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기사 모아보기 효성 회장이 60년 만에 찾아온 미국 전력 슈퍼사이클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 효성중공업을 글로벌 ‘톱3’ 기업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조현준 회장은 이를 위해 올 상반기에만 계획보다 13배 많은 금액을 신설 및 증설에 투자했고, 데이터센터사업팀도 신설했다. 지난해 5월부터 강조해온 ‘토털 솔루션’ 중심 구상이 1년여 만에 투자와 조직 정비라는 구체적 실행 단계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전력 수요 확대 따른 목표 구체화
효성중공업은 최근 미국 판매법인 하이코(HICO) 아메리카세일즈&테크를 통해 미국 빅테크 2개사로부터 초고압변압기 공급계약 2건을 따냈다. 계약 금액은 765kV 변압기 2200억7000만 원, 345kV 변압기 1665억2000만 원 등 총 3865억9000만 원 규모다.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전력 수요는 지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조현준 회장은 “데이터센터를 아무리 지어도 전력 공급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그룹 미래 성장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춰 효성중공업 성장 구상도 구체화했다. 지난해 5월에는 2027년 북미 시장점유율 1위 달성과 2030년 토털 솔루션 선도기업을 목표로 제시했고, 같은 해 11월 멤피스 공장 투자 확대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글로벌 넘버원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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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투자·조직 확충
‘글로벌 톱3’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움직임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효성중공업 2026년 상반기 신설 및 증설 투자 실적은 692억 원으로, 당초 계획했던 52억 원의 약 13배에 달한다. 상반기 전체 설비투자액도 946억 원으로 전년 동기(483억 원) 대비 거의 2배 늘었다.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에서도 총 2억4700만 달러가 투입된 대규모 증설 2건이 진행 중이다. 멤피스 공장은 증설이 완료되면 미국 내 최대 규모 초고압변압기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지난 7월에는 북미 대표 에너지 인프라 솔루션 기업 콴타와 초고압차단기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변압기에 이어 차단기까지 현지 생산체제를 마련했다.
인프라뿐 아니라 조직도 갖춰 가고 있다. 이달 초 변압기·차단기 등 전력설비와 스태콤·ESS 등 안정화 솔루션 설계 인력을 한데 모은 데이터센터사업팀을 신설했다. 이 조직은 데이터센터 운영사마다 다른 전력 니즈를 전력기기와 안정화 솔루션 조합으로 맞춤 대응하는 역할을 맡는다.
효성중공업은 2019년부터 싱가포르 데이터센터 전문기업과 지분 합작 형태로 데이터센터 공동개발·운영 사업을 병행해온 만큼, 이번 조직 신설은 그간 쌓아온 사업 경험을 전력기기 영업과 결합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美 전력 슈퍼사이클 속 입지 확대
이러한 시도는 미국 전력 호황과 맞물려 그룹 성장 기회를 만들고 있다. 조현준 회장은 이번 수주를 두고 “AI 시대를 맞아 전력 인프라 수요가 폭발하며 60년 만의 슈퍼사이클이 왔다”고 밝혔다.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연평균 15% 성장하고, 이를 뒷받침할 신규 전력 인프라에 약 500억 달러 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확대 국면에서 20년 이상 기반을 닦아온 효성중공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 2001년 미국법인을 설립한 뒤 2010년 처음으로 765kV 초고압변압기를 미국에 수출했고, 2020년에는 테네시주 멤피스 공장을 인수하며 현지 생산체제를 갖췄다.
창원공장에서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멤피스 공장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현지화를 진행한 결과, 2010년대 초부터 미국 765kV 초고압변압기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켜왔고 현재 미국 송전망에 설치된 765kV 변압기 가운데 절반가량이 효성중공업 제품이다.
여기에 72.5kV부터 800kV까지 아우르는 초고압차단기 라인업도 갖추고 있고, 전력 안정화 설비인 스태콤(STATCOM) 수주도 늘어나는 추세다. 오랜 기간 쌓아온 현지 신뢰와 폭넓은 제품군이 이번 수주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 계약을 포함하면 효성중공업 누적 신규 수주액은 약 9조6900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수주액을 넘어섰다.
회사는 연간 수주 목표를 기존 8조4000억 원에서 12조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실적 증명, 증설·합작법인·신설 팀 자리잡아야
1년여 전 조현준 회장이 제시한 ‘톱티어’ 구상이 투자와 조직이라는 두 축을 갖추며 구체화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이를 숫자로 완전히 증명하는 것은 이제 시작이다.멤피스 공장 증설 2건 중 하나는 올해 말까지, 다른 하나는 2028년 6월까지 이어진다. 완료 시점이 가까운 프로젝트도 아직 3600만 달러가량이 남아 있고, 2028년까지 이어지는 프로젝트는 전체 투자액의 70%가 넘는 1억2900만 달러가 집행 전 단계다.
콴타 합작법인은 지난 7월, 데이터센터사업팀은 9월 초에 각각 출범해 아직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조직이라 실적 측면에서 성과를 보여주기엔 이르다. 12조 원으로 상향된 연간 수주 목표 역시 8월까지 실적(9조3000억 원)을 근거로 한 전망치인 만큼, 남은 4개월간 실제 수주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
‘5년 내 글로벌 톱3’ 목표 시한 자체도 아직 초창기인 만큼, 투자와 조직 정비가 실제 시장 지위 변화로 이어지는지는 향후 실적을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정진아 한국금융신문 기자 urzinni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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