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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촉법 상시화 논의 재점화…기업 구조조정 '골든타임' 앞당겨야

기사입력 : 2026-11-0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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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일몰 앞두고 상시화·재연장 논의…금융위, 법원·채권단 연계한 하이브리드 모델 추진
부실징후기업 1년 내 구조조정 신청 비율 43.9%→19.6%…경영권·낙인 우려에 골든타임 놓쳐
빚 연장 중심 사후 처방 한계…사업재편·민간 구조조정 자본 유입 등 생태계 전환 시급

기촉법 상시화 논의 재점화…기업 구조조정 '골든타임' 앞당겨야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희일 기자] 기업 구조조정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실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채무 만기를 연장하는 사후적 처방만으로는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의 일몰을 앞두고 상시화 논의가 재점화하면서 구조조정 제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실이 현실화한 뒤 기업을 정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위기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정상화를 유도하는 선제적 구조조정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2월 존속기한이 만료되는 기촉법의 상시화 또는 재연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기촉법은 그동안 일곱 차례 존속기한이 연장됐다. 금융위원회는 기촉법 상시화를 위해 법원과 금융권의 구조조정 절차를 연계하고 기업에 대한 종합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금융위가 제시한 개선안의 핵심은 법원과 채권단의 기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조정이다. 기업이 법원에 하이브리드 구조조정을 신청하면 워크아웃 절차를 개시하고, 채권단 중심의 정상화가 어려울 경우 기업회생절차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법원의 공적 절차가 가진 채권 보호 기능과 워크아웃의 신속한 채무조정 및 자금 지원 기능을 결합하겠다는 취지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영하는 기업 지원 플랫폼 '온기업'을 구조조정 종합 정보 플랫폼으로 확대하고, 신용위험평가에서 부실징후기업으로 분류된 기업에 적합한 구조조정 제도와 지원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책금융기관 공동 상담 매뉴얼을 마련해 기업이 위기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원 수단을 쉽게 파악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기촉법 상시화까지는 법적 논란을 넘어야 한다. 법무부는 워크아웃이 일부 채권금융기관의 재산권을 제한하고 금융권 중심의 구조조정이 관치금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상시화에 반대해 왔다. 금융권은 신속한 채무조정과 신규 자금 지원을 위해 별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의 사적 구조조정과 법원의 공적 회생절차 사이에서 어떤 방식으로 권한과 책임을 배분할지가 입법 논의의 핵심이다.

하지만 제도 존속 여부 못지않게 시급한 문제는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는 시점이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부실징후기업(C·D등급)으로 평가받은 기업 가운데 1년 이내 워크아웃이나 회생절차를 신청한 비율은 2020년 43.9%에서 2024년 19.6%로 떨어졌다. 부실 징후가 확인되고도 실제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미루는 배경에는 경영권 상실 우려와 낙인효과(Stigma)가 자리 잡고 있다. 구조조정 기업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금융거래와 영업활동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이나 추가 차입으로 위기를 버티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조와 거래처의 반발, 주요 고객 이탈 가능성도 부담이다. 결국 현금이 소진되고 정상적인 영업활동마저 어려워진 뒤에야 워크아웃이나 회생절차를 선택하는 구조가 반복된다.

부실 징후는 기업이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가기 훨씬 전부터 나타난다. 관련 분석에서는 부실징후기업으로 판정되기 약 4년 전부터 차입금 의존도가 상승하고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이 악화하는 신호가 관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과 자산 규모 등 외형적인 지표보다 실제 영업활동에서 현금을 창출하고 금융비용과 원리금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조기에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구조조정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현행 제도는 채무 만기 연장과 신규 자금 공급 등 재무구조 개선에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넘기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본업에서 지속적인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자금 지원만으로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빚을 줄이고 상환 시기를 늦추는 것과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제 구조조정의 중심을 재무적 지원에서 사업재편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적자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한편 인력과 조직을 재편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식이다. 확보한 자금과 인력을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 분야에 재배치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기업의 외형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사업 포트폴리오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기 경보 체계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전 업종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신용위험평가를 도입하고 영업현금흐름과 현금지급능력을 핵심 지표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C·D등급으로 분류된 이후의 사후 대응뿐 아니라 부실 가능성이 있는 B등급 기업에도 채무조정과 신규 자금, 경영 컨설팅을 결합한 선제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기관의 참여를 유도할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금융회사가 부실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선제적으로 신규 자금을 공급하면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과 사후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상화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을 활성화하려면 합리적인 면책 기준과 우선변제권 등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이 더 악화하기 전에 금융회사가 개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취지다.

민간자본을 구조조정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작업도 중요하다. 사모펀드(PEF)와 구조조정 전문 투자자, 회계·경영 컨설팅 회사 등이 부실 초기 단계부터 기업 정상화에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 해외에서 활용되는 구조조정 전문 자문사와 구조조정 펀드처럼 민간이 자본과 경영 전문성을 함께 투입하는 방식이다. 구조조정 펀드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와 기업 자산 매각·사업재편 관련 규제 개선도 검토할 수 있다.

현재 금융채권 중심의 워크아웃이 변화한 기업금융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과제다. 사모펀드와 단기사채 등 자금조달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채권자 구성도 복잡해졌다. 금융채권단만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경우 상거래채권자 등 다른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협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법원의 포괄적 금지명령을 활용하는 사전회생계획안제도(Pre-ARS)와 워크아웃 이후 회생절차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사전계획안제도(P-Plan) 등 공적·사적 구조조정의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기업을 위한 맞춤형 안전망도 필요하다. 전문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구조조정 정보를 확보하거나 복잡한 법적 절차를 밟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기업 규모와 부실 정도에 따라 절차와 비용을 간소화하고 전문 컨설팅과 사후 모니터링을 지원해야 한다.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최고구조조정책임자(CRO) 등 실행 전문가를 투입해 사업 정상화 과정을 관리하는 체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촉법 상시화 논의는 단순히 워크아웃의 법적 근거를 유지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 기업 구조조정 제도를 사후적 채무조정 중심에서 선제적 사업재편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산업별 조기 경보 체계와 금융·세제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금융권과 법원은 유기적인 구조조정 절차를 구축해야 한다. 민간자본은 기업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과 경영 전문성을 공급하고 기업은 골든타임 안에 자발적인 사업재편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기업 구조조정의 성패는 부실기업을 얼마나 신속하게 정리하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 정상화할 수 있는 기업을 얼마나 일찍 찾아내고, 사업 경쟁력을 회복할 기회를 제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기촉법 일몰을 앞둔 이번 논의가 기업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을 앞당기는 구조조정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한편 오는 12월 7일 오전 9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는 '위기의 한국기업, 구조조정 틀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 포럼이 열린다. 이번 포럼에서는 기촉법의 한계를 짚고 구조조정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법원의 역할 확대와 구조조정 제도 다변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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