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관세로 늘어나는 비용을 기업이 오롯이 지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대차 미국법인(HMA)은 무뇨스 사장의 발언 다음날 보도자료를 내고 "6월2일까지 신차 및 리스 차량의 소비자가격(MSRP)을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6월2일 이후 가격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현대차·기아와 마찬가지로 '당분간 가격 동결'을 선언한 곳은 미국 GM, 일본 도요타, 혼다 등이다. 미국 공장에서 현지 생산을 병행하는 업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협상 카드로 고려하는 만큼 일단 현지 생산 물량으로 버티면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현대차·기아도 현지 생산 물량만으로 미국 수요를 감당하기 한계가 있다.
현대차 엘라배마 공장에서는 투싼, 싼타페, 제네시스 GV70 등을 만든다. 지난해 앨라배마 공장의 내수 실적은 33만7467대다. 현대차 미국 전체 판매량이 91만1805대였으니 37%만 현지 생산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엘란트라(아반떼), 쏘나타 등 주력 세단은 울산 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투싼 일부 물량은 멕시코의 기아 공장이 담당한다.

미국 비중이 높은 현대차·기아의 실적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이지수 연구원이 지난 3일 분석한 한국 완성차 시나리오별 관세 영향에 따르면, 현대차에 부과되는 비용은 연간 5조1450억원이다. 한국산 수출물량 57만대매겨지는 관세 25%를 회사가 부담한다고 가정했다. 같은 방식으로 기아는 3조8200억원을 부담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총 8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양사의 합산 영업이익(26조9000억원)의 33%에 이르는 금액이다.
현대차·기아가 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근 미국 조지아에 준공한 친환경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내연기관차까지 생산하는 방안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 연구원은 "한국산 물량을 해외로 재배치할 경우 노조와 협의가 필요해 생산 가능한 모델 수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이달말 예정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월까지 가격 인상은 없다는 메시지를 재차 내놓더라도 2분기 이후 실적 가이던스에는 관세 영향을 배제하기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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