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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페보다 2배 이상 더 팔린 쏘렌토 왜?

기사입력 : 2026-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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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월 국내 판매량 살펴보니
쏘렌토 7.5만 vs 싼타페 3.1만
디자인·하이브리드·공간 매력
SUV·RV 라인업선 기아 ‘완승’

싼타페보다 2배 이상 더 팔린 쏘렌토 왜?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을 대표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내수 성적표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영역에서 완전히 엇갈리고 있다.

세단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그랜저, 아반떼를 앞세워 견고한 성과를 쌓고 있는 반면, 패밀리카와 대중 소비자 핵심 구매 대상인 SUV·RV 영역에서는 기아가 현대차를 상대로 수년째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있다.

기아가 단순한 일시적 판매 격차를 넘어 전 체급에 걸쳐 현대차를 압도하는 이유가 뭘까. 그 배경에는 두 회사 뿌리, 디자인 리더십 차이, 실수요자를 겨냥한 상품 기획력, 그리고 그룹 차원 사업 구조와 자원 배분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등이 깔려있다.

기아의 ‘완승’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현대차와 기아 국내 공장 출하 기준 내수 판매 데이터를 살펴보면 기아 SUV·RV 라인업 누적 판매량은 28만3794대로 현대차(제네시스 브랜드 포함 19만1314대)를 8만9280대 차이로 크게 따돌렸다.

이는 역대 양사 SUV 판매 격차 중 최대치에 해당한다. 특히 특정 체급에서 격차가 아닌 소형부터 중형급은 물론 전기차 라인업까지 기아 SUV 라인업이 현대차 SUV 라인업을 완전히 앞섰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가장 강력한 메인보드인 중형 SUV 시장에서 기아 쏘렌토는 9월까지 누적 7만4933대를 기록하며 내수 전체 신차 판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반면 경쟁 차종인 현대차 싼타페는 3만1146대에 머물며 쏘렌토와의 누적 격차가 4만3787대까지 벌어졌다. 싼타페가 하이브리드 비중을 약 80%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방어에 나섰음에도 쏘렌토 독주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글로벌 시장 효자 차종인 준중형 라인업에서도 기아 스포티지는 4만6015대를 기록한 반면 현대차 투싼은 2만4209대에 머물며 2만1806대 차이를 나타냈다.

소형 SUV 세그먼트 역시 기아 셀토스가 3만9701대로 왕좌를 지켰으며, 2세대로 넘어오며 차체 플랫폼을 키우고 고급 사양을 대거 탑재한 현대차 코나는 높게 책정된 가격대 영향으로 2만3536대에 그쳐 셀토스 대비 1만6165대 뒤처졌다.

전기 SUV 라인업에서도 기아 대중화 라인업이 빛을 발했다. 기아 보급형 전용 EV인 EV3(2만6699대)와 EV5(2만4705대)는 두 차종 합산 5만1404대 판매고를 올렸다.

이는 현대차 아이오닉5(1만6361대)와 대형 전기 SUV인 아이오닉9(9984대) 합산 실적 2만6345대를 거의 두 배 가까이 앞서는 수치다.

태생부터 이어진 헤리티지

내수와 해외 판매량에서 기아에 앞서는 현대차지만 SUV에서는 수십 년째 기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현대차와 기아 성장 배경과 그룹 내 담당 역할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먼저 현대차와 기아의 태생적 헤리티지 차이다. 두 브랜드의 역사적 뿌리는 소비자들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브랜드 정체성을 결정지었다.

현대차는 포니를 시작으로 엘란트라(아반떼), 쏘나타, 그랜저로 이어지는 세단 중심 승용 라인업을 통해 성장했다.

2000년대 이후 싼타페, 투싼 등을 히트시키며 SUV로 영역을 확장했으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 출범 등으로 브랜드의 근본적 자산은 세단과 플래그십 고급화로 형성돼 있다.

반면 기아는 1993년 세계 최초 도심형 SUV 개념을 제시한 스포티지를 시작으로 록스타, 모하비, 레토나, 카니발 등 승용 감각과 패밀리·레저 구조를 결합한 라인업을 30년 넘게 연마해왔다.

