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집값을 잡기 위해 다주택자 대상 다양한 규제를 선보였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매각해 실수요자 ‘내 집 마련’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청약에 당첨이 됐다고 하더라도 주택 구매 자금 마련이 어려워 청약을 포기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 한국은행 금리 인상 예고
미국 기준 금리가 인상돼 한-미간 금리차가 역전됐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1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50~1.75%에서 1.75~2.00%로 0.25% 올렸다.
이는 지난 3월 이후 3개월 만의 금리 인상이다.
기준 금리 인상은 올해 하반기 주택 구매를 계획 중인 실수요자들에게는 악재다. 대출 금리 상승이 이어지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이후 LTV·DTI가 축소된 것과 함께 이자 부담까지 확대됐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기준 금리 인상으로 인해 대출 금리가 높아질 것”이라며 “실제로 청약 시장에 실수요자들이 몰리는 강남 단지에서도 금리 인상 등 금융 부담 때문에 청약을 포기하는 당첨자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올해보다 내년에 더 큰 영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하반기는 그나마 과거 주택경기 호조 여파가 이어지겠지만, 내년부터는 금리 인상 여파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올라가게 된다면 소비자들의 주택구매자금 마련 부담이 커져 건설사들에는 악재”라며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 대출금리가 인상, 소비자들의 주택 구매 자금 마련 여력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리 인상 등 주택금융 규제 효과는 올해보다 내년에 본격화될 것”이라며 “청약 열기가 몰리는 강남 주택도 계약을 포기하는 실수요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대출과 세금 등 각종 부동산 수요억제책이 하반기 현실화됐다”며 “정부의 전방위적인 부동산 수요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은 소강상태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 3월 은행권 DSR 시행…23일 상호금융권 등 2금융권 업권별 연내 도입
연내 2금융권까지 확대 적용할 DSR(총체적상환능력비율)도 건설사들의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3월 은행권에 적용된 DSR로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 여력이 줄어든 가운데 2금융권까지 대출 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DSR이 2금융권까지 확대되면 ‘시공사 중도금 대출 보증 지원’에 대한 고민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중도금 대출 지원은 실수요자들의 요구 1순위로 떠올랐다. 금융기관의 주택 금융 문턱이 높아져 주택 구매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월 보유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부채상환 비율로 책정하는 ‘신DTI’ 적용에 이어 연내 저축은행 등 2금융권까지 DSR이 적용이 가시화되면서 ‘시공사 중도금 대출 보증 지원’ 단지는 등장하기 어려워 졌다.
건설사들은 은행권뿐만 아니라 저축은행과의 중도금 대출 보증 협약을 맺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은 높아진 주택금융 문턱으로 저축은행과 시공사 중도금 대출 보증을 맺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라며 “DSR의 2금융권 적용 확대는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 자금 마련을 더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택금융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공사 중도금 대출 보증은 사실상 제공하기 어렵다”며 “관련 보증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금융기관과 접촉하고 있지만,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과도 협약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이달 2금융권 DSR 도입과 국내 기준 금리 인상 등으로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 환경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또 연내 종료되는 2000만원 이하 주택임대소득과세 유예 이슈도 시장에 많은 영향을 줄 변수”라고 말했다.
실수요자들도 주택 금융 규제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부동산114가 전국 2357명을 대상으로 ‘2018년 하반기 주택 시장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수요자들이 꼽은 올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 최대 변수는 ‘정부의 대출 규제 및 금리 변화’와 ‘DSR 도입’이었다.
◇ 규제 강화, 다주택자 주택 매각 나설까
주택 시장도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정부의 의도와 달리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판매하기보다 다른 방안을 통해 규제 강화를 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발표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상안으로 다주택자를 옥죄지만, 증여·임대 등록 등으로 규제를 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다주택자들이 임대 등록사업자로 전환할 경우 세금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정부의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정책에 따라 등록 장기임대주택은 종부세 과세대상에서 제외한다”며 “다주택자들도 임대 등록사업자로 전환할 경우 세금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즈 부동산 전문위원은 “이번 종부세 인상안으로 강남권 중대형 아파트 1채 보유자도 세금 부담이 늘었다”며 “이는 최근 ‘똘똘한 한 채’ 보유 트렌드에 따른 주택시장 초양극화 현상을 차단하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시장 둔화는 지속될 것으로 봤다. 다주택자들이 주택 매각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4월부터 적용된 양도소득세 중과로 인해 주택 판매보다는 관망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과 지방 아파트를 함께 보유한 3주택 이상자의 경우 종부세 부담이 늘어난다”며 “전반적으로 다주택자들은 당장 매각에 나서기보다 당분간 관망하려는 분위기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형닫기김형기사 모아보기근 NH투자증권 부동산·SOC연구원은 “이번 종부세 인상으로 주택시장에 단기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올해 하반기부터 수도권 지역 부동산 시장 둔화와 가격 하락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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