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합병 이후 처음 한 테이블에 앉은 두 회사 조합원 사이의 온도차가 1차안 부결의 배경으로 꼽혀온 만큼, 노사가 임금 총액보다 '통합 조건'을 다듬는 데 공을 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이날 오전 울산 본사에서 26차 본교섭을 열고 2차 잠정합의안에 의견을 모았다. 이는 지난 6월 2일 상견례 이후 약 143일 만이다.
일시금은 1150만 원+200%다. 이는 1차안에서 제시됐던 1100만 원+200%보다 50만 원 인상됐다. 또한 올해에 한해 복지포인트 30만 포인트를 지급하는 내용이 새로 포함됐고, 공조금은 지난 6월 1일 자로 소급 지급한다.
눈여겨볼 대목은 제도 부분이다. 이번 교섭은 합병으로 한 회사가 된 HD현대중공업과 옛 HD현대미포 노조가 함께 치른 통합 교섭이다. 노조에 따르면 두 회사 단체협약을 하나로 합치는 과정에서 63개 항목이 신설되거나 개정됐다. 노조는 1차안 부결 배경으로 두 회사 출신 조합원 사이의 이견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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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은 HD현대중공업 기준으로 일원화한다. 다만 옛 HD현대미포의 정년퇴직 위로휴가 14일처럼 조합원에게 유리했던 일부 조항은 유지하기로 했다.
조선업 자동화·디지털화에 대비한 '산업전환 특별협약'도 맺는다. 생산 현장에 자동화 설비와 디지털 공정이 늘면 인력 운용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협약에 따라 회사는 고용에 영향을 주는 사안이 생기면 이를 사전에 설명해야 한다. 이후 노사공동협의체에서 고용안정 방안을 논의한다.
합의안에 담기지 않은 쟁점은 별도 논의로 넘어갔다. 노조에 따르면 회사는 이주노동자 근로계약 문제와 원청교섭, 안전 문제 등을 별도 협의 테이블에서 다루자고 제안했다. 이주노동자 문제는 새 근로계약에 성과금과 식비 등을 줄이는 조건이 담기면서 불거졌다. 노조 관계자는 “일부 문제는 해결됐으나 오는 11월 재계약을 앞두고 고용 불안이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노조가 교섭 초기 내세운 '영업이익 30% 성과급 재원화' 요구도 이번 안에는 구체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노조는 이 요구가 정규직뿐 아니라 생산에 참여하는 모든 노동자와 성과를 나누자는 취지였다며, 회사와 계속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합의에 이르기까지 노사 갈등이 거셌다. 노조는 고정급 인상을, 회사는 격려금 등 변동급 확대를 내세우며 맞섰다. 노조는 지난달 11일 올해 첫 전체 조합원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노사는 집중 교섭 끝에 지난달 30일 1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지난 2일 진행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투표자의 52.14%가 반대해 1차안은 부결됐다. 교섭이 재개된 뒤에도 회사의 추가 제시안이 나오지 않자 김동하 금속노조 HD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은 지난 18일 울산 본사 대조립1공장 약 25m 높이 크레인에 올라 농성에 들어갔다. 노조는 19일부터 전 조합원이 하루 7시간씩 일손을 놓는 부분파업을 벌였다. 김 지부장은 2차 잠정합의가 이뤄진 이날 엿새 만에 농성을 해제했다.
노조는 대의원과 현장 조합원에게 합의안 내용을 설명한 뒤 오는 26일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투표자 과반이 찬성하면 올해 임단협은 마무리된다. 노조는 단협 통합 이후에도 내부 규정·규칙과 조합비 통합 절차를 거쳐, 2027년 통합 선거로 하나의 노동조합 체제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은 “노사가 교섭을 거쳐 잠정합의안을 다시 마련한 만큼 이번 합의가 원만한 타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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