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연이은 사고로 흔들린 현장 안전을 다시 세우고, 조선 호황을 통해 얻은 성과를 엔진 기반 전력 사업으로 넓힌 것이다. 특히 HD현대는 이번 인사를 통해 경영진을 문책성으로 교체하는 대신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인물에게 경영을 맡기는 쪽을 택했다. 생산과 안전 부문에서 실행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HD현대重, 올해 사망 5명…공동대표 한 자리 '안전' 배정
HD현대는 지난 7일 2026년도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고 HD현대중공업 조선사업 대표인 조민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안전총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이상균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은 그룹 조선사업 총괄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은 이상균 총괄 부회장과 조민수 사장의 공동대표 체제로 바뀐다.
기존 공동대표였던 금석호 사장은 경영지원 총괄 역할에 집중한다. 금 사장은 지난해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뒤 지난 3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7개월 만에 공동대표 자리를 안전총괄 대표에게 넘기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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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회사는 7월 29일부터 사흘간 전 사업장 생산을 멈추는 '안전 셧다운'에 들어갔고, 고용노동부도 8월 감독관과 안전보건공단 인력 62명을 투입해 특별감독에 준하는 고강도 감독을 벌였다. 그럼에도 셧다운 이후에만 2명이 추가로 숨지면서 당시 안전관리체계 전반 실효성이 도마에 올랐다. 그룹이 지난해 12월 '신안전 비전'을 선포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책임론은 오너까지 번졌다. 금속노조와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은 지난달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경영자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HD현대가 내놓은 해답이 '안전 전담 대표이사'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조선사업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현장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밝혔다.
엔진 전문가 사장 발탁…전력 사업 힘 싣는다
안전과 함께 이번 인사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엔진이다. HD현대는 한주석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한주석 신임 사장은 1966년생으로 해군사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1994년 HD현대중공업 엔진사업부에 입사했다. 이후 33년간 선박용 엔진의 설계와 연구개발, 생산, 영업을 두루 거쳤다. 한 사장은 HD현대중공업이 83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인 데이터센터용 발전 엔진 공장 증설을 이끌고, 자회사인 HD현대마린엔진·HD현대엔진과의 시너지 확보에도 나선다.
이상균 총괄 부회장의 역할에도 같은 방향성이 담겼다. 이 부회장은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등 조선 계열사의 핵심 과제를 발굴하고 회사별 전략을 조정하는 동시에 데이터센터용 엔진발전 사업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진출 등 신사업도 추진한다.
선박 엔진 기술을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발전 시장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조선 호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음 성장축을 '엔진의 전력사업화'에서 찾겠다는 의지를 사장 인사로 분명히 한 셈이다. 사장 승진자 가운데 조선 부문 두 자리가 안전과 엔진에 각각 돌아간 것도 이 같은 투트랙 전략을 보여준다.
건설기계 부문에서는 박찬혁 HD현대사이트솔루션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1962년생인 박 사장은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유럽·중국 해외법인장과 글로벌생산본부장, 품질생산전략본부장을 지낸 생산·품질 전문가로, 지난 9월 HD현대사이트솔루션 공동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신임 사장단, 1960년대생 현장통…책임 소재·하청 구조는 숙제
이번 인사로 승진한 신임 사장 3명은 모두 1960년대생이자 현장 출신으로, 세대교체보다는 안정과 실행력에 무게를 둔 선택으로 풀이된다. 조선 호황기에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면서 안전과 신사업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에서, 현장 경험이 검증된 인물을 전면에 배치한 것이다.다만 사고가 이어지던 당시 공동대표로서 사과 입장문을 냈던 이상균 부회장은 이번 인사로 오히려 그룹 조선사업 전반을 지휘하게 됐다.
또한 하청 근로자가 많은 작업 구조도 과제다. 노조는 올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2인 1조 작업 원칙 미준수와 미흡한 위험성 평가, 작업 특성에 맞지 않는 안전교육 등을 꼽았다. 숨진 노동자가 모두 하청 소속이었고 상당수가 혼자 작업하다 변을 당했다는 점에서, 대표이사 한 명을 새로 세우는 것만으로는 근본적 개선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안전총괄 대표 체제의 성패는 내년 현장 지표로 판가름날 전망이다. HD현대는 후속 임원 인사와 경영전략회의를 거쳐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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