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국내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00%로 전월 말보다 0.09%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대기업대출 연체율(0.39%)의 약 2.6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중소법인이 1.10%, 개인사업자가 0.86%를 기록했다. 기업대출 전체 연체율은 0.86%로 국내은행 원화대출 전체 연체율(0.69%)을 웃돌았다.
중소법인뿐 아니라 개인사업자 역시 경기 부진과 매출 둔화 등으로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취약 차주에 대한 관리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은 취약 부문의 연체율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며 은행권에 손실흡수능력 확충과 부실채권 정리 등을 주문하고 나섰다.
우리·하나銀 연체율 급등…건설·운수창고·도소매 취약
본지가 각 은행의 3분기 팩트북을 토대로 2023년 말부터 2026년 3분기까지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을 분석한 결과,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연체율 상승이 두드러졌다. 우리은행은 2023년 말 0.29%에서 올해 3분기 0.77%로 3년 사이 2배 이상 치솟았고, 하나은행도 같은 기간 0.38%에서 0.67%로 급증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올해 들어 연체율이 매 분기 상승세를 거듭하며 건전성 관리 부담이 한층 가중됐다.
반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KB국민은행은 2023년 말 0.25%에서 올해 3분기 0.41%로 0.16%포인트 상승했다. 신한은행은 2023년 말 0.32%에서 올해 2분기 0.49%까지 높아졌던 연체율이 3분기에는 0.42%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우리·하나은행과 KB국민·신한은행 간 연체율 격차도 확연히 벌어졌다.
연체율뿐만 아니라 실제 연체대출 잔액도 크게 늘었다. 4대 은행의 중소기업 연체대출 잔액 합계는 2023년 말 약 1조 6600억 원에서 2026년 3분기 약 3조 24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약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불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약 3380억 원에서 9000억 원으로, 하나은행은 약 5290억 원에서 1조 460억 원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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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우리은행은 중소기업대출 잔액이 3년 새 소폭 감소했음에도 연체대출 잔액은 2.7배로 늘었다. 하나은행 역시 대출잔액 증가율은 12.5%에 머문 반면 연체대출 잔액은 두 배 가까이 늘며 자산 건전성 악화가 두드러졌다.
업종별로 하나은행은 건설업 연체율이 1.57%, 운수·창고업이 1.46%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신한은행은 건설업(0.73%)과 전문·과학·기술업(0.68%)의 연체율이 높게 집계됐으며, 우리은행은 도소매업 연체율이 0.97%로 가장 높았다.
건설·부동산·도소매 등 업황이 부진한 업종은 은행권 전반에서 취약 부문으로 나타났다. 다만 은행별 대출 포트폴리오와 거래 기업의 신용도 등에 따라 동일 업종 내에서도 연체율에는 차이가 있었다. 아울러 분기 말 부실채권 상각·매각 규모에 따라 연체율이 일시적으로 낮아질 수 있는 만큼 단기 하락만을 근거로 건전성이 본격 개선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반도체 수출 날았지만…중소기업 생산·고용은 뒷걸음
은행권의 중소기업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는 배경에는 수출 호조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중소기업의 경영 여건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달 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나란히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가 실적 개선을 이끌면서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는 모습이다.수출 지표 역시 큰 폭으로 늘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우리나라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93.7% 증가한 1152억 8000만 달러에 달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564억 4000만 달러로 259.4% 급증하며 수출 성장을 주도했다. 1~10월 누적 수출액도 사상 처음 9000억 달러 고지를 넘어서는 등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수요가 수출 증가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비반도체 품목의 수출도 함께 늘어 전체 호조세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출 호조가 중소기업 전반의 경기 회복으로 온전히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10월 중소기업 동향에 따르면 3분기 중소기업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고, 반도체 수출도 68.8% 늘었다.
반면 8월 중소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4.0% 감소했고, 9월 5~299인 사업체 취업자는 1년 전보다 4만 8000명 줄었다. 소상공인 체감경기지수(BSI)는 추석 특수 등으로 9월 76.5를 기록하며 전월보다 15.9포인트 반등했으 직전 달인 8월에는 60.6에 머무르는 등 내수 체감경기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일부 수출 업종을 제외하면 중소기업 상당수가 생산·고용 침체와 내수 부진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매출과 현금흐름마저 꺾인 기업들은 불어나는 금융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취약 업종과 영세 사업자를 중심으로 상환 여력이 약화되면 연체율 상승이 대손비용 증가와 자산 건전성 악화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 호황에도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만큼 취약 차주와 업종에 대한 은행권의 선별적·집중적인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두경우 한국금융신문 전문위원 kwd122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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