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날 코스피가 약보합세로 마감했음에도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 주가는 3~5% 가량 올랐다. 특히 삼성전자 주가가 10개월 만에 6만6000원을 돌파하며, 사법 리스크 해소가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재용 회장이 헤쳐나가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집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전세계 D램 시장에서 매출 점유율 33.7%로, SK하이닉스(36%)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는 삼성전자가 1992년 이후 처음으로 D램 시장 1위를 내준 것으로 업계 충격도 컸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개화가 아직 멀었다고 판단하고 투자 시기를 늦춘 경영진 판단이 결정적 원인으로 꼽힌다.
자취를 감춘 대형 인수합병(M&A)도 '오너 리더십 부재'에서 비롯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의미 있는 대형 M&A를 진행하지 않았다. 반도체, AI 등 첨단산업에서 글로벌 경쟁사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투자자 요구에도 삼성전자 임원들은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했다.
실적에 민감한 전문경영인 중심의 경영 체제에서는 과감한 결단이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건희 회장이 1980년대 내부 반대를 무릅쓰고 반도체에 전사적 투자를 단행했던 사례와 비교되며, 리더십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커졌다.
이 같은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 이재용 회장도 과거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이 회장은 삼성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투자자 기대감이 높은 반도체 M&A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회가 많았던 3~4년 전과 달리, AI 시대 도래와 함께 관련 기업들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이전보다 인수 가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형 M&A보다는 엔비디아 HBM, 차세대 GPU 수주 등 기존 사업 경영 정상화를 초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조직 개편과 지배구조 정상화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특히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은 2019년 삼성전자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이사회는 물론 전략회의 등에도 참석하지 않고 보고를 통해 관련 내용을 전달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는 사법리스크 연루 이후 2022년 10월과 올해 6월 두 차례만 사업장 점검차 방문이 이뤄졌다. 금산분리 규제 이슈가 있는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에는 이 회장이 조금이라도 연관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
삼성그룹 준법경영을 감시하기 위해 설립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이 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복귀를 통한 책임경영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만큼 과거처럼 조용히 머무르지 않을 것"이라며 "중장기 전략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오너 경영인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