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국은행이 최근에 발간한 이슈노트 “우리나라 주식 자산효과에 대한 평가”에서 제시한 냉정한 수치를 보면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 주가가 1만 원 오를 때 소비에 쓰이는 돈이 고작 130원, 자본이득의 1.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이 자본이득의 3~4%를 소비로 돌리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에서 일어나는 자산효과는 절반에도 못미친다. 보수적인 일본조차도 한국 수준을 훌쩍 넘는 걸 보면 이상할 정도다.
국내 자산효과 약한 까닭은
국내 자산효과는 왜 이렇게 약할까. 한국은행은 세 가지 구조적 원인을 꼽는다. 첫째, 주식투자 저변이 협소하다는 것이다. 가처분소득 대비 주식자산 규모가 한국은 77%에 그치는 반면 미국은 256%, 유럽 주요국은 184%에 달한다. 게다가 한국은 전체 주식자산의 73%가 순자산 최상위 5분위에 몰려 있다. 중하위 가계에 돌아가는 자본이득은 연평균 10만~41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 정도로는 소비 여력이 생기기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셋째, 자본이득이 부동산으로 흡수되는 것이다. 무주택 가구의 경우 주식에서 번 돈의 70%가 부동산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1~2024년 주택의 기대수익(월 0.2%)은 주식(0.09%)의 두 배지만 변동성은 8분의 1에 불과했다. 서울 주택매매 자금 중 주식·채권 매각대금 비중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4.9%에서 8.9%로 급등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주식에서 거둔 이익이 소비가 아닌 아파트로 몰려간 셈이다.
자산효과 변화 조짐…수익 지속성 신뢰가 관건
그렇다고 구조적인 변화의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주식시장에 새롭게 진입한 20~30대 비중이 2019년 대비 5.5%포인트, 중·저소득층이 2.2%포인트 늘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이들 계층의 자산효과가 상대적으로 커 참여자가 다양해지는 게 경제 전체의 자산효과를 높이는 동력이 될 수 있다.보고서에서는 주가 하락기의 소비감소효과가 상승기의 소비증가효과에 비해 크다고 지적한다. 주가가 오를 때보다 떨어질 때 충격이 더 크다는 의미다. 거시 데이터를 보면 이같은 비대칭성이 더욱 뚜렷해진다. 주가 상승기엔 소비효과가 단기·소폭에 그치지만, 하락기엔 그 크기와 지속성이 훨씬 커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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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0조 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가가 꺾이면 자산 가치 하락과 빚 상환 압박이 동시에 소비를 짓누를 가능성이 높다. 레버리지 투자자일수록 역자산효과의 진폭이 배가 될 수 밖에 없다.
이익을 거둔 종목을 손실본 종목보다 빨리 파는 경향이 한국 투자자가 미국 투자자에 비해 훨씬 강하다. 차익을 일찍 실현할수록 자산 축적 기회를 스스로 닫는 꼴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높은 레버리지 투자도 한계점이다. 주가 급락 국면에서 부채는 소비와 자산을 동시에 갉아먹는 이중적 압박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쏠림이 바뀔지가 관건이다. 무주택자가 주식 수익으로 집을 사는 전략이 과거엔 유효했지만, 부동산 수익률이 주식 수익률을 뛰어넘기 쉽지 않은 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변화 가능성은 크다.
다만 한국 주식시장이 가계 자산 형성의 진정한 플랫폼이 되려면 수익의 지속성에 대한 신뢰가 쌓여야 한다. 그 신뢰는 단순한 지수 수치가 아닌 기업 실적과 시장구조 개선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 429조 원에 달하는 자본이득이 소비와 자산 축적으로 선순환할지, 부동산으로 다시 빨려 들어갈지는 앞으로 1~2년의 증시 흐름이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장종회 한국금융신문 기자 jh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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