소비자들에게 “레저용 차량이나 패밀리 SUV는 기아가 튼튼하고 공간을 잘 뽑는다”는 정서적 헤리티지가 깊게 구축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는 기아가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이후에도 이어졌다. 현대차는 대중 브랜드로서 세단 라인업(그랜저, 아반떼) 방어뿐만 아니라 그룹 내 플래그십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GV70, GV80 등) 전동화·고급화에 막대한 연구개발(R&D)과 마케팅 자원을 최우선 배분했다.

이로 인해 현대차 브랜드 SUV 라인업은 제네시스 차종들과의 간섭을 피하면서 가격 및 사양 설정을 해야 하는 제약이 존재한다. 반면 독립 프리미엄 브랜드가 없는 기아는 세단 영역(K3, K5, K8)보다 SUV 및 MPV(카니발) 영역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시켰다.

특히 현대차가 패밀리 미니밴을 상용 겸용인 스타리아로 풀어낸 동안 기아는 카니발을 통해 패밀리 RV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며 SUV 고객층과의 접점을 극대화했다.

디자인과 상품성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느끼는 디자인과 상품성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먼저 소비자 호불호가 가장 많이 갈리는 디자인 리더십과 시장 수용성. 현대차그룹 디자인을 이끄는 두 수장의 조형 철학과 시장 리스크 관리 방식 차이가 컸다.

현대차 디자인을 총괄하는 이상엽 사장은 모델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부여하는 ‘현대 룩(Hyundai Look)’ 전략을 밀어붙였다. 체스판 위 기물처럼 차종별 파격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각 차종별 개성을 부각시키는 철학을 주로 보여왔다.

5세대 싼타페(MX5)에 적용된 레트로 각형 조형과 테일게이트의 'H' 라이팅 그래픽은 파격적 매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패밀리카 구매층 사이에서 리어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갈렸다. 보수적 성향을 띠는 패밀리 SUV 구매층이 리어 디자인에 대한 반감으로 쏘렌토로 이탈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반면 기아 디자인을 총괄하는 카림 하비브 사장은 단일화되고 명확한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 철학 아래 남녀노소 호불호가 적은 디자인을 완성해냄으로써 대중 시장 표심을 흡수했다.

특히 별자리를 형상화한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을 브랜드 전체에 세련되게 이식하면서, 대중적이면서도 강인하고 정돈된 오프로더/도심형 SUV 스탠스를 완성했다.

기아는 실수요자가 요구하는 세부 옵션과 파워트레인을 기획 단계에서 선제 채택하는 능력에서도 민첩했다. 4세대 쏘렌토 출시 당시 1.6 터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선제적으로 투입해 ‘친환경 패밀리 중형 SUV’라는 흐름을 가장 먼저 선점했다.

또한 패밀리카 고객들이 선호하는 2열 독립 시트(6인승) 옵션을 선제적으로 보급하면서 3열 공간 활용성과 편의성을 강조한 것도 기아였다.

반면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과 최신 첨단 기술을 SUV보다 그랜저, 아반떼 등 대표 세단 라인업에 먼저 적용하는 기조를 보인다. 대표적으로 현대차그룹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프레오스 커넥트’는 올해 출시한 그랜저와 아반떼에 순차적으로 적용됐다.

여기에 현대차 SUV 풀체인지 이후 가격 설정에서도 소비자들 마음을 잃고 말았다. 현대차 코나는 2세대 풀체인지 과정에서 차체 플랫폼을 대폭 키우고 고급 편의 사양을 대거 탑재했으나 이로 인해 차량 가격이 대폭 상승했다.

그 결과 소형 SUV 본연의 미덕인 ‘가성비’를 상실하고 상위 차종인 투싼이나 기아 셀토스 사이에서 가격 포지셔닝이 애매해지는 실책을 겪었다.

현대차 SUV 라인업은 올해 하반기 베스트셀링 모델인 투싼(5세대, 디 올 뉴 투싼)과 신형 제네시스 GV80을 앞세워 반등을 노린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향후 준비 중인 차세대 SUV 라인업 개편 과정에서 투싼, 싼타페 등 주요 차종 디자인 호불호를 극복하고, 가성비와 상품성 포지셔닝을 재조정할 수 있을지가 반등의 관건이 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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