석 기자 jspark@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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