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환율은 한국은행 혼자 결정하는 변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연금, 수출기업, 정부, 은행 등 시장 참여자들의 달러 거래가 모여서 형성되는 가격이란 것이다.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결국 달러를 누가 사고 누가 파느냐의 문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9일 증권가에 따르면 환율을 움직이는 대표적 숨은 플레이어로 국민연금을 꼽는다. 국민연금은 국내 최대 해외투자 기관으로 해외 주식과 채권 투자 과정에서 막대한 외화 자금을 운용한다. 해외투자를 확대하면 달러 매수 수요가 늘고, 환헤지 비율 조정이나 외환스와프 거래 규모 변화도 시장의 달러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수출기업들도 빼놓을 수 없다. 기업들은 해외에서 받은 수출대금을 곧바로 원화로 환전할 수도 있다. 달러로 일정 기간 보유할 수도 있다. 환율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시 환전을 늦추려는 유인이 생긴다. 이 경우 시장에 공급되는 달러가 줄어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환전을 앞당기면 달러 공급이 늘어 환율 안정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외환시장에선 기업들의 달러 보유 행태가 과거와 달라지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환전 시점을 더욱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수출대금 환전 시기와 업종별 환전 패턴은 외환시장 수급을 읽는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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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기준금리와 외환시장 운영을 통해서 시장 안정을 모색한다. 하지만 정책 효과 역시 시장 참가자들의 달러 거래와 맞물릴 때 비로소 환율에 반영된다.
시중은행도 외환시장의 흐름을 연결하는 축이다. 수출기업과 수입기업, 기관투자가들의 달러 거래가 은행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은행 딜러들은 기업들의 환전 수요와 달러 공급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는 위치에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환율을 분석할 때 기준금리나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뿐 아니라 시장 참가자들의 달러 수급 흐름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관세당국의 수출입 통계와 한국은행의 외환시장 데이터, 은행권의 환전 동향 등을 종합하면 기업들의 달러 보유 행태와 시장 수급 변화를 보다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환율은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숫자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거래가 만들어내는 가격"이라며 "정책 변수도 중요하지만 실제 환율은 달러를 사고파는 경제주체들의 선택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환율은 단순히 기준금리나 정책 변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달러를 사고파는 경제주체들의 선택이 모여 형성되는 '시장가격'인 만큼 앞으로는 정책뿐 아니라 시장 수급을 함께 읽는 시각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희일 한국금융신문 기자 heuyil@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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