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김 대표가 바라보는 토큰증권은 단순히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잘게 쪼개 투자하는 ‘조각투자’에 머물지 않는다. 주식과 채권 등 전통 금융자산을 토큰화하고, 서로 다른 자산과 금융서비스를 하나의 온체인 인프라 위에서 연결하는 변화에 가깝다.
김 대표는 국내에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는 ‘토큰증권=STO=조각투자’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토큰증권’에 대해 다소 왜곡된 시선이 존재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매우 아쉽습니다.
아직도 국내에서 ‘토큰증권’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부동산과 같은 실물자산을 토큰화해 여러 사람이 나눠서 투자하는 이른바 ‘조각투자’입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실제로 전개되고 있는 토큰화 시장을 살펴보면, 이러한 형태가 시장의 중심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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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여전히 ‘토큰증권=STO=조각투자’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토큰증권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현재 해외에서 증권의 토큰화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지부터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식·채권 토큰화…거래시간·비용 제약 바꿀 수 있어”
김 대표는 토큰화의 핵심적인 변화 가운데 하나로 주식과 채권 등 전통 금융자산의 온체인화를 꼽았다.“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주식과 채권을 토큰화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주식이 토큰화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오랜 시간 동안, 더 낮은 비용으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거래 참여자를 넓히고, 거래 가능 시간을 확대하며, 거래·결제 비용을 낮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기존 주식 거래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 거래 이후 정산을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구조도 달라질 수 있고, 정해진 장 운영시간에 맞춰서만 주식을 거래해야 했던 제약 역시 점차 사라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주식과 채권, 가상자산 등 서로 다른 종류의 자산을 함께 거래하는 시대가 열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 미국에서는 토큰화 증권을 둘러싼 제도와 시장 인프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올해 1월 토큰화 증권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고 토큰화된 증권 역시 기존 증권법의 적용 대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NYSE Arca 등에서는 토큰화된 형태의 증권 거래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관련 규정 변경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토큰화가 확산되면 자산별로 분리돼 있던 금융 인프라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금융시장은 자산의 종류에 따라 거래되는 장소와 인프라가 서로 파편화되어 있었습니다. 주식은 증권시장에서, 채권은 채권시장에서, 가상자산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자산이 동일한 블록체인 인프라 위에서 토큰의 형태로 존재하기 시작하면 이러한 경계는 점차 희미해질 수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산을 사고파는 경험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증권사나 거래 플랫폼 입장에서도 기회가 큽니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는 자산이 많아지면 거래 빈도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기존 금융 플랫폼에는 없던 새로운 수익모델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자산 결합…새로운 금융상품 설계 가능”
토큰화의 변화는 거래 방식을 바꾸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자산을 하나의 인프라 위에서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김 대표는 이를 통해 기존 금융시장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금융상품 설계가 가능해질 수 있다고 봤다.“주식이 토큰화되어 블록체인 위에서 다른 자산과 동일한 형태로 존재하게 되면 새로운 금융상품을 설계하기도 훨씬 쉬워집니다.
예를 들어 주식과 금·은·구리 같은 원자재를 결합한 상품을 만들 수도 있고, 주식과 가상자산을 하나의 상품 안에 결합하는 것도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기존 금융시장에서 서로 다른 인프라에 존재하던 자산들이 하나의 프로그래머블한 금융 인프라 위로 올라오면서,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의 금융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김 대표는 토큰화가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동시에 새로운 위험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것이 무조건 긍정적인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상품을 만들고 결합하는 것이 쉬워지는 만큼 상품의 복잡성과 레버리지, 유동성 등 새로운 위험 역시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 측면에서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들이 등장할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는 전통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유통하려는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로빈후드는 2025년 유럽에서 200개 이상의 미국 주식·ETF를 대상으로 한 ‘Stock Tokens’를 출시했으며, 향후 토큰화된 실물자산을 지원하는 자체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로빈후드의 Stock Tokens는 실제 주식 자체가 아니라 미국 상장 주식·ETF의 가격을 추종하는 블록체인 기반 계약이라는 점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주식 자체의 토큰화’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변화가 투자자에게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고 봤다.
“서로 완전히 다른 시장에서 거래되던 자산들이 온체인이라는 하나의 시장 안에서 만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투자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상품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시장에 진입할 경우 이전보다 훨씬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폐쇄적 네트워크에 가두면 블록체인 혁신 상당 부분 포기”
김 대표는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토큰증권 제도와 규제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토큰증권 제도와 규제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상당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주식과 채권 등 전통 금융자산을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발행하거나 유통하려는 시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토큰증권을 결국 기존 금융기관들만 참여할 수 있는 폐쇄적인 네트워크 안에서 발행하고 거래하도록 만든다면, 블록체인이 가져올 수 있는 혁신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기존 시스템을 새로운 기술로 옮겨놓았을 뿐, 시장의 접근성과 유통 범위를 확대하고 서로 다른 자산과 금융서비스를 자유롭게 연결한다는 토큰화의 핵심적인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는 퍼블릭 블록체인의 가치를 단순한 데이터 기록이 아닌 ‘연결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퍼블릭 블록체인의 핵심은 단순히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허가받은 일부 기관이 아니라 더 넓은 참여자와 서비스가 같은 네트워크 위에서 연결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히 기존 증권을 ‘토큰’이라는 형태로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 이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지, 어디에서 거래할 수 있는지, 다른 자산 및 금융서비스와 얼마나 자유롭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바꾸는 것이 토큰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한국의 토큰증권 제도 역시 기존의 ‘조각투자’에만 한정된 구조는 아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6년 1월 국회를 통과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한 토큰증권의 발행·유통을 제도화했으며, 토큰증권은 그 내용에 따라 채무증권·지분증권 등 다양한 증권에 적용될 수 있다.
“한국도 ‘조각투자’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김 대표는 한국 역시 토큰증권을 단순한 투자상품의 관점에서 벗어나 금융 인프라 혁신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한국 역시 이제 ‘토큰증권 = 부동산 조각투자’라는 좁은 프레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토큰화를 단순히 새로운 형태의 투자상품을 만드는 수단으로 바라보기보다, 주식과 채권을 포함한 다양한 자산의 발행과 유통 인프라 자체를 혁신하는 변화로 바라봐야 합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다양한 자산 역시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발행되고 전 세계 투자자와 금융서비스에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온체인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국가가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시장을 뒤늦게 따라가는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토큰증권의 경쟁력은 무엇을 토큰화했느냐보다, 토큰화된 자산을 누구와 어디까지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한편 김남웅 대표는 오는 9월 29일 오후 2시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2F)에서 열리는 한국금융신문의 ‘머니무브 2026-부의 공식’에서 ‘토큰증권 시대의 새로운 투자방식’이라는 제목으로 전통 금융자산의 토큰화가 가져올 투자시장 변화와 새로운 자산관리 방식을 보다 구체적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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